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디자인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매립형 도어 손잡이가 안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평소에는 공기저항을 줄이고 외관을 깔끔하게 만드는 장치지만, 충돌이나 화재로 전원이 끊기는 순간 탑승자 탈출과 신속한 인명 구조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규제 움직임과 국내 제도 현황, 주요 전기차의 비상 개방 구조까지 두 편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주]
국내에서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매립형 도어 손잡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비상 상황에서 문을 여는 방식은 차종별로 천차만별이다. 같은 매립형 손잡이라도 전원이 끊겼을 때 평소 사용하던 손잡이로 문을 열 수 있는 차량이 있는 반면, 별도 비상 레버나 기계식 케이블을 찾아야 하는 차량도 있다.
전기차 도어 안전성을 따질 때는 외부 손잡이와 실제 문을 열어주는 래치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차체 안으로 들어가는 '오토 플러시 핸들'은 외부 손잡이의 형태와 작동 방식이고, 전자식 래치는 버튼이나 센서의 전기 신호를 받아 문 잠금장치를 풀어주는 구조다. 매립형 손잡이를 쓴다고 모두 전자식 래치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내도 매립형 손잡이 확산…전원 끊기면 '수동 개방'이 관건
현재 국내 판매 사양을 기준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6·9와 기아 EV4·EV5·EV6·EV9, 제네시스 GV60 등 주요 전기차에는 차량 잠금 해제 시 자동으로 돌출되는 오토 플러시 타입 외부 손잡이가 적용돼 있다. EV3는 1열에 오토 플러시 손잡이를 적용한다. 다만 같은 차종이라도 연식과 트림에 따라 수동식 또는 전동식 손잡이가 적용될 수 있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도 차체와 평평하게 맞닿는 플러시 타입 손잡이를 사용한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오토 플러시 손잡이와 달리 손잡이의 넓은 부분을 누르면 반대편이 회전해 나오는 수동 조작 방식이다.
외부 오토 플러시 손잡이는 평상시 전동으로 자동 돌출된다. 현대차와 기아 공식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아이오닉5·6·9와 EV4·EV6·EV9 등은 배터리 방전 등으로 전동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손잡이 앞부분을 눌러 뒤쪽을 수동으로 꺼낼 수 있다. 문이 이미 잠금 해제된 상태라면 수동으로 손잡이를 꺼낸 뒤 당겨 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손잡이를 밖으로 꺼낼 수 있다는 것과 잠긴 문을 외부 구조자가 바로 열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문이 잠겨 있다면 손잡이를 수동으로 돌출시켜도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풀리지는 않는다.
제조사 설명서는 배터리가 방전돼 전자식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스마트키 안에 있는 비상키로 운전석 문을 잠금 해제하도록 안내한다. 기계식 비상키로 직접 잠그거나 열 수 있는 문도 기본적으로 운전석 문에 한정된다.
따라서 충돌 후 문이 잠긴 상태에서 저전압 계통까지 작동하지 않으면 비상키가 없는 외부 구조자는 일반적인 손잡이 조작만으로 문을 열기 어렵다. 이 경우 구조대는 유리를 깨거나 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등 별도의 구조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현대차·기아, 평소 쓰던 실내 손잡이로 탈출
실내 비상 개방 방식에서도 제조사별로 차이가 나타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주요 전기차는 차량 내부에서 평소 사용하는 실내 도어 핸들을 통해 전원 상실 때도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설명서상 운전석 또는 앞문은 실내 손잡이를 한 번 당기면 잠금이 해제되면서 문이 열린다. 일부 차종의 동승석과 뒷문은 손잡이를 한 번 당겨 잠금을 해제한 뒤 다시 당겨 문을 여는 방식이다. 다만 어린이 보호 잠금이 설정된 뒷문 등은 실내에서 열리지 않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주요 전기차 모델은 운전자가 안에서 전기가 끊겨도 평소 사용하는 도어 핸들로 문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처럼 전원이 없을 때만 사용하는 별도의 실내 비상 레버를 찾아야 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충돌 때는 자동 잠금 해제 기능도 작동한다. 현대차와 기아 사용설명서는 충격으로 에어백이 전개되면 모든 도어의 잠금이 자동으로 해제된다고 안내한다.
다만 도어 잠금 해제와 외부 손잡이 자동 돌출을 동일한 기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부 기아 차종 설명서에는 충돌방지 기능이 작동할 경우 탑승자 구조를 위해 외부 손잡이가 돌출될 수 있다고 안내돼 있지만, 모든 차종에 해당하진 않는다.
외부 손잡이의 자동 돌출 기능 자체가 전력 공급에 의존한다는 점도 변수다. 제조사 설명서가 배터리 방전 시 손잡이를 수동으로 꺼내는 방법을 별도로 안내하는 것도 저전압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전동 돌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외부 구조 문제는 매립형 손잡이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며 "일반 내연기관차도 문이 잠겨 있고 내부 탑승자가 직접 열 수 없는 상태라면 구조대가 유리를 깨거나 문을 강제로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저전압 끊기면 별도 비상 레버 찾아야
테슬라는 실내 비상 개방 방식에서 현대차·기아와 차이를 보인다. 모델3와 모델Y는 평상시 실내 도어 핸들 위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 전동식으로 래치를 해제한다. 저전압 전력이 정상적으로 공급될 때는 버튼 하나로 문을 열 수 있지만 전력이 없으면 별도의 기계식 비상 해제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앞문에는 창문 스위치 주변에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수동 개방 레버가 마련돼 있다. 다만 뒷문 비상 해제장치는 차종과 연식, 생산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2017∼2023년형 모델3는 사용자 설명서상 탑승자가 사용할 수 있는 수동 도어 해제장치가 앞문에만 있는 것으로 안내됐다. 2024년 이후 모델3 설명서는 뒷문 수동 개방 방법도 안내한다. 최신 설명서에는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약 2025년 2월 이후 생산된 차량의 경우 뒷문 수납공간 하단 커버를 열고 기계식 해제 케이블을 당기도록 안내돼 있다.
2020∼2024년형 모델Y는 뒷문 수동 해제장치가 적용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이 함께 존재한다. 해당 장치가 있는 차량은 뒷문 수납공간 매트를 제거하고 접근 덮개를 제거한 뒤 안쪽의 기계식 케이블을 당겨야 한다. 2025년 이후 모델Y 설명서는 앞문의 수동 해제 레버와 뒷문의 기계식 해제 케이블을 모두 안내하고 있다.
차량 구조를 숙지하지 않은 탑승자가 충돌이나 화재 같은 긴급 상황에서 수납공간이나 덮개 아래에 있는 비상 장치를 즉시 찾아낼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되는 이유다.
외부 구조 측면에서는 손잡이의 자동 돌출 여부뿐 아니라 전원 상실 뒤에도 구조자가 기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충돌 직후 자동 잠금 해제나 손잡이 돌출 기능이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더라도 저전압 계통이 손상되면 정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전원 상실 때 손잡이를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지, 손잡이를 꺼낸 뒤 잠긴 문을 어떻게 해제하는지, 탑승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실내 비상 개방장치를 찾을 수 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사람이 긴급한 상황에서는 본능적으로 손잡이를 당기게 된다”며 “전기식 장치뿐 아니라 기계적으로도 열 수 있는 이중 개방 구조를 갖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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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손잡이가 충돌 때 자동으로 튀어나온다고 해도 결국 그 힘은 전기 에너지에서 나온다"며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손잡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구조대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계식 개방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매립형 손잡이도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문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며 "119 구조대원이 어떤 상황에서도 손잡이에 쉽게 접근해 문을 개방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