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원을 풀 수 있는 블랙홀의 비밀 한 조각이 국제 공동 연구팀에 의해 풀렸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경희대 및 일본 연구진과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거대 타원은하 M87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찰한 결과 제트 내부에서 파동이 전파되는 현상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이를 통해 블랙홀 근처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의 확산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제트는 기체와 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을 말한다. 노즐 같은 구조를 통과하며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질이 방출되며 만들어진다. 블랙홀 주변 강력한 자기장, 부착원반(또는 여기서 나오는 방출류)과 블랙홀 상호 작용을 통해 강력한 제트 방출 현상이 발생한다.
M87은 태양 질량 약 65억 배에 달하는 블랙홀을 중심으로 강력한 제트를 방출하는 천체다.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 KVN(한국우주전파관측망)과 일본 국립천문대의 VERA(일본우주전파관측망)를 결합한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KVN and VERA 에레이 : KaVA)을 활용했다.
2013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22GHz 대역에서 총 24회에 걸쳐 짧은 주기로 모니터링 관측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블랙홀 반경 약 1,000배 이상 지역인 약 12밀리아크초(mas) 이내 영역 제트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노현욱 한국천문연구원 관측인프라운영본부 박사후연구원은 "지난 2023년 발표한 연구에서 제트 가장자리를 따라 약 0.94년 주기 미세한 수직 방향 흔들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며 "이번 연구는 제트 가장자리를 따라 나타나는 수직 방향 흔들림이 단순한 국소적 진동이 아니라, 하류 방향으로 이동하며 전파되는‘횡방향 파동'임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파동이 약 0.94년의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전파되며, 파장 길이는 약 2.4~ 2.6광년(9~10mas)에 달한다는 것을 측정했다. 또한 파동 겉보기 전파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약 2.7~2.9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물리적 속도가 빛보다 빠른 것이 아니라, 제트가 관측자의 시선 방향과 매우 좁은 각도로 비스듬히 운동할 때 나타나는 상대론적 착시 현상인‘초광속 운동’의 결과물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2가지 파동 기원설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운데 하나가 ‘알페인파'다. 이는 M87 제트에서 자기장이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줄처럼 진동하며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가설이다. 이 경우 파동은 블랙홀 인근 가스 소용돌이와 뒤틀린 자기장이 상호작용하며 에너지를 주기적으로 방출할 때 생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가설은 제트 전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정성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 마치 빠르게 흐르는 강물 표면에 잔물결이 일어나는 것과 유사하다는 관점을 연구팀은 피력했다. 제트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미세한 왜곡이 하류로 내려가며 증폭되면서 파동 형태로 관측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향후 추가 관측과 수치 시뮬레이션 등 이론 연구를 병행해 어떤 메커니즘이 이 현상을 주도하는지 명확히 규명할 계획이다.
공동 연구자인 모토키 키노 일본 코가쿠인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검출한 파동은 약 1년 주기를 가지지만, 이보다 더 긴 주기 파동이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며 "이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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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히로 하다 일본 나고야시립대학교 교수는 “현재 동아시아 VLBI 네트워크에서는 86GHz 대역 관측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블랙홀 인근에서 파동 전파가 시작되는 기원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3월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