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모양을 닮은 화성의 위성 데이모스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헤라 소행성 탐사선이 촬영한 근접 이미지를 활용한 새로운 연구에서 데이모스가 단 한 번의 강력한 소행성 충돌로 인해 현재 형태를 갖게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CNN 등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지름 약 12㎞인 데이모스는 화성에서 2만4000㎞ 떨어져 있다. 19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바이킹 탐사선이 데이모스를 처음 관측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위성은 또 다른 화성의 위성 포보스와 달리 분화구와 균열이 많지 않고 매끄럽고 먼지가 많은 표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데이모스 남극 주변에는 산맥 사이에 자리 잡은 안장 모양의 거대한 함몰 지형이 있다. 이 지형의 지름은 약 10㎞에 달한다. 가장 최근의 근접 이미지는 ESA의 헤라 탐사선이 2025년 3월 화성을 근접 비행하는 과정에서 촬영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데이모스 남극의 함몰 지형과 먼지가 많은 표면이 한 차례의 거대한 소행성 충돌로 형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단 한번의 충돌로 지금의 지형 만들어졌을 가능성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아스트로노미’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헤라 탐사선이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와 충돌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단 한 차례의 대형 소행성 충돌이 데이모스의 형태를 크게 바꿨으며, 이 과정에서 극지방의 거대한 함몰 지형과 위성 전체를 뒤덮은 먼지 이 형성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는 올해 말 발사 예정인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화성위성탐사(MMX)’ 임무를 통해 검증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측도 제시했다. MMX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상세하게 관측해 두 위성의 형성 과정과 시기를 밝히고, 포보스에서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주요 저자인 사비나 라두칸 스위스 베른대학교·국제우주과학연구소(ISSI)·브뤼셀 공과대학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일본 MMX 임무에 중요한 구체적인 예측을 제공한다”며 “이를 통해 MMX가 탑재 장비와 궁극적인 샘플 수집을 통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20m 소행성과 충돌
연구진은 먼저 베른대학교에서 개발한 평활 입자 유체역학(SPH) 충돌 코드를 활용해 데이모스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충돌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했다. 이 코드는 20년 이상 개발돼 온 것으로, 소행성이나 혜성, 행성 등 천체 간 충돌을 시뮬레이션하고 수백만 개의 개별 입자를 분석해 충돌 과정과 결과를 재현한다. 이를 통해 천체의 밀도와 중력, 구성 물질의 강도 등 충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약 100차례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으며, 각각의 시뮬레이션에는 약 일주일이 소요됐다. 그 결과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지름 약 320m의 소행성이 빠른 속도로 데이모스에 약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충돌했다는 것이었다.
충돌로 데이모스가 산산조각 나지는 않았지만 남극에 거대한 함몰 지형이 만들어졌고, 동시에 막대한 양의 물질이 표면 곳곳으로 흩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이 데이모스의 울퉁불퉁했던 표면을 광범위하게 덮으면서 일부 지역에는 최대 200m 두께의 퇴적층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데이모스가 현재 포보스보다 훨씬 매끄럽고 먼지가 많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연구 공동 저자인 마르틴 유치 베른대학교 우주연구•행성과학부 수석 연구원은 “이번 시뮬레이션은 단 한 번의 충돌만으로도 데이모스의 현재 지형을 결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충돌은 물질을 위성 전체에 재분배할 만큼 강력했지만 데이모스를 산산조각 낼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헤라 탐사선이 촬영한 이미지에서는 두꺼운 먼지층 아래에 과거에 형성된 오래된 분화구의 흔적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데이모스가 더 단단한 구조였다면 충돌로 발생한 충격파가 위성 전체로 강하게 전달돼 기존 표면 지형을 대부분 파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데이모스 내부가 균열이 많고 다공성인 구조이기 때문에 충격 에너지가 분산되면서 위성 자체는 파괴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데이모스의 기원, 향후 MMX 임무서 밝혀지길 기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기원을 둘러싼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다. 두 위성이 과거 화성에 충돌한 천체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로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화성의 중력에 붙잡힌 소행성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측 자료와 컴퓨터 모델에 따르면 데이모스의 내부는 매우 다공성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달처럼 단단하게 결합된 천체보다는 중력으로 느슨하게 뭉쳐 있는 ‘파편 더미’ 형태의 소행성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데이모스의 내부 구조가 소행성과 유사하다는 사실만으로 데이모스가 반드시 포획된 소행성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화성에 거대한 충돌이 발생했을 때 방출된 물질이 뭉쳐 형성됐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MMX 임무는 이 같은 데이모스와 포보스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를 밝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위성에 대한 정밀 관측을 통해 형성 과정과 구성 물질을 분석하면 태양계 초기 행성 주변에서 천체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충돌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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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X는 2027년 포보스에 도착해 약 2년 동안 표면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샘플 채취 지점을 선정한 뒤 데이모스 관측에 나설 예정이다. 포보스에서 채취한 샘플은 2031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이번 연구 결과가 MMX의 실제 관측과 샘플 분석을 통해 확인된다면,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데이모스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