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S 스토리지 놓고 한국HP·효성 「티격태격」

일반입력 :2000/08/16 00:00

박현선 기자 PC WEEK

HDS 스위치 아키텍처 채용 스토리지 발표 ···

초대형 시장 놓고 묘한 신경전 펼쳐

파이버 채널 기반의 스위치 아키텍처를 채택한 첫 스토리지 제품이 발표됐다. HDS의 신제품은 일본 히타치 제작소가 설계한 디스크 드라이브를 장착해 스토리지 내부, 외부 모두 파이버 채널을 지원한다. 대역폭을 6.4GB까지 끌어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5배 이상 향상시켰으며 용량 또한 24~37TB까지 제공하는 초대형 스토리지다. 국내에서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한국HP가 각기 자사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고 기선 제압에 들어갔다.

HDS(Hitachi Data Systems)가 EMC와 IBM에 본 떼를 보여줄 작정이다. HDS는 무려 37TB에 이르는 대용량 스토리지 '라이트닝 9900'을 발표하고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에 정면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이 제품은 업계 최초로 파이버 채널 스위칭 구조의 디스크를 채택,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간 파이버 채널을 지원하는 스토리지라고 해도 스토리지 대 서버, 스토리지 대 스토리지간 데이터의 외부 전송에만 파이버 채널의 속도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HDS의 제품을 공급하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지난 5월초 스토리지의 내부 속도도 파이버 채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비공식적으로 운을 띄웠다. 이에 업계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주장대로라면 현 디스크 아키텍처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라며 반신반의해 왔다.

그러나 HDS는 새로운 스토리지를 위해 디스크 드라이브를 특별히 설계했다. 최근 방한한 HDS의 아태지역 총괄 책임자 그레그 콘필드는 라이트닝 9900에 사용된 디스크는 하이엔드 스토리지 시스템을 위해 일본 히타치 제작소가 특별히 설계, 자체 생산한 것이다. HDS는 7700 시리즈에 사용하는 3.5인치 디스크에서도 1만rpm 제품을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이번 신제품에 대해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제품이며 스토리지의 역사를 새로 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두 달 전 EMC가 신제품을 발표했지만 아키텍처는 변한 게 없다. EMC는 외부에서 부품을 조달하지만 HDS는 전 부품을 내부 조달, 한 공정에서 제조한다며 스위치 구조의 디스크 역시 HDS가 공급하기 전에는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그레그 콘필드는 HDS는 지난 1년간 꾸준히 SAN 솔루션에 투자해 왔다.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제품이나 기술력보다 낮게 평가돼 왔지만 최근 6개월간 변화되고 있다. 스위치, 허브 등 네트워크 업체와의 상호운영성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본사간 제휴에 따라 HDS의 스토리지를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한국HP 역시 이에 뒤질세라 HP의 엔터프라이즈 서버 V클래스의 크로스바 스위치 아키텍처를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아키텍처의 신제품은 HDS와 HP의 공동 개발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기존 프리덤 5800, 프리덤 7700E 등에 이어 라이트닝 9900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으로 나온 것에 비해, 한국HP는 XP-512라는 브랜드를 달아 기존 XP 제품의 연장선에 놓았다.

업계 최대 37TB 확장·처리속도 5배 향상

신제품 라이트닝 9900 또는 XP-512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현재로서는 업계 최대 규모인 37TB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 버스 설계를 뛰어넘은 내부 스위칭 구조다.

우선 HDS 고유의 '하이스타(Hi-Star)' 스위치 아키텍처를 적용했다는 점이 첫번째 특징이다. 이 점이 기존 스토리지와의 선을 그어주고 있다. 기존 스토리지는 스토리지 대 스토리지(또는 서버)간 외부 인터페이스는 파이버 채널 방식이지만 스토리지 내부는 SCSI 기반의 버스 구조로 돼 있다.

이에 반해 신제품은 내부 디스크 역시 파이버 채널 기반의 스위칭 구조를 채택했다. 버스 아키텍처와 달리 하이스타 스위치에 기반한 완전 파이버 채널 아키텍처는 호스트와 캐시, 백엔드 디스크 장치 사이에 64개의 Any-to-Any 내부 경로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내부 대역폭이 초당 6.4GB까지 향상됐다.

이는 처리 속도를 5배 이상 끌어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기존 스토리지 5대 규모의 트랜잭션 처리가 단 1대의 라이트닝 9900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이스타 아키텍처는 현재 특허 출원중으로 스토리지 내부 속도를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 병목 현상을 없애 전체적으로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것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한국HP의 주장이다.

그러나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설계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설계 방식 때문에 기존 프리덤 5800/7700E 또는 XP-256 등과는 디스크를 호환 사용할 수 없다. 신제품은 파이버 채널 인터페이스의 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하며 3인치 크기의 1만 RPM, FC-AL의 이중 포트를 제공한다. 이에 비해 기존 프리덤 시리즈와 XP-256은 3.5인치 디스크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하위 호환성 문제에 대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박찬균 마케팅 부장은 고가용성 솔루션을 이용, 기존 제품과 신제품간 데이터 전송과 호환은 문제없이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레그 콘필드에 따르면 두 스토리지는 각기 별도의 생산라인에서 계속 제조될 예정이다.

신제품의 두번째 특징은 현존 최대 용량인 24TB, 연말에는 이를 훌쩍 뛰어넘어 37TB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대 512개의 디스크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으며, 현재 18GB와 47GB 두 종류의 디스크를 사용해 24TB까지 확장 가능하다. 그러나 히타치가 4분기 경 73GB 용량의 디스크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연내 최대 37TB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 캐시 또한 현재 최대 32GB 지원하지만 조만간 64GB로 확장하게 될 것이라고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전했다.

효성·HP '따로 또 같이' 전략에 이상 기류

라이트닝 9900 출시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에는 하나의 과제가 떨어졌다. 국내 초대형 시장에서는 히타치 제품이 상대적으로 약세였다는 점에 신제품을 어떻게 포지셔닝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박찬균 마케팅 부장은 홍콩 상하이 은행이 HDS 솔루션으로 SAN 환경을 구축중이다. 라이트닝 9900이 SAN 환경과 인터넷 비즈니스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란 점을 강조, 영업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지난해 전체 공급 물량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 스토리지를 공급했다고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총 84TB 분량을 공급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통신 부문 수요가 급증해 92TB를 상회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60% 성장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이번에 발표한 신제품과 백업 솔루션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최소 150TB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올해 250TB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다.

이와 같은 성장세에 대해 HDS 그레그 콘필드 아태지역 총괄 책임자는 HDS에서도 한국은 아시아의 주력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태지역 전체 매출의 30%가 한국에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아태지역에서는 한국이 호주와 함께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제품이 엔터프라이즈 중에서도 엔터프라이즈 제품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한국HP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간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 HDS와 HP간 협력 관계 체결시만 해도 한국HP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역시 레퍼런스 사이트 공유,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HP XP-256 판매 등 의좋게 협력해 왔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입장에서는 한국EMC에 대적하기 위해, 한국HP 입장에서는 자사 브랜드로 처음 내놓는 XP-256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 협력 관계를 다져 왔으나 최근 들어 신경전이 제법 일고 있는 것.

한국HP 측은 기대했던 것만큼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XP-256 판매 성적이 좋진 않았다고,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HP XP-256을 팔아주고는 있지만 왜 우리를 리셀러 업체로 평가 절하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가시돋힌 얘기가 전해진다.

이는 한국HP가 XP-256을 판매하기 위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그간 공급해온 프리덤 시리즈의 힘을 빌었으나 이제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그간 HP의 XP-256이 히타치의 OEM 제품으로 인식되는 한계성을 보였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독자 노선의 첫 걸음을 딛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한국HP는 이번 제품이 양사 공동 개발의 산물이며 일본에서는 히타치가 XP-256을 재OEM, H256이란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고 HP의 기여도와 개발 능력을 주장하지만 국내에서의 인식을 크게 바꿔놓지는 못했다.

한국HP가 줄기차게 하드웨어가 아니라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스토리지 선택의 기준이라고 주장해온 점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HDS 제품이라는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솔루션과 서비스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

한국HP는 XP-512을 EMC 시메트릭스 8000, IBM 샤크 ESS는 물론 HDS 라이트닝 9900과도 비교해 우월한 제품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HP 김덕용 차장은 같은 하드웨어 제품이라도 HP의 스토리지 LUN 매니저를 사용하면 스토리지의 논리적 유닛(LUN)을 256개까지 나눌 수 있지만 라이트닝 9900은 8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HP 솔루션에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서버 시장에서 닦은 콘솔리데이션 능력과 토털 솔루션 업체로서 확보한 각종 솔루션 업체와의 전방위 제휴 관계 등을 XP-512에서는 더욱 부각시킬 계획이다. 서버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로 스토리지의 고가용성 솔루션&서비스 지원에도 자신있다는 것.

이에 따라 XP-512는 서비스 프로바이더, 닷컴사를 포함 서버&스토리지 콘솔리데이션을 고민중인 고객과 RAS 환경을 요구하는 고객 업체를 대상으로 할 계획이며, 한국HP 스토리지 사업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미 레퍼런스 사이트도 확보해 뒀다고 귀뜸한다.

경쟁 업체로서는 의외로까지 여겨지는 '썬 콘솔리데이션 서비스'를 발표하고 나선 것도 '고가용성 솔루션을 강조한 히타치 그늘 벗어나기'를 반영한다. 썬 환경에서의 서버와 스토리지 콘솔리데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국HP는 유닉스 서버로서는 썬 시스템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고객의 실제 사용 환경에 HP가 먼저 다가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MC뿐만 아니라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도 다분히 겨냥하는 듯한 전략이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HDS코리아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한국HP와 '어디까지나 원조는 우리'라는 입장의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간의 스위치 아키텍처 기반 새로운 스토리지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