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앞 개발 영향평가 받아라"…국가유산청, 서울시에 첫 행정명령

허민 청장 "인가 강행 시 추가 조치"…서울시·SH에 '영향평가' 이행 지시

생활/문화입력 :2026/05/11 09:11

국가유산청이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의 고층 재개발 사업을 두고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이행을 촉구하며 사상 첫 행정 조치에 나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가치를 보전하고 고층 개발로 인한 경관 훼손을 막으려는 강력한 행정권 행사로 풀이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 6일 서울시와 종로구청,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측에 '세계유산 종묘와 그 역사문화환경 보호에 필요한 조치 이행 명령'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하달했다.

해당 공문에서 유산청은 사업시행자인 SH를 향해 재개발 사업이 종묘에 미칠 영향을 먼저 평가한 뒤 이를 토대로 사업시행변경계획을 보완할 것을 명령했다. 아울러 인허가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종로구에는 이 같은 평가와 검토 절차가 모두 끝난 이후에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이 종묘 문제로 명시적인 이행 명령 공문을 발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사진=지디넷코리아)

당초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 수준으로 협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최고 높이 기준을 145m까지 상향 조정하면서 유산청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역시 해당 개발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수차례 권고해 온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라는 이행 명령에 임하지 않은 채 세운4구역의 사업시행인가를 강행한다면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사전 평가 없는 무리한 사업 추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관련기사

허 청장은 "국가유산청에서는 2018년 협의한 71.9m 기준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견까지 냈다"며 "높이 조정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의 권고대로 영향평가를 먼저 진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경관과 기준 높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취지다.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이번 엇박자가 자칫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 앞 재개발 문제가 보존 의제로 상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