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출 논란...철회 목소리↑

윤 전 대통령 탄핵과 공공보험 부정적 견해 문제 삼아… 인요한 "의사로서 헌신하고 싶던 분야"

헬스케어입력 :2026/06/24 16:53    수정: 2026/06/24 18:20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대한적십자사가 32대 회장으로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을 선출해 반발이 거세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와 의료민영화 등에 대한 견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22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전 연세대학교 국제진료센터 인요한(남, 66세) 교수를 제3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공공보건의료 활동, 북한 결핵 퇴치 및 의료 장비 지원 등의 경험을 토대로 대한적십자사 사업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평가받았다는 설명이었다.

인요한 전 연세대학교 국제진료센터 교수( 제공=대한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회장은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인준이 필요한데,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인준 중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적 발언도 논란이지만, 대한적십자사의 공공의료에 반하는 의료민영화 주장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적십자사 역시 이런 논란을 우려한 듯 배포한 자료의 제목에 전 국회의원이 아닌 ‘前 연세대학교 국제진료센터 교수’라고 명기했다. 적십자사는 의료·인도주의 분야 경력을 높이 평가해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 다른 결을 보였던 선출자의 대통령의 인준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혈액 공공성·적십자병원 역할·지역 공공의료 강화에 부합하지 않는 인선이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선출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가 인요한 전 의원에 대한 회장 선출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대통령 역시 인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적십자사는 인도주의와 생명,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관이다. 동시에 혈액사업, 적십자병원, 재난구호, 국제 인도주의 협력을 수행하는 보건의료 실무 기관"이라면서 "그 수장의 자격은 정치적 상징성이나 통합 인사의 명분이 아니라, 이 공적 책무를 실제로 감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로 판단돼야 한다. 그 기준에서 볼 때 인요한 전 의원의 선출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영등포 본사

특히 “인요한 전 의원은 2009년 국회 의료선진화 정책토론회와 언론 기고·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의 공적 성격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민간의료보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또 2012년에는 영리법인 병원 도입 필요성을 언급해 의료민영화 논란을 불러온 인물이기도 하다”며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할 시점에 공공의료 강화와 거리가 먼 인식과 이력을 가진 인물을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세우는 것은 잘못된 신호”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대한적십자사의 사업과 역할을 심사숙고한 인선이라면, 그 결과는 혈액 공공성과 지역 공공의료 강화에 부합하는 인물이어야 했다”면서 “이번 문제를 계엄 국면의 발언이나 한 개인의 자격 논란에만 가두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인선이 의료개혁의 방향과 충돌한다는 점으로 정부가 이번 인선을 ‘통합’과 ‘실용’의 이름으로 설명한다 해도 통합이라는 말이 공공성 후퇴의 가림막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혈액사업의 공공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적십자병원이 지역 공공의료의 한 축으로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감당해야 할 핵심 책무며, 의료개혁의 흐름을 회피하거나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생명안전의 원칙에 따라 공적 역할을 분명히 세워야 하는 자리”라며 “이번 인선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 해체, 영리병원 도입 주창자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가’라며 인준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실용주의’와 중도보수 확장을 내걸었지만 실패하고 지지층에게조차 외면당하고 있음에도 이제는 선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이해하고 탄핵에 반대한 사람이 인도주의 업무를 맡은 적십자사의 수장이 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친윤 인사일 뿐 아니라, 의료 민영화와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한 친기업, 시장주의자이기도 하다”며 “건강보험은 사회주의적 경향이 강해서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영리병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최악의 인사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과 부합한단 말인가”라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인준 중단을 촉구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조국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 인요한 대한적십자총재 인준 거부 검토해야’라는 논평을 통해 “인요한 전 의원은 2024년 3월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취임 일성으로 ‘진보(세력이)가 공산주의를 다시 또 하려고 한다’며 색깔론을 펼쳤다. 또 ‘윤 대통령을 가슴으로 이해한다’며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해 온 인사”라며 “23일 인요한 전 의원은 12.3. 계엄은 불법이고 잘못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전제는 영전과 이익을 약속받기 전이어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요한 대한적십자총재 인준을 거부할 것을 검토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의사출신 한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4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요한 전 의원의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인도주의와 생명,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관인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공공성, 그리고 국민 통합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이 막중한 자리에 인요한 전 의원을 앉히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와 무관한, 순수한 인도주의를 실천하기에는 인요한 전 의원이 걸어온 길과 선택한 길이 너무나도 정치적이었다“며 “안전주의를 선택했던 인 전 의원이 대한적십자사회장으로 선출된다는 것은 적십자사가 지향하는 인도주의의 가치와 그리고 인권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인요한 전 의원에게 대한적십자사 회장직에서 사퇴하시기를 부탁을 드린다”고 밝혔다.

전종덕 진보당 국회의원 역시 실용주의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내란 세력을 비호하고 의료민영화를 주장해 온 인사를 대한적십자사 수장에 앉히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국민 상식과 눈높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인사”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전 의원은 “인요한 전 의원은 과거 국민건강보험의 공적 역할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민간의료보험 확대를 주장해 왔다”면서 “2009년 국회 의료선진화 정책토론회와 언론 기고·인터뷰 등에서는 공공의료보다 시장 중심의 의료체계를 강조했고, 2012년에는 영리법인 병원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을 옹호하고 의료의 공공성보다 시장 논리를 강조해 온 인사를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한 것은 적십자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기관의 공공성과 국민적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는 인요한 전 의원에 대한 회장 선출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대통령 또한 국민 생명과 안전, 공공성을 책임지는 대한적십자사 수장으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국민적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인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인요한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출자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인도주의 사업은 130년간 저의 선조들이 걸어오신 길이자, 제가 평생 의사로 살아오면서 늘 헌신하고 싶었던 분야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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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는 지난해 12월 국회의원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평범한 시민이자 본업인 의사로 돌아왔다. 불법 계엄으로 초래된 헌정질서 훼손과 국민적 불행에 대해, 천 가지 말 대신 '의원직 사퇴'라는 하나의 행동으로 소신을 실천했다”면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외신기자들의 통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고초를 겪었기에,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잘못된 계엄이 얼마나 큰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 선출자는 ”대한적십자사는 정치와 무관하게 순수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기관이며 이를 이끄는 회장은 혈액 사업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소외된 이웃을 보듬으며, 어려움에 처한 북한 동포 지원과 인도주의적 국제 협력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세심하게 살피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평범한 시민이자 의사인 저를 이 자리에 선출해 주신 것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우리 사회를 적십자 정신으로 더욱 따뜻하게 만들고 국민 통합에 기여하라는 소명으로 믿고,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직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