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지혜경영,「타이타닉과 오즈의 마법사」

일반입력 :2001/07/19 00:00

enable 7월호

영화 ‘타이타닉’은 앞으로 닥쳐올 공포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지혜를 엿보게 한다. 호화로운 유람선 타이타닉이 수직으로 기울어 물 속으로 가라앉기 전 30분 동안 이 영화의 주인공 잭과 그의 여자 친구인 로즈는 물이 빠르게 차오르는 배 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노력한다. 잭은 배가 가라앉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 두려워하지 않고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로즈에게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간결하고 명백한 지시를 내린다. 그들은 오직 한번에 한 갑판씩 오르는 일에 열중한다. 맨 꼭대기 갑판에 올랐을 때 그들은 물위에 솟아있는 배의 끄트머리에 올라가는 난간에 붙어있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유람선이 완전히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후에는 물위에 계속 떠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반면 두려움에 사로잡힌 다른 승객들은 죽을 게 뻔한 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두려움은 그들이 결사적으로 피하려 했던 바로 그 상황 속으로 몰아넣었다. 비록 남아있던 승객들의 생존 가능성도 크지 않았지만, 공포 상태에 빠진 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비즈니스의 공포를 극복하려면많은 기업들은 변화무쌍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발생가능한 위험을 예측해본다. 그러나 성공적인 경영자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정비에 초점을 맞춘다. 많은 에너지와 역량을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예측하는데 소진하지 않고 현재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데 투입한다. ‘만약으로서의 어떤 것(If It Will Be)’에 대한 두려움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현실 속에서 살 필요가 있다. 바로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바로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이 같은 물음을 던지면서 ‘실재로서의 어떤 것(It Is Going On)’을 생각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영화 ‘타이타닉’은 우리에게 현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두려움에 의해 행동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위험한 상황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는 가장 용감하고 성공적인 CEO들도 공포로부터 면역성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두려움에 의해 행동하는 것은 또 다른 것이다. 공포심에 빠져 행동하는 사람은 우선 위험을 피하려 한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전진하는 것을 멈춤으로써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택하려는 노력 대신에 “위험으로부터 도망쳐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위험을 적게 감수하면 할수록 돌아오는 것도 적어진다. 모든 성장과 발전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위험의 제거는 곧 성장의 제거를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위험 요소들을 최소화하려는 CEO는 그저 평범한 성과만을 거둘 수밖에 없다. 안전한 길 위에 머물러 있지만 말고 다소의 위험이 내재돼 있더라도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는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아무리 성공한 CEO들이라도 위험한 영역에선 두려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성공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포심을 떨쳐 버리고 현실에 대처하는 기술을 익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공포심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이다. 공포는 상상의 재해일 뿐, 결코 실재의 위험이 아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사람은 격변의 위험 상황을 상상하게 되고 급기야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마저 잃게 된다. 그래서 위험 부담이 적은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고 필요 이상으로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룬다. 마침내 이 같은 경직된 사고는 실제로 자신이 피하려 했던 재난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두려움은 더욱 커다란 두려움을 낳는다.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음 번에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더욱 큰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두려움을 제거할 해답은 자신의 재능을 믿고, 산출될 결과에 대해서는 단념하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가 필요하다. 결과를 바라보고 이를 향해 매진하되 마지막에는 그것을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최선의 노력을 신뢰함으로써 공포에 대한 면역성을 확보할 수 있다.컨설턴트는 마법사인가무지(無知)는 두려움을 키우는 또 다른 요소다. 어떤 상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실재하는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느낀다. 이런 사람들은 경영관리 응급처리실을 주로 찾는다. 미국 기업들은 매년 150억 달러나 되는 엄청난 돈을 컨설팅 비용으로 지출하며, 이 금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최근 한국에서도 컨설팅 회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영 컨설팅 시장의 성장은 컨설팅 회사의 ‘신통한 능력’에 매료되었거나 자신감을 잃은 경영자 덕분에 가능했다. 많은 경영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법사’ 같은 전문 컨설턴트에게 의뢰해 생존책을 구한다. 그러나 명쾌한 해답은 그 어디에도 없다.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들이 마술처럼 해결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심리 때문에 최고의 전문가, 경영혁신의 전도사들을 초빙해 그들에게 문제해결을 의뢰한다. 많은 경영자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이 문제를 훨씬 잘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 아래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컨설턴트가 진단해 준 문제점을 귀담아 듣기보다는, 경영자 자신의 성공을 위해 컨설턴트가 해줄 수 있는 서비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즉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그리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귀담아 듣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현실을 극적인 성공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현실을 도피해 전문가를 찾아 나서는 것은 문제가 마술처럼 해결되기만을 원하는 것과도 같다. 비슷한 예를 ‘오즈의 마법사’에서 찾을 수 있다.스스로 얻은 자신감, Self-Consulting‘오즈의 마법사’는 어린 도로시가 회오리바람 때문에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날려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로시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에메랄드 성에 있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에메랄드 성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도로시는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그리고 겁쟁이 사자를 만나게 된다. 긴 여행을 통해 허수아비는 생각할 수 있는 두뇌를, 양철 나무꾼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심장을, 그리고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얻고자 한다.수많은 모험을 헤치고 드디어 에메랄드 성에 도착했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그들에게 나쁜 마녀의 마법 빗자루를 구해와야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도로시 일행은 이웃마을의 나쁜 마녀를 찾아가 우여곡절 끝에 마술 빗자루를 구해온다. 그러나 지금까지 믿어왔던 오즈의 마법사가 진짜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마법을 가진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다음 날 아침 도로시 일행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먼저 허수아비가 마법사의 방에 들어가 “저는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뇌를 갖고 싶어요”라고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마법사는 허수아비의 머리를 떼어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지푸라기를 꺼내고는 왕겨로 만든 덩어리를 넣고 그 옆에는 지푸라기로 가득 채워 핀과 바늘로 엮었다. “이제부터 새로운 뇌를 가진 위대한 사람이 될 거예요”라고 마법사는 말했다. 자신의 소원이 이뤄진 허수아비는 너무 행복했다. 허수아비는 “정말 똑똑해 진 것 같아” 하며 자랑스럽게 그의 일행들에게 말했다.이런 식으로 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도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얻게 된다. 동화 속 오즈의 마법사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마법사는 단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만을 일깨워 주었을 뿐이다. 겁쟁이 사자는 나쁜 마녀를 물리칠 때 이미 가지고 있었던 용기를 발휘했고,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 일행에게 어떤 정감을 느낌으로써 자신이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허수아비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영리함을 긴 여행에서 이미 발휘했다.컨설턴트들은 바로 오즈의 마법사 같은 존재들이다. 마법사는 도로시 일행에게 필요한 뇌와 심장과 용기를 주지 않았다. 이들은 오랜 여행을 통해 스스로 자신감을 얻었고, 마법사는 단지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능력을 가져다 준 것처럼 했을 뿐이다. 위기에 처한 경영자들 역시 많은 문제들을 컨설턴트에게 의뢰하고 있지만 해결할 열쇠를 쥔 사람은 바로 경영자 자신이다.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전문가들이 즉시 해결해 주기 바라는데, 이것은 경영자 자신이 짊어진 짐을 벗으려는 현실도피이기도 하다.‘오즈의 마법사’는 아마 단순한 동화로 들릴지 모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주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현실을 두려워하는 경영자는 마술과 같은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진정한 해결책은 경영자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으며, 경영 컨설턴트나 전문가들은 단지 이것을 깨우쳐줄 뿐이다. 진정한 컨설턴트는 유수한 대학에서 MBA를 한 전문가가 아니라 바로 경영자 자신이다.'마법사'에겐 열쇠가 없다현실의 공포를 느끼는 경영자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문제점을 나열하면 곧장 그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리엔지니어링, 구조조정, 다운사이징 등의 단어는 기업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문제가 생기면 이런 단어 중의 하나를 찾아서 붙이고, 이런 저런 해결방안이 들어 있는 상자를 주변에 쌓아 놓고, 빔 프로젝트를 동원해 장황한 설명을 함으로써 마치 그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에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또 ‘해결책’이란 단어를 쓴다고 해서 그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것이 아니다.외부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자신이 그 복잡한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좋다. 이처럼 어려운 현실에 대응하는 것이 경영자의 몫이다. 유능한 직원과 확실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는 컨설턴트도 혹은 완벽하다는 컴퓨터 시스템도 경영자가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문제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지 않다.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종이 위에 하나씩 적어 보고, 그리고 각 문제 옆에 문제 해결을 위해 경영자인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을 적어 보자. 그리고 이 작업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인지 따져 보자. 그리고 근본적 해결책인가 아니면 미봉책인가를 생각해 보자. 이런 방식의 접근이야말로 경영자 스스로 문제해결의 열쇠를 찾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지름길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긴 여정 속에서 스스로 ‘마스터 키’를 만드는 것이다. IT 컨설팅 회사들은 최근 ERP, CRM 등으로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다. 새로운 단어들을 붙이며 디지털 신경제 속에서 지름길을 찾아주며, 경영자들도 이것이 ‘지름길’로 믿고 있다. 물론 지름길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게 하고, 효율성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 지름길이 어디서나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지름길을 택한 것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일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기도 한다. 또한 아직도 고객들은 개인적인 접촉을 더 좋아하며, 나이가 많은 경영자들은 아직도 직원들과 직접 만나서 일을 처리하기를 원한다. 도로시 일행이 긴 여정을 통해 스스로 용기와 지혜를 얻었듯이 문제해결의 열쇠는 마법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문제해결의 열쇠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결국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낼 수 있는 ‘마스터 키’를 손에 쥐게 한다. 기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미지의 수많은 문제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른 문이 가로놓여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컨설턴트에 의한 하나의 열쇠가 아니라 경영자 스스로 만들어 낸 ‘마스터 키’임을 잊지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