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은 90년대 초, 필자가 네트워크 전문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 가장 자주 접했던 단어 가운데 하나였다. 관련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 장비라는 말 대신, 네트워크 솔루션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요즘엔 ERP나 CRM, SCM 등 소프트웨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작아 보이는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복잡하고 방대한 소프트웨어를 솔루션으로 부르는 것 같다. 억지를 좀 부리면, 요즘에 와서 네트워크 솔루션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다 보면 '네트워크용 소프트웨어'로 통할 지도 모를 일이다. 너무 싱거운 얘기로 시작했나. 'e'자로 시작되는, 솔루션으로 지칭되는 뭐가 나왔다면 '미국 사람들 포장술 한 번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필자는 요즘 새로운 e 솔루션을 만났다. 다름 아닌 EAM(Extranet Access Management)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통합 접속 관리 시스템'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EAM은 ERP, 지식관리시스템, 그룹웨어 등 수많은 시스템에 접속할 때 따로따로 접속하지 않고 한 번의 로그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싱글 사인 온(SSO) 기능과 사용자별 해당 권한 지정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 쉽게 말해 여러 곳에 개별적으로 구현된 보안을 중앙 집중화해주는 제품이다. 국내 시장에는 소프트포럼, 펜타시큐리티 등 보안 사업을 해왔던 국내 업체들과 넷티그리티(사이트마인더), IBM(폴리시 디렉터), 볼티모어 등 미국계 업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EAM의 등장 배경은 요즘 '솔루션'으로 통하는 것들과 걸어온 발자취가 비슷하다. 즉, 사내 네트워크 사용자로 한정되던 애플리케이션 환경이 인터넷을 통해 협력 업체와 고객까지 확대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용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필요에 따라 등장한 것이다. 인터넷의 일반화와 함께 탄생한 SCM(Supply Chain Management),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등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단일화한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각광받고 있는, SCM과 CRM 등을 통합한 개념의 EIP(Enterprise Information Portal)에서 EAM을 일부 기능으로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AM의 특징은 기존 사용자 접속 관리 시스템을 통합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노벨 NDS(Novell Directory Service)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 디렉토리 서비스, 요즘 각광받는 LDAP 디렉토리 서비스,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로그인 관리 시스템을 통합 수용하는 것이다. LDAP, 액티브 디렉토리 등 다양한 접속 관리 시스템을 혼용하는 곳의 경우, 사용자 추가와 삭제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이런 문제점을 해소해주는 것이 바로 EAM이다. EAM은 기존의 접속 관리 시스템과 API로 통신해 사용자 추가와 삭제, 권한 설정을 한 곳에서 할 수 있게 해준다. EAM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아주 새로울 것은 없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필요한 제품임에는 틀림 없다. 물론 EAM 없이도 사용자 관리를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 환경은 점점 통합으로 나갈 것을 원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 간의 제휴, 사용자별로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 퍼스널라이제이션 등의 이슈를 제대로 수용하려면 EAM을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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