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써비스 대표 최석민, 꿈을 현실로 만든 사이버 메스

일반입력 :2000/04/12 00:00

김현우 편집장 enable

정신과 전문의, 영화감독, 방송작가, 웹사이트 기획자… 그의 이력서에 적힌 이름들. 하지만 현재 그는 다시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 ‘건강 의료’와 ‘연예 오락’이라는 가장 유망한 미래형 사업을 동시에 시작했다. 21세기형 토탈 헬스 케어를 추구하는 의료 인터넷기업 ‘메디써비스’와 오프라인 방송가의 드림팀으로 구성된 토탈 엔터테인먼트 프로덕션 ‘제이에스 픽처스’가 바로 그것. 치밀한 전략과 소비자 중심의 사고로 무장한 ‘이상한’ 의사 최석민 사장의 남다른 경영 철학을 만나보자. (사진은 메디써비스 대표 최석민)지난 2월 중순, 강남 어느 호텔의 업무제휴식 현장. 주인공은 전국적인 약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약사 연합 ‘온누리건강’과 의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막 온라인 의료 사업에 뛰어든 신생 벤처기업 ‘메디써비스’. 마침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사와 약사들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무렵. 한 남자가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차분하게 시작된 그의 말. 잠시 후 참석자들은, 그 가운데 그날의 ‘핵심’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오랫동안 우리 의사와 약사들은 사회적인 기득권자로서의 삶을 영위해 왔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되는 미래에도 그러한 모습이 계속 유지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의료인들도 ‘나는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먼저 소비자를 생각해야 합니다. 좀더 편리하고 수준 있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남보다 먼저 구축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를 사는 의료인들의 기본 자세입니다.” 의사 vs 방송인, 사업가 vs 문화인메디써비스(Mediservice) 대표이사 최석민. 하지만 그를 그저 지난 해 7월 설립된 어느 벤처기업의 CEO라고만 소개해서는 안 된다. 서른 다섯의 그리 길지 않은 인생,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과거와 현재가 적힌 그의 이력서. 먼저, 정신과 전문의 최석민. 그는 국립정신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마친 엄연한 의사이다. 요즘도 그는 1주일에 한 번 의사의 신분으로 돌아가 환자를 진료한다. 웹사이트 기획자 최석민. 현재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의료 관련 사이트 건강샘과 의료샘이 바로 그의 작품. 얼마 전까지는 SK그룹으로 출근하며 의료 부분 인터넷 사업의 기획을 담당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상업 사이트들이 거의 손을 거쳤다. 영화감독 최석민. 이제는 본인도 조금은 어색한 표현. 그러나 그는 분명 기획, 시나리오, 제작, 연출의 1인 4역을 감당했던 단편영화 감독이었다. 지난 94년 국내 4개 단편영화제에서 2위를 차지한 영화 ‘최소천국’이 바로 그의 데뷔작. 드라마 구성작가 최석민. 수년 전 신은경, 구본승 등의 빅 스타를 만들어낸 미니시리즈 ‘종합병원’을 기억하는가. 1년간그는 구성작가의 신분으로 방송국을 출입했다. 물론, 의학 부문 자문 정도가 아닌 자막에 이름이 올라가는 정식 작가였다. 현재 그는 메디써비스 외에도 또 하나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방송용 드라마 제작을 주 사업분야로 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프로덕션 ‘제이에스 픽처스(JS PICTURES)’가 그것이다. 설립 2개월만에 방송 수주액 업계 1위를 기록한 방송계의 다크호스. 이쯤 되면 그에 관한 우리의 궁금증은 아주 당연한 것이 돼 버린다. 의사와 방송인, 사업가와 문화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을 벌이는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말년 레지던트의 첫번째 사업계획서컴퓨터 매니아. PC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서울로 전학 온 시골 소년 최석민은 어느 날 학교앞 문구점에서 ‘라디오와 모형’이라는 전자제품 조립에 관한 잡지를 샀다. 그 안에서 발견한 ‘원 보드 컴퓨터 키트’에 관한 정보. 거금을 들여 직접 조립한 것이 컴퓨터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후 4년 전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모두 14번 컴퓨터를 바꾸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다든가, 그래픽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뭔가 특별한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명기’를 소유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치는 오디오광처럼, 그도 컴퓨터라는 기계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 있었을 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을 들어갔다. 레지던트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 한국에서도 새로운 건강 의료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즈음 그가 내린 결론. 첫째, 20세기의 건강 의료는 단지 질병치료라는 솔루션만을 요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것보다는 건강 증진, 삶의 질 향상 등의 다양한 종류의 솔루션을 요구할 것이다. 둘째, 지금 사회적인 패러다임이 정보화 혁명을 통해서 크게 변해가고 있다. 건강 의료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그에 따라 크게 변해갈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제도가 의료 시스템을 상당히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 의료 분야에도 반드시 인터넷 환경이 도입되어야 한다.“레지던트가 끝날 무렵 첫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을 누구와 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그때 생각했던 기업이 한글과컴퓨터, 메디슨, SK, LG 였습니다.”한컴은 당시 제일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었다. 메디슨은 급성장한 의료기기 관련 벤처기업이었다. SK와 LG는 대기업이지만 종합병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 하지만 대기업은 아무래도 의사구조가 복잡하고 신속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얼마 후 사석에서 메디슨과 접촉할 기회가 생겼다.그를 좌절하게 만든 한국의 인구 “이민화 회장에게 제가 가지고 있던 디지털의 개념과, 그것이 의료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장은, 나는 디지털보다는 사이버의 개념이 더 좋다고 말씀하더군요. 그 순간 저는, 이런 기업인이라면 같이 일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선문답 같은 대화였다. 그가 말한 ‘디지털’이 단지 정보적인 개념이었다면, 이 회장은 그것을 받아 문화와 생활의 영역으로 확대시킨 ‘사이버’로 되돌려주었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메디슨의 자회사 메디다스를 찾아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는 새 법인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회사명 델프(Dhelp)는 닥터 헬프의 합성어. 본격 건강 의료 사이트이자, 현재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건강샘의 모태이다.“98년의 일입니다. 처음 만든 것이 건강샘 사이트였죠. 메디다스는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우리는 컨텐트와 인력을 제공하는 형태로 공동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인터넷 사업 환경이 요즘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은 있었지만 현실 자체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그러던 차에 이전부터 거대한 인터넷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던 SK그룹을 만났다. 그는 SK와 메디다스를 연계시켰고, 그때부터 SK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아직 인터넷 비즈니스가 검증이 안 되었으니 일단 시험부터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의사들만 들어올 수 있는 특화된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메디게이트입니다.”사이버 닥터 커뮤니티 메디게이트(www.medigate.net).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약 8,500명의 의사 회원을 확보한 성공적인 비상업 사이트이다. 물론 그의 일은 단지 메디게이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SK그룹 인터넷 사업부문의 건강 의료 분야 전체가 그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당시 미국은 이미 인터넷 사업 자체가 큰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왜 아직 이 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가. 기술이 크게 뒤진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렇다면 왜!“결론적으로 생각한 게 인구였습니다. 인구 비례에 의한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뒤지지 않지만 절대적인 수치만 가지고 보면 미국과는 상대가 안 될 정도였죠. 인터넷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인구가 1억 명은 돼야 하는 데….”고작 5,000만이라는 인구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던 그를 다시 좌절시켰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오양 비디오, 깨달음, 새로운 가능성한참 좌절하고 있을 무렵 그를 재기(!)하게 한 특별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양 포르노 비디오 사건. 지금도 그는, 오양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불행하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인터넷 사업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전환점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그때부터 그는 인터넷 사업에 관한 모든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선입관을 버리는 작업부터 했다. 기술, 컨텐트 그리고 전략이 사업의 중심이었던 기존의 생각이 바뀌어갔다. “이전에는 인터넷 기술로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떤 사이트를 만들 것인가, 혹은 건강 의료 컨텐트냐 아니면 다른 컨텐트냐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디게이트를 통한 커뮤니티 이론의 실험 또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생기더군요.” 결국 인터넷의 속성은 대중을 위한 사업이었다. 그렇다면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기술력과 컨텐트를 외쳐봐도 소용없는 일 아닌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인터넷 사업을 들여다보자.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보자. “그때 생각했던 것이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시키면서, 인터넷으로 인한 사회적 기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대중적인 매체의 확보였습니다. 그런데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건 역시 방송이더군요.”방송을 적절히 활용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인터넷 시대와 정보화 혁명을 제시하고 선도하면서 대중을 리드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는 벤처와 인터넷 문화를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다시 방송국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이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방송국 사람들의 의견이 예상외로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방송 매체도 언젠가는 인터넷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말이 그들의 입에서 나왔다. 그의 그림은 차츰차츰 커지기 시작했다.“아예 우리가 직접 방송 제작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어떨까, 그것을 자연스럽게 멀티미디어 환경에 맞춰 전환시켜나가자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방송 업계에서 넘버원이 될 수 있는 드림팀만 구성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오로지’ 인터넷이 아니었다. 대중에게 어떤 컨텐트와 어떤 만족을 전달할 것인가가 더 중요했다. 방송 매체와 인터넷 매체를 동시에 구상하게 된 것이 그때부터였다.그가 만든 2개의 드림팀, JS픽처스 & 메디써비스 프로덕션 제이에스 픽처스. 자본금 18억 원. 설립일 1999년 8월 15일. 함께 뜻을 모은 3인의 공동 창업자의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그의 ‘넘버원’론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 MBC PD 이진석 씨. 미니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 ‘호텔’ ‘별은 내 가슴에’ 등 숱한 명작을 만든 드라마의 장인. 방송 3사를 두루 거친 정세호 PD 또한 아침드라마 ‘짝’, 일요가족극장 ‘간이역’ ‘홍길동’ ‘청춘의 덫’ 등을 연출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나머지 한 사람 최한규 작가는 현재 60%대의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허준’을 집필하고 있다는 말로 설명을 줄이자. 제이에스 픽처스는 이미 미니시리즈 4개, 50회 단막극 1개, 50회 연속극 2개의 계약을 마친 상태다. 앞으로 3년 정도는 전 직원이 매달려야 하는 분량이 예약된 셈. 방송수주액으로 보면 약 200억 원에 달하는 큰 성공이다. “우리 감독과 작가는 모두 자기 분야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던 사람들입니다. 추가 영입한 10여 명의 PD와 작가들도 모두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들입니다.”바로 그가 말하는 드림팀의 개념이다. 현재 SBS 창사 특집 드라마 ‘경찰특공대’를 촬영 중이고, 다음 달부터는 MBC 미니시리즈 작업에 들어간다. 주식회사 메디써비스. 자본금 35억 원. 설립일 1999년 7월 7일. 메디써비스는 21세기의 대중이 원하는 건강 의료에 대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세워졌다. 그리고 그는 그 솔루션을 다음의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첫째, 인터넷을 통한 진료가 어떤 정보나 처방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한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의료 행위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난 후 처방을 내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적인 의료의 85% 이상이 네트워크 상에서 구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난 3월 1일 오픈한 앤헬스(www.n-health.com)는 그 출발점이다.“현재는 법적인, 혹은 장비의 문제가 있지만 결국 인터넷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까지 발급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건강샘도 제가 만든 것이지만, 앤헬스는 복합적이고 실제적인 상담과 진료가 가능한 2세대 의료 사이트입니다. 단계별로 그 시점에 최적의 솔루션을 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저희들의 전략입니다.”둘째, 멀티미디어적인 쌍방향 서비스를 구현한다. 기존의 모든 건강 의료 사이트들은 텍스트적인 쌍방향만을 구현했다. 그러나 앤헬스는 그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각 과별로 주치의와 시간이 정해져있어, 의사와 환자 간의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다. 화상 진료 시스템 등 의사와 환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기존 사이트들은 단지 인터넷으로 소비자들이 방문하는 데 그쳤지만, 우리는 실제 병원이나 상담 센터와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하지만 현재의 엔헬스 역시 2단계 사이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종적으로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최종적인 진료 행위를 인터넷에서 구현하는 것이 목표. 그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3단계 의료 사이트이다. 온누리건강과 합작 법인을 만든 것도 그런 시스템을 위한 사전포석이었다. 전국적인 약국 네트워크는 약국에 찾아간 환자들이 병원에 있는 의사와 화상 상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음은 메디써비스의 사업 방향.첫째, 인터넷으로 건강 의료 컨텐트를 전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처방이다. 그것은 가치가 있고, 즉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메디써비스는 의약분업이 실시되는 7월부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처방전달시스템을 개발, 현재 특허출원 중이다. 둘째, 실제적인 솔루션을 복합적으로 제공한다. 인터넷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전자상거래 시스템과 병 의원 및 약국 체인 네트워크의 확보가 중요하다. 21세기의 건강 의료 솔루션은 20세기와 달리 매우 다양해질 것이다. 이제 단일한 솔루션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도이다.셋째, 가정용 의료 기기 사업이다. 20세기까지는 의료기기들이 병원에만 공급되었다. 하지만 곧 가정이나 개인에게도 공급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휴대용 심전도기의 확보는 하나의 사례이다. 즉 장차 가정용 의료 시스템의 구현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많은 의사들과 회사들이 부르짖던 일이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사람, 조직, 장비, 시스템을 우리가 제일 먼저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비전을 만들고 일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그것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움직였고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했습니다. 가장 늦었던 우리가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저는 단언합니다. 이것은 결코 자만이 아닙니다.”21세기 화두, 건강 의료 & 연예 오락어린 시절의 꿈은 과학자였다. 그후 컴퓨터를 접하면서 순수 과학보다는 테크놀로지와 과학을 접목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전기 대학 입시 실패와 예상치 않았던 의대 진학이 의사가 된 계기였다. 의대 1학년이던 85년 미국 유타대학에서 세계 최초로 의료정보학과가 생겼다는 해외 토픽을 접했다. 어렴풋이 이게 바로 내 일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의사라는 직업보다는 의술과 관련된 ‘다른’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런 생각은 인턴 생활을 하며 더욱 굳어졌다. 의사의 길, 너무나도 정해진 환경, 모든 것이 결정된 구조, 평생을 걸 만한 나의 일이 아니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영화감독이라는 직업. 하지만 ‘떨어지기 위해’ 응시한, 한국에서 제일 경쟁률이 높다는 국립정신병원 레지던트 시험은 그를 4년간 다시 병원 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 기간이 좋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정신과에서 일하며 인간에 대한 이해와 개인적인 발전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원하는 일을 바로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한 번 움추렸다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레지던트 4년 차, ‘꿈에 그리던’ 첫번째 영화를 만들었다. 국내 5개 단편영화제 중 4곳에서 2위 수상한 ‘최소천국’. 단편영화로서는 놀랍게도 컴퓨터 그래픽까지 시도했다. 제작비 1,000만 원은 그의 전세금이었고, 그 이후에는 병원에서 살아야 했다. 당시 충무로의 경직된 구조는 그를 영화계로 이끌어주지 않았지만, 그것을 계기로 MBC에서 구성작가로 일하게 되었다. 레지던트를 마치자마자 시작한 인터넷 비즈니스. 3년간의 시행착오와 성공의 경험은 그에게 확실한 비전과 의지를 만들어주었다. 지난해 여름, 비로소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관심들을 가졌습니다. 물리학이나 철학에도 관심을 가졌고, 의학을 했고, 정신과 의사 생활을 했고, 영화를 했고, TV 드라마도 경험했어요. 그런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사업도 결국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저의 장점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과 비즈니스를 보는 올바른 시각을 동시에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꼽는 21세기의 화두는 ‘건강 의료’와 ‘연예 오락’ 두 가지. 그가 만든 두 회사의 근거가 바로 그것이다. 미래 가치가 가장 큰 기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기쁨이 더 많은 사람의 가치로 확산되어 가는 것은 현재 그의 큰 자랑이다.그는 3년 이내에 회사의 가치를 수조원 대로 만들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1등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조직하고,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했다는 사실로 인한 자신감의 표현일 뿐. “연예 오락과 동영상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업입니다. 컨텐트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저는 위성방송 등 다양한 시스템 하에서 적용될 수 있는 최고의 동영상 컨텐트 시스템을 만들 계획입니다.”건강한 사이버 비즈니스를 위하여그가 생각하는 기업 운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동기 부여’와 ‘인간 중심의 시스템’이다. 개인적 노하우가 최대한 발휘돼야만 조직의 힘도 발휘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정한 기업 가치는 돈 욕심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모였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최근 그는 스타벅스 창업자의 자서전을 읽었다. 단 한 개의 가게로 시작해 세계 최고의 커피 체인 브랜드를 만들어낸 진솔한 이야기에 눈물이 나도록 감동했다. 그 속에, 자신이 원하는 경영자의 모델이 있었기 때문이다.첫째, 빈민가에서 자란 그가 대기업 사장이 되기까지 가장 중요시한 것은 사람이었다. 둘째, 어떤 목표에 도달할 때 혼자서만 하면 외롭고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뜻으로 목표에 도달해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셋째, 그는 주주의 이익과 종업원의 이익을 함께 실현한 사람이었다. 넷째, 말단 사원이나 임원이나 동일한 태도로 대했다.“저 역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만들면서 7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렇게 안 했습니다. 개인적인 경영권 확보보다는 전체 임직원들이 함께 의지를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요즘도 월 15만 원 안팎의 판공비만을 사용한다. 기업을 하며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언제나 자신하는 내용. 그런 CEO의 모습이야말로, 많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그것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이다.“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다양한 목표, 인생관, 가치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 변해갑니다. 하지만 불변하는 건, 한 생을 통해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사는 것이 가장 보람있는 삶이라는 생각입니다. 돈 벌고 성공하는 것보다는, 최대한의 노력을 통해 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기업을 하는 목적입니다.” 20세기 의료의 목적이 질병 치료였다면, 21세기의 그것은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이다. 모든 사람들이 좀더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야말로 모든 의사들이 가져야 할 진정한 자세일 것이다. 이제 enable은 가뜩이나 수식어가 많은 그에게 새로운 이름 하나를 선물하려 한다. 이것은 단지 그가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는 의사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생활과 문화로 승화될 차세대 인터넷 비즈니스를 사이버 비즈니스라 지칭하자. 그렇다면! 닥터 사이버 비즈니스 최석민.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위해 의사라는 이름이 주는 기득권을 벗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사이다. enable은 그가 이제, 우리의 사이버 문화 자체를 건강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비즈니스의 의사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