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못 쓰자 점수 반 토막 난 아이비리그…국내 대학가도 우려

브라운대학, 대면시험 전환 뒤 평균 96점→48점 급락…AI 단순 차단 아닌 평가 혁신 필요

컴퓨팅입력 :2026/07/13 10:17

미국 아이비리그 브라운대학교에서 비대면 시험을 대면시험으로 전환하자 평균 점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과도한 의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AI 확산 시대에 맞는 교육·평가 방식과 학습 성취도 검증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가에서도 생성형 AI 활용 확산에 맞춘 새로운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원격으로 진행된 시험을 대면으로 바꾸자 성적이 절반으로 하락했다(이미지=제미나이)

로베르토 세라노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브라운대 캠퍼스 총격 사건 이후 학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2026년 봄학기 경제학 과목의 중간고사를 자택시험 형태로 진행했다.

그 결과 중간고사 평균은 100점 만점에 96점, 만점자는 40명에 달했다. 그러나 교수 측은 학생들의 답안이 지나치게 정교하고 문체 역시 유사하게 복잡하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겼다.

세라노 교수는 "해당 과목은 평소 수강생이 30명을 넘지 않는 고난도 수업으로 과거 중간고사 평균 점수는 65~80점 수준이었다"며 "그런데 자택시험으로 전환한 뒤 수강생이 86명으로 늘었고 시험 성적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험 문제를 챗GPT에 입력해 본 결과 학생 답안과 유사한 표현과 전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시험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라노 교수는 학생들의 실제 이해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기말고사를 대면시험으로 전환했다. 그는 기말고사 성적 분포가 중간고사와 비슷할 경우 중간고사 점수를 인정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중간고사를 무효 처리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이후 학생 18명이 수강을 철회했고 9명은 기말고사에 응시하지 않았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간고사 만점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실제 시험에 응시한 학생 평균 점수는 48점으로 떨어졌다. 자택 수행형 시험과 대면시험 사이 점수 격차가 지나치게 컸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강의의 성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AI가 학습 보조도구를 넘어 평가 체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해 답안을 완성할 수는 있지만 학생이 실제 내용을 이해했는지 스스로 사고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국내 대학가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과제 초안 작성, 발표문 정리, 자료 요약, 번역, 코딩 보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형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학 현장에서는 AI 활용을 교육 혁신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시각과 함께, 과제와 시험의 진실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은 AI 윤리 가이드라인과 생성형 AI 활용 지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생성형 AI가 학습 과정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변화한 교수·학습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두현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많은 대학이 수업에서 AI를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지, AI를 활용한 과제와 프로젝트의 진실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실제 교육 효과는 있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제물이나 텀프로젝트를 AI로 수행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대학들이 AI 활용 범위와 평가 기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학장은 해법이 단순한 금지에 있지는 않다고 봤다. 그는 AI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교육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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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시한 대안은 AI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신 AI를 활용한 이후에도 학생이 실제로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평가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문제 해결 과정에서 AI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학생이 자신이 도출한 답을 직접 설명하고 동료 평가나 구술 검증을 거치도록 설계하면 학습 효과와 진실성 검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학장은 "문제를 제시하고 AI를 활용해 해결하도록 하되 학생이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동료 평가나 구술 검증을 거치게 하면 학습 효과와 진실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며 "AI 사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학생의 이해와 판단 과정을 검증할 수 있도록 평가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