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s 픽] "테스트베드 끝났다"…판 바뀐 韓, 글로벌 AI 격전지로 급부상

AI 수용도·B2B 수요·인프라 매력…오픈AI·리플렉션AI·코히어 등 亞 진출 첫 관문 '낙점'

컴퓨팅입력 :2026/03/19 10:14

오픈AI, 앤트로픽, 코히어, 일레븐랩스에 이어 리플렉션AI까지 한국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높은 인공지능(AI) 수용도와 기업 간 거래(B2B) 중심 시장 구조, 인프라 경쟁력이 맞물리며 한국이 글로벌 AI 기업들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딥마인드 출신들이 설립한 리플렉션AI는 신세계와 손잡고 250메가와트(㎿)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며 한국을 첫 아시아 진출지로 선택했다. 또 양사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맞춤형 AI 솔루션을 결합한 AI 풀스택을 구축하고 향후 합작법인 설립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 AI의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 행사 협약식 사진. 왼쪽부터 이오안니스 안토글루 리플렉션 AI 공동창업자이자 현 CTO,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공동창업자이자 현 CEO,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오픈AI는 이미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소를 개소해 운영에 들어갔다. 구글코리아 출신인 김경훈 대표도 지사장으로 선임해 국내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SDS는 공식 국내 채널 파트너, LG CNS는 '챗GPT 엔터프라이즈' 리셀러 파트너이자 엔터프라이즈 AI 서비스 구현 파트너로 삼았다.

코히어도 같은 해 7월 서울에 아시아태평양(APAC) 허브를 설립한 후 장화진 APAC 총괄사장을 주축으로 아시아 B2B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5월께 한국지사장 선임을 통해 국내 시장 공략에도 본격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7월 법인 설립을 마치고 서울 강남 공유오피스에서 한국 사무소 마련 준비에 나섰다. 아직까지 사무소 설립은 공식화 하지 않은 상태로, 국내 본격 진출은 올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내부에선 지난해 국내 진출을 추진했으나, 인도 시장 공략을 우선적으로 삼게 되며 시기가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스타트업 영업을 포함한 인력 채용과 기업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 AI 오디오 기업 일레븐랩스도 지난해 11월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하며 국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AI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주목해 회사의 여섯번째 사무소를 서울에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두릴도 지난해 보잉코리아 출신 존 킴을 한국 대표로 선임하고 국내 방산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지사 설립 후에는 조직 안정화를 위해 인력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장화진 코히어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처럼 글로벌 AI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 법인 설립과 사무소 개소, 파트너십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은 빠른 AI 수용 속도가 주효했다. 실제 국내에선 생성형 AI가 개인을 넘어 기업 업무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주요 국가 대비 업무 활용 비중도 높은 수준으로, AI가 실질적인 생산성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B2B 시장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제조·금융·건설·유통 등 주요 산업에서 AI 도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란 점에서 매력 요소로 꼽힌다. 오픈AI와 코히어 등이 기업용 AI 서비스를 중심으로 국내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인프라 경쟁력도 뒷받침된다. 한국은 초고속 통신망과 클라우드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대규모 AI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고성능 AI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확장하기에 적합한 구조라는 평가다.

제도적 기반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영국 옥스퍼드 인사이트가 발표한 '정부 AI 준비도 지수'에서 한국은 전 세계 5위, 동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정책 역량과 거버넌스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AI 도입과 확산을 위한 제도적 환경이 갖춰진 국가로 평가됐다.

데이터 환경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 언어와 문화가 반영된 데이터를 확보하기 용이한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에 글로벌 AI 기업들은 지역 특화 모델 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과 파트너십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정학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안정적인 시장 환경과 지적재산권 보호 체계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많은 미국 AI 기업들이 아시아 거점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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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 시장의 위상도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글로벌 서비스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성격이 강조됐지만, 최근에는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시장으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리플렉션AI가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추진하는 것도 인프라 기반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기술 수용 속도와 기업 수요, 데이터 환경이 동시에 갖춰진 시장"이라며 "글로벌 AI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 검증과 수익 확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