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가격 인하 전쟁 「끝이 안보인다」

일반입력 :2000/12/26 00:00

Joe Wilcox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노트북 매장의 영업 실적은 예년과 다르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데스크톱 PC 판매가 17~30%의 성장률을 보였던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노트북 시장도 마찬가지로 침체돼 있다. 분석가들은 오히려 데스크톱 PC보다 노트북 시장이 훨씬 더 열악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노트북 시장이 이렇게까지 침체되고 있는 원인을 굳이 찾자면 아마도 훨씬 고가 상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가트너 분석가 케빈 크녹스가 최근 내놓은 분석이다. 노트북 메이커와 딜러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고, 4분기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이유로 재고 소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뉴욕에 위치한 딜러 제이드 시스템즈(Jade Systems)의 롱 아일랜드 시티 서비스 사업부문 부사장 마크 로마나우스키는 "IT 산업이 전반적으로 급격히 둔화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하나같이 연말까지 영업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노트북 시장이 왜 이렇게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컴팩 컴퓨터와 소니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노트북 가격 전쟁에 나섰다. 소니는 노트북에 무선 모뎀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모든 노트북 메이커들이 가격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특별 인센티브 등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 매출은 여전히 완만한 성장세에 그치고 있다. 크녹스는 "컴퓨터 부품의 대부분이 해외 공장에서 제조된다. 수요 예측에 기초해 부품 제조와 선적이 모두 끝났고, 주문 절차도 이미 완료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밝혔다.PC 데이터의 분석가인 스테판 베이커는 딜러들과 제조업체들이 현재 강구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가격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그는 "데스크톱 재고는 헐값에라도 팔아치울 수 있지만 노트북은 단기간 처분이 어려운 품목이다. 이대로 둔다면 결국 내년으로 재고분을 이월해야 하고, 추가 비용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노트북은 마진이 높기 때문에 가격 조절폭이 높지만 노트북 대당 전체 가격에 비춰보면 이 역시 고작 몇 백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크녹스나 베이커 둘 다 노트북 제조업체들이 재고 처분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뉴스에 전혀 놀라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고, 데스크톱 PC에 대해서는 더더욱 담담했다.노트북 구매, 막바지 세일까지 기다려라똑똑한 소비자라면 좀더 기다리거나 아니면 대대적인 재고 세일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노트북을 구매하라는 것이 분석가들과 딜러들의 조언이다.컴팩은 이번 주에 프리자리오 17XL360 모델 소매가를 100달러 내렸다. 600MHz 펜티엄 III가 탑재된 이 제품은 현재 1999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100달러 리베이트까지 덤으로 제공된다.프라이즈 일렉트로닉스는 노트북 구매자들에게 USB 접속 가능한 CD-RW 드라이브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구애 작전을 펴고 있다. 1699달러의 프리자리오 14ML340을 구입하면 컴팩의 100달러 리베이트와 CD-RW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또 컴퓨USA는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에 100달러 상품권을 덤으로 얹어주면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세일 행사를 지속하게 되면 일부 업체들은 이익 마진 감소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ARS 분석가 매트 사전트는 딜러와 제조업체들의 재고 전쟁의 극단적인 사례로 IBM의 씽크패드 노트북을 꼽는다.2차 유통단계에 있는 한 온라인 소매업체가 씽크패드 A, T 모델을 ShopIBM 웹사이트 가격보다 6~9%나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 800MHz 펜티엄 III 프로세서, 128MB RAM, 20GB 하드 드라이브가 장착된 씽크패드 T21의 도매 가격은 3112달러다. 이 제품의 IBM 웹사이트 판매가는 3499달러지만 온라인 리셀러들은 이보다 낮은 3239달러에 판매중이다. 이 경우 딜러는 IBM 정상가 판매시의 수익 마진인 11%보다 대폭 줄어든 3.9%밖에 마진을 보장받지 못한다.베이커와 사전트에 따르면 이같은 가격 전쟁에 이미 거의 모든 제조업체와 딜러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이들 업체가 제살깎기 전쟁을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인센티브에 추가해 신속한 재고 처리 비용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방편으로 '소프트 달러'라는 것을 제공하고 있다.IBM 상황에 정통한 한 딜러는 IBM이 연내에 가능한 모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유통업체 역시 지금과 같은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업체는 비단 IBM뿐만 아니라고 토로한다.딜러·유통업체, 재고누적 심각익명을 요구한 딜러들과 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11월 1년 6개월만에 처음으로 재고 물량이 유닛 판매량을 상회했다고 한다. 노트북 메이커들은 일반적으로 선적 물량보다 많거나 최소한 같은 양을 주문한다. 하지만 11월에는 이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시장 조사업체인 PC 데이터는 딜러 창고의 재고 물량이 불과 한달 전만 해도 4주치 정도였던 데 비해, 11월에는 6주치나 됐다고 발표했다. 4주치 이하 물량이 연 평균 물량이라는 게 베이커의 설명이다.유통업체들도 노트북 메이커들이 일반 소비자 및 기업 소비자 판매가를 내리고, 인센티브 등으로 딜러들을 유혹하면서 12월 재고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한다.설상가상으로 12월에는 매출 실적도 부진하다. PC 데이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1월 데스크톱 컴퓨터 매출은 지난해 대비 17.5% 하락했지만 노트북 시장은 초기에는 이보다 나았다고 한다. 휴대용 제품의 11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 성장한 반면, 노트북은 12월 첫째 주 조사 결과 지난해 동기 대비 5%나 떨어졌다.원채널닷넷(OneChannel.net)의 주간 데이터는 웹상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e커머스 업체들 역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금액 규모로 집계되는 온라인 노트북 매출은 11월 25일, 12월 2일, 12월 9일 각각의 주별 판매율이 17%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수 판매도 첫 2주간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2월 9일로 마감되는 주에는 3% 상승했다.ARS는 이러한 상황을 세일을 기다리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가격 하락 탓으로 돌렸다. 사전트는 PC 판매의 경우 완만한 소비자 수요로 인해 대폭 하락했지만 노트북의 경우 상당 기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특히 우려되는 점은 노트북 시장 악화가 크리스마스 시즌의 일시적 불황을 넘어 기업용 PC 시장에서조차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e커머스로 판매되는 대부분의 노트북은 기업 수요다. 만약 노트북 시장의 저성장세가 계속된다면 PC 시장 또한 이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침체될 수 있다"는 것이 사전트의 설명이다.이에 반해 크녹스는 약간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는 제조업체들이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 시장에 실질적으로 의존한 첫 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맞물려 노트북 시장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분석가들은 이번 분기 마감 전까지 모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노트북 메이커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크리스마스 직후의 추가 가격 하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크녹스는 "제조업체들로서는 지금이 가장 혹독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