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인 '리스크파이브(RISC-V)'가 기존 상용 칩셋의 성능을 뛰어넘으며 특이점 돌파를 시작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최근 개발된 RISC-V 기반 칩셋이 인텔 제온과 삼성전자 엑시노스를 성능과 에너지효율성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RISC-V는 2010년 UC버클리에서 개발되기 시작한 RISC 기반 개방형 명령어 집합(ISA)이다. 오픈소스 개념을 채택해 누구나 자유롭게 RISC-V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 제조, 판매할 수 있다.
최근 RISC-V로 개발된 한 '마이크로매직'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클럭 속도 5GHz를 기록했다. 이는 3.2GHz의 인텔 제온 E7 프로세서보다 빠른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RISC-V 칩은 1.1볼트에서 1와트의 전력을 소모한다. 인텔 제온 소비전력의 1% 미만에 불과하다.
이 칩셋의 속도와 전력효율은 ARM홀딩스의 코어로 개발된 삼성전자 엑시노스4보다 높은 것이다.
RISC-V의 데이비드 패터슨 UC버클리 교수는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IBM 메인프레임이 5GHz 제품인데, 이는 수냉이고 구동에 100와트를 소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프로그램 가능한 칩을 언급하면서 "FPGA 분야에서도 약 600MHz이란 인상적 숫자를 들었다"며 "소프트 코어의 경우 꽤 빠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1년 크르스테 아사노비치 현 RISC-V재단 이사회 회장이 처음으로 RISC-V 선언문을 썼을 때만 해도 현재 수준을 달성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패터슨 교수는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한가지는 그것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모든 경쟁을 보게 될 것이란 점"이라고 회상했다.
구글의 유명 엔지니어기도 한 패터슨 교수는 "모든 경쟁으로 디자인 공간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 실현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매직의 RISC-V 칩은 현재 시제품이다. 마이크로매직은 차고의 스타트업이 아니다.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지적재산권 디자인 회사로 25년 간 지역 일대의 모든 대기업에게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작지만 노련한 칩 디자인회사가 5GHz의 프로세서 개발을 해낼 능력을 보였다는 점은 향후 칩 디자인의 르네상스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미국 지디넷은 평가했다.
마이크로매직의 칩셋은 저전력에서 더 빠른 성능을 보였을 뿐 아니라, 벤치마크 점수에서도 인텔과 삼성의 제품을 뛰어넘었다.
임베디드 시스템용 CPU 성능 벤치마크인 '코어마크'에서 마이크로매직의 RISC-V 칩은 1만3천점을 받았다. ARM 기반 엑시노스의 코어당 성능 점수보다 2배 높은 점수다. 인텔 제온은 코어당 2만6천9점으로 명목상 RISC-V보다 높지만, 성능 도달에 더많은 실행스레드인 120개를 사용한다.
마이크로매직의 앤디 황 박사는 "CPU와 메모리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돌파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매직의 설립자인 마크 산토로와 리 타브로는 1990년대 초반 SRAM 메모리칩 특허를 취득했다.
마이크로매직은 RISC-V 시제품에서 고속 메모리와 느린 칩으로 생겨나는 병목 현상을 제거한다.
앤디 황 박사는 "인텔 칩의 복잡한 명령어세트 아키텍처인 CISC, ARM 칩의 RISC 버전과 달리 RISC-V는 개방형이기 때문에 칩 설계 단에서 병목 현상을 해결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칩의 명령어가 잠겨있다면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드로이드와 iOS의 대립 구도로 비유했다.
그는 "내 아들에게 왜 애플보다 삼성 스마트폰을 선호하는지 물어보면, 뭔가 변경을 원할 경우 프로그래밍을 친구 중 한명에게 대신해달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안드로이드는 iOS와 달리 개방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의 모든 성공을 패터슨 박사 덕분으로 돌리는 이유"라며 "그는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세련된 RISC 아키텍처를 창조했으며, 우린 그를 성 패터슨이라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매직은 명령어 세트를 다루는 능력뿐 아니라 경제적 요소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CISC나 ARM 명령어 세트는 1천개 이상의 명령어를 갖는다. 반면, RISC-V는 100개 미만의 명령어를 가졌다.
RISC-V 명령어세트가 간단하기 때문에 마이크로매직은 특별한 조정없이 표준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해 칩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는 동일 웨이퍼에서 여러 다른 칩이 제조공정을 공유하는 셔틀런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웨이퍼 비용이 여러 이해당사자와 공유되므로 훨씬 더 저렴해진다.
데이비드 패터슨 교수는 "보통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조정된 맞춤형 ASIC 생산에 1억달러를 얘기한다"며 "마이크로매직은 칩 생산에 1억달러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RISC-V 활용은 ARM 라이선스 지불에 따른 부담이 없기 때문에 셔틀런 이용을 더 쉽게 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또, RISC-V는 현대 제조산업에서 많이 나타나는 소량생산 방식을 촉진할 수 있다.
이같은 경제적 측면은 ARM 소유권 변화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올해 엔비디아는 400억달러에 ARM을 인수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ARM의 IP 로열티를 거둬들이게 하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칩 명령어의 개발 로드맵을 독점하게 한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대안을 찾는 업계의 시선을 만들어내고, RISC-V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패터슨 교수는 "엔비디아는 RISC-V 생태계의 일원이며 이 기술을 진심으로 지지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RISC-V를 종종 학문적 아이디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며 "그리고 독점적인 명령어 세트를 사고 팔 수 있는 게 입증됐을 때 이는 개방형 아키텍처에 대한 또 다른 주장이 된다"고 말했다.
앤디 황 박사는 "마이크로매직이 간략한 칩을 발표한 이후 기술 대기업에서 접촉했다"며 "4조 달러 규모의 상장 기업 중 2곳에서 이미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이나 구글이 RISC-V 칩을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혁신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구글은 이미 모바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를 소유하고 있고, 모든 모바일 이용자가 가장 전력 효율이 높고 성능이 뛰어난 오픈 소스 RISC 코어를 소유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최신 애플워치를 밤새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거래의 유무에 관계없이 마이크로매직은 RISC-V IP를 점점 더 많은 설계에 적용해 세계의 전력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CPU 시제품이 혁명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인텔과 다른 업체의 실제 출하 제품과 비교하면 완성된 칩 설계에 더 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RISC-V를 둘러싼 기업의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RISC-V 협력을 발표 한 기업은 적은 수지만 증가하고 있다.
패터슨 교수는 "생각할 수있는 모든 제품, 데이터 센터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RISC-V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모퉁이를 돈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전 '왜 RISC-V를 사용하게 될까'에서 '왜 RISC-V를 사용하지 않을까'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RISC-V 생태계서 두드러진 기업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싸이파이브(SiFive)'다. 이 회사는 수년 동안 RISC-V 기반의 칩 IP를 개발해 왔다. 지난 8월 AI 및 엣지 컴퓨팅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맞춤형 칩을 생산하는 전담 사업부 '오픈파이브'를 설립했다. 아사노비치 교수가 싸이파이브의 수석 설계자다.
타이완의 임베디드 프로세서 제조업체 '안데스테크놀로지(Andes Technology)'도 있다. 이 회사는 수년에 걸쳐 전자 제품 제조업체에 수십억 개의 CPU 설계를 판매했다.
지난달 싸이파이브와 안데스테크놀로지는 칩 기술 컨퍼런스 인 린리폴프로세서컨퍼런스에서 RISC-V를 사용하는 AI 용 칩 설계를 새롭게 발표했다.
싸이파이브는 상위 10 개 반도체 제조업체 중 6 개 회사를 포함해 80 개 이상의 회사와 함께 200 개가 넘는 설계 상을 받았다. 싸이파이브는 FADU, 화미, 퀄컴, 삼성, 시냅틱스 등에서 설계 우승을 차지했고, 현재 수천만 개의 코어를 출하하고 있다.
안데스는 이번 달 분기 보고서에서 올해 매출의 3분의1이 RISC-V 기반 부품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은 모두 생태계의 세 번째 연례 기술 모임인 다음 달 RISC-V 서밋을 후원한다. 이 행사는 화웨이, 자일링스, 퀄컴, IBM 등과 표준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750 개 이상의 조직을 대표하는 비영리 기업인 RISC-V 국제협회에서 후원하고 있다. 아사노비치 교수가 그룹의 의장이고, 패터슨 교수가 부의장이다.
RISC-V 성공이 입증되더라도, 현재 그 사용 범위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RM과 기타 상용 기술 제공 업체는 라이선스 사용자와 계약서를 만들지만, RISC-V 사용자는 공개 의무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RISC-V 국제협회가 공급 업체에 자발적으로 사용을 공개하도록 요청할 뿐 강요하지 않는다.
패터슨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RISC-V 사용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로매직 등의 기술적 진보는 RISC-V의 영향이 매우 거대해질 수 있다는 점을 패터슨 교수와 다른 사람들에게 시사한다.
최근 패터슨 교수는 RISC-V 제작 10 주년을 기념하는 가상 축하 행사를 제작하기 위해 비디오를 통해 공동 작업자와 일련의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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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교수는 "한 협력자는 놀라운 관점을 제시했다며 "5년 또는 10년 안에 RISC-V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명령어 세트가 될 수 있다"고 그 협력자의 말을 전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미친 것 같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