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도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국산 AI 기업들이 국방을 새 전장으로 택했다. 정부 프로젝트에서 검증대에 올랐던 자체 모델 역량을 보안과 데이터 주권 수요가 뚜렷한 군으로 옮긴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1일부로 국방 인공지능 전환(AX)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직속으로 신설된 이 TF는 사업 개발과 전략, 기술 지원, 개발 인력을 묶은 프로젝트형 조직이다. 군 현장에 맞춤형 AI 시스템 구축을 돕는 현장 밀착형 엔지니어(FDE)도 이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는 이번 조직 신설을 단순한 군 전용 AI 모델 개발에서 나아가 국방 AX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사업 포석으로 본다. 국방 AI가 모델 단독 공급보다 폐쇄망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보안 체계를 함께 요구하는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시리즈와 텍스트·이미지·음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옴니모달에 자체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역량까지 갖췄다. AI 모델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묶어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엔씨 자회사 NC AI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모듈형 로봇 시스템' 국책 연구개발 과제에서 현대로템과 함께 최종 사업자로 최근 선정됐다. 이 사업은 미래 전장에서 다종·다중 무인 로봇을 통제하고 현실과 가상의 격차를 줄이는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NC AI는 이 과제에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의 핵심인 '월드모델' 개발을 총괄한다. 월드모델은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무인 로봇이 실제 전장에 나왔을 때 생기는 '시뮬레이션-현실 격차'를 줄이는 기술이다. 회사는 지난 3월 글로벌 최고 성능 모델의 4분의 1 수준 그래픽처리장치(GPU)만 쓰고도 핵심 18개 태스크에서 엔비디아 '코스모스'와 근접한 성공률을 낸 경량화 월드모델을 공개했다.
두 회사에는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지난 1월 독파모 1차 단계평가에서 나란히 2차 진출 정예팀에 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평가를 합산해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를 2단계에 올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종합 점수로는 상위 4개팀에 들었지만 독자성 기준을 넘지 못했다. 추론을 담당하는 핵심부는 자체 기술이었음에도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비전 인코더 일부에 외부 오픈소스를 쓴 점이 발목을 잡았다. 회사는 탈락 이후에도 연구 개발을 이어가 자체 비전 인코더 개발을 마쳤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 자립성과 보안성은 국방이 요구하는 조건과 맞닿아 있다. 이번 국방 AX 조직 신설도 그 연장선으로 읽힌다.
NC AI의 경우는 결이 다르다. 독파모 정예팀 시절부터 게임과 제조, 국방을 아우르는 산업 특화 모델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회사는 현대로템과의 국책과제 수주를 방위산업에서 거둔 첫 대형 성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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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은 군사 기밀과 안보 데이터를 다루는 특성상 외산 AI 의존을 줄이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해야 하는 대표적인 소버린(주권) AI 시장으로 꼽힌다. 자체 모델과 인프라를 보유한 사업자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방 AI는 펀진과 코난테크놀로지, 마키나락스 등 여러 AI 기업이 일찌감치 주목한 영역"이라며 "자체 모델로 정부 검증을 거친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국방이 국산 AI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