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다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파쇄하지 않고 전기화학 용액에 담가 초기 성능의 95%까지 회복시키는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됐다.
과학매체 뉴아틀라스는 코넬 대학교 연구진이 기존의 배터리 재활용 방식 대신 배터리 전극을 있는 그대로 재생하는 전기화학적 공정을 개발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공정은 기존 배터리 제조 비용을 56%까지 절감할 수 있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모두 갖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앤 인바이런멘탈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EES)'에 실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전극 표면에 '고체 전해질 계면(SEI)'이라는 층이 형성된다. 초기 배터리 작동에는 얇은 SEI 층이 필수적이지만, 수백에서 수천 번의 사이클을 거치면 이 층이 점차 두꺼워져 저항이 증가하고 배터리 용량이 감소한다. 이는 배터리 열화의 가장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전기차(EV)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과 전극 구조가 대부분 온전함에도 불구하고 용량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폐기되곤 한다.
현재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대부분 재활용 시설로 향한다. 그러나 기존의 재활용 공정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킨 뒤 셀 단위로 분해하고, 이를 잘게 쪼개 가루로 분쇄한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 조각을 걸러내면 검은색 분말 형태의 물질인 '블랙 매스(Black Mass)'가 남는다. 이후 고온을 이용하는 '건식 제련'이나 화학 용액으로 녹이는 '습식 제련'을 통해 핵심 광물을 최종 추출하는 단계를 거친다.
배터리 파쇄 없이 전극만 분리한 후 용액 담궈 SEI 층만 녹여
연구진은 배터리 성능 저하의 주범인 '두꺼워진 SEI 층'이 전극 표면을 덮고 있을 뿐, 전극의 기본 구조 자체를 손상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방식처럼 멀쩡한 전극 구조를 통째로 으깬 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다시 전극을 만드는 것은 에너지가 낭비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구진은 '직접 전극 간 재생(Direct Electrode-to-Electro-Regeneration, DEER)'이라 불리는 새로운 공정을 제안했다. 이 공정은 폐배터리를 파쇄하지 않고 온전하게 전극을 분리한 뒤, 이를 금속 집전체(Current Collector)에 연결한 채 '1,3-디메틸-2-이미다졸리디논(1,3-dimethyl-2-imidazolidinone)' 용액에 담근다.
이 용액은 전극의 성능을 가로막던 두꺼운 SEI 층만 선택적으로 녹여내 전극을 새것과 같은 상태로 되돌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극 표면에 얇은 '불화리튬(Lithium Fluoride)' 층이 형성되는데, 이는 전극을 안정화하고 향후 SEI 층이 과도하게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덕분에 재생된 전극으로 만든 배터리는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사이클 안정성을 보였다.
약 95% 회복률…셀 제조 비용도 56% 절감
연구 책임자인 비바 칼라 코넬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배터리를 파쇄하거나 분말로 만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리해 새 배터리에 다시 넣는 방식"이라며, "용해 과정이 용량 회복의 핵심이며 약 95%의 회복률을 보인다. 순환 고리를 엄청나게 단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폐배터리 5년 뒤 쏟아진다…"2040년 100조원 이상"2026.02.22
- '1만 4000mAh 배터리' 초강력 스마트폰 나오나2026.06.25
- '높이 13m' 세계 최대 모래 배터리 화제…어떻게 작동하나2025.08.30
- "충전 없이 50년"…꿈의 배터리 개발, 어디까지 왔나2026.04.04
연구진은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리셀 센터가 개발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DEER 공정의 경제성과 환경적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기술은 기존 배터리 재활용 방식 대비 셀 제조 비용을 56%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복잡한 추출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비용·노력·시간·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해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과 물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향후 연구진은 리튬 손실 등 다른 형태의 배터리 열화 메커니즘까지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칼라 교수는 "현재 우리가 처리하는 폐배터리는 초기 성능의 70~80%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에서 버려지는 배터리의 전형적인 수준"이라며, "다른 열화 원인들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다면 배터리의 수명을 더욱 극적으로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