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은 부모나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감정을 교감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람의 시선은 신뢰하는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선은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매체 어스닷컴은 최근 이탈리아와 일본 공동 연구진이 3~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안토넬라 마르케티 밀라노 성심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학과장을 중심으로 양국 연구진이 수행했으며, 아동과 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의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차일드-컴퓨터 인터랙션’에 발표됐다.
로봇 시선은 ‘기계적 움직임’으로 인식
연구진은 3~5세 이탈리아 어린이들에게 서로 다른 두 명의 관찰자가 등장하는 짧은 영상을 보여줬다. 한 명은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얼굴과 움직이는 눈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아이들은 먼저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물체를 본 뒤, 사람 또는 로봇이 그 중 한 물체만 바라보는 장면을 관찰했다. 이후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관찰자가 어느 물체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지 질문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사람이 특정 물체를 바라보면 아이들은 그 시선에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하고 그 사람이 바라본 물체를 좋아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하지만, 로봇이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물체를 바라봤을 때는 달랐다. 아이들은 로봇의 시선을 특정한 의도나 선호를 나타내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생후 1년 된 영아들이 로봇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사람의 시선처럼 학습 단서로 활용하지는 않는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나이가 더 많고 언어 능력이 발달한 3~5세 어린이들은 이런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심지어 5세 아동들조차 로봇의 시선을 의미 없는 기계적 움직임으로 인식했다. 로봇이 장난감을 바라보더라도 무언가를 원하거나 좋아한다는 신호로 해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마음 이론(Theory of Mind)’과 연관 지어 설명했다.
마음 이론은 다른 사람도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누군가가 쿠키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은 쿠키를 먹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추론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아이들은 로봇에게는 이러한 마음 상태를 부여하지 않았다. 로봇이 어디를 바라보는지는 정확히 인식했지만, 그 행동 뒤에 감정이나 욕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타인의 시선, 자신의 취향까지 바꾸지는 못해
연구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도 확인됐다. 사람과 로봇 모두 아이들의 기존 선호도를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특정 장난감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이해했지만, 자신도 그 장난감을 원하게 되지는 않았다.
즉, 타인의 시선은 아이들에게 “저 사람은 저걸 좋아하는구나”라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은 했지만, 자신의 취향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힘까지 갖고 있지는 않았다.
이는 흔히 생각하는 ‘관심의 전염 효과’가 어린아이들에게는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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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로봇에 인간과 비슷한 눈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설득력 있는 존재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르케티 교수는 “시선과 같은 인간의 신호 하나만 모방하는 것으로는 아이들이 로봇을 진정한 소통 상대라고 느끼게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언어, 몸짓, 상호 반응, 함께 경험하는 순간 등 보다 풍부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아이들이 로봇을 의미 있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