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분야 인공지능(AI) 전환은 민간 주도 파운데이션 모델을 군에 탑재해 파인튜닝(미세조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감시·정찰(ISR)과 지휘통제, 무인체계를 아우르는 3종 체계 구축이 선결 과제로 꼽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인공지능정책연구실과 과실연 AI미래포럼은 15일 서울 강남구 모두의연구소에서 '국방 AI 혁신 네트워크'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가AI전략위원회 국방·안보분과위원인 전태균 에스아이에이(SIA)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국방에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한 이유로 운용 장비·외부 측정 데이터의 폭증, 사이버·우주 영역까지 확장된 합동작전으로 인한 임무 복잡화, 새 무기체계 도입 시 재학습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이를 해결할 핵심 수단으로는 위성·항공·드론 영상 등 지리공간정보를 처리하는 '지리공간(Geospatial) 파운데이션 모델', 교리·전술 데이터 기반으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거대언어모델(LLM)', 무인전차·드론·잠수정이 전장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3종을 제시했다.
전 대표는 "이 세 층위를 얼마나 빠르게 통합하느냐가 한국 국방 AI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국방부가 데이터를 개방해 AI 모델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이 구축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방부에 탑재하고 임무 데이터로 파인튜닝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리공간 모델 필요성을 역설했다. 표적 탐지 정확도는 ISR 핵심 지표지만 숨어 다니는 주요 표적의 학습 데이터는 수십 건에 불과해 기존 태스크 기반 AI로는 첫 단계부터 막힌다. 단일 파운데이션 모델로 데이터가 희소한 대상과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이 한계를 넘을 수 있다. 전 대표는 "역사상 모든 전투는 적이 무엇을 하는지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전장의 눈을 담당하는 지리공간 모델이 가장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SIA는 2023년부터 지리공간 모델을 자체 개발했다. 비전 기반 모델에서 시작해 비전언어모델(VLM), 광학·영상레이더(SAR) 통합 모델로 고도화 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전 해상도를 단일 모델로 처리하는 버전 완성이 목표다. 전 대표는 "미국과 중국, 한국 3대 지리공간 모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와 검증된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부는 소버린(주권) AI 경쟁력을 위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결과물을 공공과 민간에 도입해 '모두의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연말 최종 컨소시엄 2곳이 선정되면 전방위적인 모델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독파모 사업 주관사인 LG AI연구원·SK텔레콤·모티프테크놀로지스와 업스테이지 컨소시엄 참여사 마키나락스는 국방 AI 모델 기획 단계부터 기업과 국방 당국이 함께 설계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방 특화 벤치마크와 태스크 데이터 부재도 실질적 장벽으로 지목됐다. 심상우 마키나락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국방기술기획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민간 AI 모델들은 소요 기술의 10% 수준만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내부 데이터는 접근이 쉽지 않고 외부 데이터는 이미 기존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활용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심 CTO는 "군 관련 지식을 담은 민간 데이터를 발굴해 업무 특화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모델 고도화 방향이 실제 군 소요와 맞닿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위해선 벤치마크 설계 주도권을 군이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민 모티프테크놀로지스 그룹장도 "벤치마크는 결국 성공하고 싶은 시나리오를 설정하는 것"이라며 "군이 먼저 정의하지 않으면 기업도 군도 고도화가 안 된다"고 부연했다.
유정상 LG AI연구원 리더는 데이터 품질 문제를 짚었다. 교리와 문서를 실제 임무 수행 기반의 태스크 데이터로 변환해야 LLM이 제대로 작동하고, 실제 일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 리더는 "문서 100만 페이지보다 태스크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작전사 벙커 워게임에서도 교리대로 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조동연 SK텔레콤 상무는 경량화보다 성능 고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에이전트 도입과 처리 정보량 증가로 파운데이션 모델에 요구되는 역량이 갈수록 복잡해져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방이든 민간이든 실제 활용할 수 없는 모델이 된다는 논리다.
조 상무는 "똑똑하지 않으면 파운데이션 모델로서 가치가 없다"며 "성능·확장성·적용성 세 축을 모두 고려해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용성 측면에선 리벨리온 신경망처리장치(NPU)에 모델을 올려 추론 속도를 최적화하는 기술을 병행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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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실무 현장에선 모델 경량화와 호환성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내부에서 약 10개 LLM을 운용 중이다. 독파모 공식 출시 전까지 해외 모델로 서비스를 먼저 구성하고 국내 모델로 순차 교체할 계획이다.
정진호 ADD 국방AI기술연구원 박사는 "독파모가 벤치마크 경쟁으로 거대화되는 추세인데 군의 제한된 자원으로는 다수 인스턴스 구동이 어렵다"며 "경량·고성능 평가 기준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LLM 교체 시 출력 형식이 깨지는 프롬프트 호환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