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임넷 대표 이유재'재미가 없으면 인터넷이 아니다'라는 광고문구처럼 오락 컨텐트가 인터넷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수익성과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갖출 수 있다면. 온라인 도박·보드 사이트인 이게임넷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고 있었다."진정한 포탈은 게임과 포르노뿐이다."포커, 마작, 바둑 등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이게임넷 (www.e-gamenet.com)은 이제 막 스타트 라인에서 발을 뗀 벤처. 하지만 시선만은 처음부터 골인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계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진정한 포탈 중 한 축인 '게임'에 커뮤니티라는 근사한 날개를 달고자 하는 꿈이다. 1999년 8월부터 포커 서비스를 시작, 10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회원 수 75만 명. 올해 예상 매출액 60억 원 중 순수익으로 20억 원을 기대할 만큼 알짜 기업이다. 영어·일어·중국어·한국어 등 4개 국어로 사이트를 구축했고, 올해 4월, 100달러 규모의 이게임 저팬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신부의 꿈, 꼰뜨라 기자 & 인터넷 사업가잘 나가는 인터넷 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재 사장은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4대째 카톨릭인 집안에서 자라면서 갖게된 신부의 꿈이 자연스레 신학으로 진로를 틀게 만들었다. 8시 이후로는 오직 신과의 대화만이 허용되는 신학대학의 철저한 대침묵 규율 속에서 자신을 관조하며 단련할 수 있었다. 신학대 졸업 후에는 언론인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꼰뜨라(Contra)'. 이 사장은 '~에 반대하여'란 뜻의 라틴어로 자신이 몸담았던 신문의 성격을 설명한다. 한겨레신문처럼 진보적 성향의 보건복지계 신문에서 외골수 기자로 이름이 날렸다. 선물, 촌지는 절대 받지 않았고 식사 대접도 5,000원이 넘으면 사양했다. 기사를 빼달라는 국회의장의 전화요청을 정중히 거절한 적도 있다. 그리고 또 한번의 터닝 포인트. 이번엔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다. 유력 일간지 기자로 특채되었지만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15대 국회를 지내고 나자 내 잡지를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보사저널M. 의료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메디슨 등의 벤처를 취재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IT 분야를 공부하게 되었다. 그 후 e-CEO 강사로 활약하다 이찬진씨가 떠나고 공석으로 남겨진 한글과컴퓨터 CEO 자리를 제안받았다. 하지만 이 사장은 오히려 회사측에 공채를 제안했다. 자신이 후보들 중 가장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그때 맡겠다는 것이었다. 33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였고 결국 이유재, 전하진 2사람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6시간 넘게 진행된 최종 면접에서도 3:3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누군가가 나서야할 상황. 결국 이 사장이 직접 전하진 사장의 손을 들어주다. 취임 인사말까지 미리 작성해 둔 상황이었지만 전사장의 글로벌 마인드와 네트워크가 인터넷 사업에서 더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자신은 흔쾌히 사외 이사직을 맡았다. 보사저널M의 발행인 겸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헬스케어 사업을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잡지 판매로 사업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궁리한 것이 인터넷 사업. "퇴촌집 마당에 돗자리 깔고 앉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왜 컴퓨터를 클릭하는가. 56%의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를 위해서라더군요. 그 중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글로벌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분야는 게임이었고 그 중에서도 단연 '포커'였습니다.""그리고 나선 지구상의 양대 네트워크인 유대교와 화교에 주목했습니다. 개인별로 관심사가 다양한 유대쪽과는 달리 화교 커뮤니티엔 마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더군요. 곧이어 바둑과 당구까지, 사업 아이템은 그렇게 이어졌지요."명예·실리·커뮤니티의 3박자곧바로 기존 사이트 분석에 들어갔다. 숭숭 뚫린 헛점들이 보였다. 도박은 하다못해 담배 한 갑이라도 걸어야 할 맛이 생긴다. 물론 중요한 건 돈의 액수가 아니라 자존심. 그러나 기존의 사이트들은 네티즌에게 동기나 의욕을 전혀 부여하지 못하고 있었다.아마 바둑 4단, 당구 400에 포커 고수이기도 한 이 사장은 명예와 실리 그리고 커뮤니티를 부여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먼저 명예를 위해 바둑의 승단제를 도입했다. 모두 18단계의 급수를 두었다. 자신의 급수에 따라 도전할 수 있는 상대 범위를 정했다. 75만 명의 회원 중 1급 이상은 고작 400명. 한 단계 올라가기도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자연스레 하수에게 고수는 '그대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이번엔 실리. 기업 스폰서를 통해 게임대회 개최했다. 상품을 통해 네티즌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주는 것이다. 자동차, 노트북 등 푸짐한 상품을 준비했고 마야문명탐방, 어학연수권 등 새로운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커뮤니티. 이게임넷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전국 조직의 동호회가 결성되었고 자체적으로 대항전도 열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역별로 조직된 22개 'Unit'의 시샵들이 한데 모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도박 모임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도 했다. 하지만 게임의 전술을 서로 조언해주고 지역 대항에서 승리하기 위해 서로 고민하는 순수 온라인 도박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이게임넷은 자그마한 책자 하나를 펴냈다. "지겹게만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치료의 시간들이…그런 저에게 동생이 이게임넷을 소개해 주더군요. 저는 그곳에서 많은 분들과 만나면서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이제 웃으면서 …결코 외롭지 않을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안녕히 계십시오." 위암과 투쟁하다 생을 마감한 한 회원이 그동안 게시판에 올렸던 글과 다른 회원들의 답장을 모아 엮은 글이다. 가족과 동생, 친구들과 함께 이게임넷 회원들에게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커뮤니티의 결속력이 높다.6가지 수익모델의 비밀수익 모델에 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낚아챈다. 1~2년 밖에 안된 닷컴 기업에게 수익 운운하는 것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6가지 수익 모델을 주르르 내놓았다. 우선 게임대회 참여비. 매달 3회 이상의 대회를 개최한다. 한 번 참여에 1만 원씩. 하지만 1년 10만 원, 6개월 5만 5,000원, 3개월 3만 원의 회비를 내면 기간 내 모든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정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정회원의 비율이 7%에 이를 정도로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 75만 명의 회원 중 5만 명이라고 쳐도 한 달에 5억 원이라는 계산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DCR(Direct Communicative Recognition) 마케팅 기법. 주어지는 칩을 다 잃은 회원에게는 퀴즈가 주어진다. 광고주가 홍보하고자 하는 내용을 문제로 출제하고 맞출 경우에만 새로 칩이 부여된다.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호응이 뜨겁다. DCR 마케팅을 통해 얻어진 고객 DB를 관리하기 위해 '2WayOne'이라는 별도의 법인도 준비중이다. 여기에 PSI배, 하늘사랑배 등 게임 스폰서 영입, 대형 포탈과 B2B 사이트에 게임 제공도 수익창출의 한 방법이다. 해외 마케팅을 통한 수익도 높다. 이미 일본에 게임넷재팬을 설립했다. 30만 달러를 투자해 전체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포커, 바둑 등의 프로그램을 각각 10만 달러에 판매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3%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으로 중국, 대만, 독일, 영국 등에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해외 진출은 글로벌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이게임넷의 전략적 포석이기도 하다.마지막으로 전자상거래. 아직 준비단계지만 새로운 방식이 될 거라고 이유재 사장은 말한다. "기존 전자상거래의 마진폭은 제조업의 10%, 제약의 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인터넷 경제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지요. 우리에겐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세계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른 방향의 전자상거래를 펼쳐나갈 겁니다. 회원들간의 믿음을 토대로 한 전세계 특산물 전자상거래도 한 모델이 될 수 있겠지요."러닝 스톡옵션과 축구 조직직원 관리도 독특하다. 최근 화제를 모은 러닝 스톡옵션제도 그 중의 하나. 39만 주의 스톡옵션 중 25%는 다른 회사처럼 입사할 때 제공한다. 하지만 25%는 매달 평가를 통해, 50%는 사장 직권으로 제공하도록 되어있다. 스톡옵션의 폐단을 보완하고 직원들에게 매달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평가는 전적으로 사원들에게 맡긴다. 자신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 기업에 필요한 것은 감독이 아니라 자율이라고 강조한다. 직원들에겐 축구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고 말한다. "자기 앞에 놓인 공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공을 몰고 나가든, 슛을 날리든 아니면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패스를 하든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틀린 결정은 용납할 수 있어도 늦은 결정은 용서가 안됩니다. 누구라도 실수는 하기 마련입니다.""넘어지지 않고 걸음마를 배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겸허하게 다음 게임을 준비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체하다가 시간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일단 저질러 놓고 봐야지요. 인터넷 경제는 시간 싸움이니까요." 이게임넷엔 또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들이 사외 이사로 참석하고 있다. 그들과의 관계가 궁금했다. "사업 구상때부터 CEO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끌어들였지요. 그 중에는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 서울대 이유재 교수, 가장 깨끗한 CEO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안철수 소장 등과 만나 직접 작성한 IR 자료를 보여줬다. 재미있는 사업 아이템이라며 흔쾌히 자문 위원으로 참여했다. 전하진, 이찬진, 홍윤선 등 인터넷 기업 CEO와 조훈현, 김성룡 등 프로 바둑기사들도 속속 합류했다. 하반기엔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할 계획이다. 올해 2월에 투자 받은 60억 원 중 아직 55억 원이 여유자금으로 남아있다. 사이트 런칭 이래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왔기 때문. 이러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이트 인지도 확산에 나서려고 한다. 닷컴 기업 광고가 지하철에서 하나둘 자취를 감추는 이 때 오히려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 2월에는 사이버머니로 특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회활동에도 관심이 높다. 올해 10월 런칭을 계획하고 있는 'LOVENGO.com'도 그 중 하나. 한때 경실련 풀뿌리시민회 운영위원장을 지냈던 전력이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는 엄밀한 의미에서 비정부 단체로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조직이 정부가 지원하는 75억 원의 보조금에 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 1년마다 심사를 받기 때문에 시의적으로 대처하기 힘들고 장기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힘에 겹다. 이런 상황이라 시설 투자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벤처기업에게 사회 환원의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IT 분야 종사자들이 자기 월급의 자투리 부분을 기부하는 거지요. 월급에서 천 원 단위 금액을 개인이나 회사 이름으로 걷어 NGO들을 지원하는 형태입니다.""개인 회원과 전체 직원의 50%이상이 참여하는 기업회원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간접적으로 도와주거나 부정기적으로 기탁할 수도 있고 단체명의로 기부할 수도 있지요. 자신이 원하는 NGO에 지정 기탁도 가능합니다." 자금 지원을 원하는 NGO들이 프로젝트를 웹에 공개하면 심사를 통해 지원여부와 액수를 결정한다. 100명의 상임집행위원과 회원들이 각각 50%씩 심사권한을 가지게 된다. 45세 이후에는 사업에서도 손을 땔 생각이다. 앞으로 5년. 그 후에는 냇가와 산이 있는 서울 근교에 방갈로촌을 만들 계획이다. 그곳에서 젊은이들과 대화하며 노년을 보낼 꿈에 젖어 있다. 카톨릭대학 시절, 김동길, 한완상 교수 등과의 대화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정신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무료로 개방해 자유로운 강의와 교육 그리고 대화의 장으로 꾸려갈 생각이다. 두 아들은 각각 미국과 중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차세대 패러다임을 이끌 미국과 중국. 그 중심에 서서 변화와 기운을 느껴보기를 바래서다.이 사장의 삶의 신조는 물과 같은 자연스러움. 카톨릭의 토대 위에 동양철학이 던져준 진리의 깨달음이었다. "깊은 산 속 작은 물방울들이 바다로 나아가기까지는 많은 곳을 거치게 됩니다. 때론 시궁창이나 개천을 지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결코 본질의 '물'의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모든 결정을 마음의 평화로움에 맡겨두는 것이 저의 삶의 원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