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선 통신 활용범위 `무한대`

일반입력 :2000/12/16 00:00

김용영 기자

전력선 통신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가정 자동화로 불리는 HA(Home Automation)부터 최근 가전업체들이 광고를 쏟아 붓고 있는 인터넷 가전, 홈 네트워킹, 초고속 인터넷 액세스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 기존 구축된 전력선 망을 이용한다는 장점 외에도 홈 네트워크 시장에 적합해 여러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으며, 시장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초 산업자원부는 한국전력, 한국전기연구소, 기인텔레콤, 서울대 자동화연구소 등과 함께 고속 PLC 기술개발 사업을 중기 거점 과제로 선정, 추진하고 있다. 하나로통신과 기인텔레콤도 전력선 통신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제휴를 체결했다. 한국전력은 내년 초 제주도 지역 100가구를 대상으로 원격검침과 함께 인터넷 서비스를 시범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전력선 통신은 전력선 망에서의 위치에 따라 인하우스, 액세스, 고압선 PLC로 나누고 지원 속도를 기준으로 수십~수천bps급의 저속 PLC와 1~10Mbps급 고속 PLC로 분류한다. 인하우스 솔루션인 HA에는 주로 저속 PLC가 적용된다. 인터넷 가전, 홈 네트워킹, 초고속 인터넷 액세스 등에는 고속 PLC가 사용되며, 이는 인하우스, 액세스 PLC 분야에 속한다.인하우스·액세스 PLC가 모두 220v의 전기가 흐르는 전력선을 이용하는데 비해 고압선 PLC 분야는 수만 볼트대의 고전압 전력선을 데이터 통신의 매체로 이용한다. 미디어 퓨전사의 기술을 도입한 파워코리아 21이 고압선 PLC 제품을 보유하고 있고 산업자원부가 추진하는 고속 PLC 기술개발 사업에도 이 영역이 포함돼 있다.조명, 방범, 가전기기 제어 등과 원격검침에 주로 이용되는 저속 PLC 솔루션 개발업체로는 플래넷 시스템이 있다. 현재 360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CSMA(Carrier Sense Multiple Access) PLC 칩을 이용해 조명 제어, 방범, 방제, 가전기기 제어용 HA제품을 출시했고 대우 트럼프월드, 현대 하이페리온 등의 사이버 아파트에 구축하고 있다.또한 전송 속도를 9600bps로 높여 응용 분야를 넓힌 Z-256 칩도 개발중이다. 플래넷 시스템은 고속 PLC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으로 4Mbps의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홈 네트워킹용 고속 PLC 칩을 내년 6월경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이 칩을 이용한 PC 연결용 NIC(Network Interface Card) 카드도 함께 출시할 계획.플래넷 시스템의 백승용 이사는 "고속 PLC로 저속 PLC가 제공하는 기능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가전제품 제어에는 별도의 프로토콜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 PLC 개발은 고속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저속 PLC 분야도 사이버 홈, 원격검침 등 응용 분야가 넓고 현재 트럼프월드 등 사이버 아파트에 실제로 구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속 PLC 분야에서는 플래넷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비해 고속 PLC 분야에서는 기인텔레콤, 피엘콤, 3R 등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기인텔레콤은 전력선 통신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액세스에 비중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전력선 '재활용' 각광이 회사가 제시하는 전력선 인터넷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전압을 220v로 낮춰주는 변압기에 설치된 PLC 라우터가 전력선에 통신 신호를 탑재, 사용자 가까이에 설치된 홈 커플러(Home Coupler)에 인터넷 데이터를 전송한다. 가정에서는 홈 커플러에 PLC 모뎀을 연결, 인터넷에 액세스할 수 있다. 현재 2Mbps의 전송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기인텔레콤은 지난 5월 하나로통신과 전력선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제휴를 체결했고 이달 초 서울 서초동에 데모하우스를 구축, 시범 서비스와 필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한국전력과 함께 제주도 지역에 전력선을 이용한 원격 검침과 인터넷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 기인텔레콤의 경영기획부 이춘용 부장은 "이달 창립되는 한국PLC포럼과 산업자원부의 초고속 PLC 개발 프로젝트 등에도 참가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과 인프라 환경이 열악한 동남아 지역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피엘콤은 10Mbps의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PLC용 칩셋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샘플이 완성된 상태이며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피엘콤은 샘플을 ETRI에서 테스트한 결과 8.9Mbps의 실제 속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내년 2월말 최적화된 칩셋을 출시한다는 목표로, 이를 이용한 LAN 카드와 허브도 함께 공급할 예정이다. 피엘콤의 권충혁 개발팀장은 "칩셋에 주력하고 있다. 정보가전 기기와 홈 네트워킹, 인터넷 액세스 등 전력선을 이용한 모든 네트워킹에 피엘콤의 칩셋을 이용할 수 있다"고 가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력선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시장보다 내년부터 각광받을 정보가전 시장을 비중있게 보고 국내 가전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장 진출은 칩셋과 제품이 출시되는 내년 2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고속 PLC 업체들이 주로 액세스 PLC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에 비해 파워코리아 21은 고압선 PLC 영역에 진출을 노리고 있다. 파워코리아 21의 제품들은 미디어 퓨전의 기술에 따른 것. 미디어 퓨전은 전력선 주위에 자연 발생하는 자기장에 데이터 신호를 실어서 전송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파워코리아 21은 이를 이용해 망 사업자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전송 속도와 안정성 문제는 '미결'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전력선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ADSL과 케이블 모뎀, 위성 인터넷까지 나와 있는 국내 상황에서 전력선 인터넷 서비스는 다른 접속 방식과 비교할 때 전송 속도 등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 큰 장점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화선, 케이블 TV망과는 달리 연결되는 기기 수가 많고 통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배선 상태여서 안정성 문제 해결이 어렵다.하나로통신의 박태영 개발팀장은 "서비스 제공업체가 기술을 도입할 때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안정성이다. 전력선 인터넷 서비스는 소비 전력이 크거나 자체 노이즈를 발생시키는 가전기기와 함께 사용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서비스 제공업체 입장에서는 도입시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전력선 인터넷은 국내보다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유럽이나 비교적 낙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더 적합한 서비스이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 기존 구축된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전력선 인터넷을 개발하는 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박 팀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전력선 인터넷 시장에 진출하고 홈 네트워킹 솔루션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 PLC 개발업체들의 내년 전망은 매우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