SI 업체, 고유「컴포넌트 자산」갖춰라

일반입력 :2002/01/17 00:00

방창완 기자

SI(시스템 통합) 시장을 둘러싸고 전통적인 SI 업체와 중대형 시스템 업체들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동안 SI 업체들은 자사의 주무대였던 공공, 국방, 통신, 금융 등 각 산업별 SI 시장에서 하드웨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까지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대형 시스템 업체들이 서버 판매의 도구로 SI 사업을 추진했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SI 비즈니스를 ‘메인 요리’로 올려놓고 있다. 이에 따라 SI 시장에서의 지각 변동이 지난해부터 예사롭지 않다. IBM의 글로벌 서비스 조직과 한국HP의 컨설팅 사업부서의 지난해 행보는 은행권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프로젝트, 통신권의 BIS (Business Intelligent System), 통합망 관리 등에서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서비스 사업의 매출 비중이 30%를 차지한 한국IBM은 이러한 여세를 몰아 올해는 흡수·합병한 소프트웨어 사업부의 힘을 빌어 웹서비스, DB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본격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서버 업체들이 이처럼 SI 비즈니스를 본격화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SI 업체들의 시장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이 원인을 제공했다. 해외 시스템 업체들의 SI는 메인프레임과 중대형 유닉스 서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인프라로 버티고 있다. 이미 선진 시스템 인프라와 글로벌 서비스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외국계 서버 업체들로서는 SI 시장이 결코 놓칠 수 없는 노른자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대형 컴업체의 위협 증가 서버의 매출 마진이 급락하고 있으며 이미 웹서비스 기술과 네트워킹 솔루션에 대한 유통 가격이 공개된 현 시장 상황에서 단순히 신기술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 이에 따른 위기 의식은 서버 업체들로 하여금 IT 서비스 시장에의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후지쯔의 마케팅 사업부 김병원 이사는 “서버 마진으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은 이미 낡은 생각이다. IT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후지쯔는 5년 전부터 기회를 노려 왔다. 올해 자회사인 DMR컨설팅을 통해 확보한 방법론을 무기로 BR(Benefit Realization), 즉 프로젝트 성과 검증 프로그램을 펼칠 예정이다. 이를 필두로 IT 서비스 시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SI 시장 진출을 위해 30여 명의 인원을 충원, 총 200명의 SI 사업 인력을 확보한 컴팩코리아는 대구은행, 흥국생명 CRM 컨설팅 프로젝트를 비롯해 KTF 통합망 관리 시스템, 한국타이거풀스의 컨텍센터 프로젝트를 구축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냈다. 한국유니시스의 경우 금융 시장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투자 관리 분야에서 독특한 솔루션으로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다.중대형 서버 업체들이 SI 업체들과 합종연횡성 공조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전면에 나서게 된 배경은 자사가 프로젝트를 수주할 경우 SI 비즈니스에서의 마진이 의외로 높다는 이유도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구성 비율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70∼80%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주 계약자가 SI 업체들이라고 해도 최고 20%의 마진만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 자체에 어느 정도 마진이 포함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중대형 시스템 업체들이 직접 나설 경우 SI 업체들보다 훨씬 높은 마진을 챙겨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SI 업계의 한 관계자는 “SI 사업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바꿔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시장에서 1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해도 SI 업체들이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률은 최대 2억원 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수익 구조는 프로젝트를 단위별로 산발적으로 진행해 왔던 SI 업체들의 자기 모순에 기인한다. 프로젝트의 덤핑 수주는 차치한다 해도, 프로젝트를 위한 인력 수급 구조, 시스템 아키텍처의 방법론 부재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인력 수급의 경우 시간과 투입 인원에 따라 프로젝트의 비용 차이가 커 필요 인원을 적시에 투입시키기가 용이하지 않다. 또 시스템 개발을 협력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해 구축 이후 SI 업체의 자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체질을 개선하라결국 인력 배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기껏 수주하고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대우정보시스템 솔루션사업2본부장 손형락 이사는 “컴포넌트 기술을 기반으로 시스템 영업 인프라를 자산화 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반제품 형태인 기술 방법론을 체득해 이를 지식화 하는 방법만이 SI 업체들의 살 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방법론은 미국 아웃소싱 업체인 EDS를 비롯해 SLC, 유럽 SI 업체인 CSC가 이미 채택하고 있는 전략으로 CBD(Component Based Developer) 기법을 적용해, 한 번 구현된 방법론은 차후에 유사 프로젝트 발생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것. 이스라엘의 암닥스가 대표적인 업체다. 암닥스는 10년 전에 개발한 방법론을 활용해 일개 빌링 시스템 패키지 업체에서 현재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로 탈바꿈했다. 손형락 이사는 “이 모델에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기존에 10명이 투입되던 프로젝트라면 단 3명의 인력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인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회사 내부에 자산화된 CBD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형태의 영업을 위해 사업 방식을 바꾸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올해 대폭 조직개편을 단행한 KCC정보통신은 외산 패키지의 단순 공급에 기반한 SI 사업에서 탈피해 CMS(Content Management System), CRM, 보안 솔루션을 컴포넌트 형태의 반제품으로 확보하고 협력사와 공조해 부가가치 사업을 넓혀 나가고 있다. 시벨과 전략 제휴를 체결한 LGCNC (구 LG-EDS시스템)는 시벨의 영업 인프라 모듈 외에 별도의 방법론을 붙여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제조업 기반의 CRM 프레임웍을 발표, 신규 수요 창출에 나서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도 이와 같은 방법론을 통해 매출보다 수익 측면에서 효과를 톡톡히 본 상태. SI 업체들은 중대형 시스템 업체들의 시장 진출에 대해 심각한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최근의 변화에 대해 다소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SI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M의 경우 컨설팅 조직의 성장은 미국, 즉 해외에 국한돼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서버 사업과 유지보수 서비스에 머물러 있어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버 업체들의 기존 텃밭 잠식은 SI 업체들로 하여금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SI 업체와 서버 업체들의 관계가 상호 공조의 보완 관계에서 경쟁 구도로 바뀌고 있다고 해서 단순 대립 구도라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관계 구도의 변화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