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한 카페를 출발해 자유로에 접어들자 운전대 상단에 초록색 불빛이 켜졌다. 핸즈프리 자율주행 '슈퍼크루즈'가 활성화 가능한 상태다. 이때부터 운전자는 두 손을 떼고 차량의 자율 주행을 맡길 수 있다. 속도를 시속 120㎞로 설정해두자 거대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는 재빠르게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며 주행을 이어갔다.
지난 3일 고양시에서 파주시까지 왕복 약 87㎞ 구간을 에스컬레이드 IQ로 시승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국내 첫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가 탑재된 모델로 프리미엄 스포츠 단일 트림 기준 가격은 2억7천757만원이다.
에스컬레이드IQ에 탑재된 슈퍼크루즈는 제너럴모터스(GM)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슈퍼크루즈의 자율주행 단계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동일한 레벨2 수준이지만, 운전대에 손을 놓고 차량이 스스로 달릴 수 있는 한층 더 고도화된 기능이다.
GM은 지난 2017년 북미에서 글로벌 완성차 중 최초로 슈퍼크루즈를 상용화했고, 이어 중국에도 도입했다. 한국은 전세계 3번째 출시 지역으로 선정됐다. 한국GM은 우선 슈퍼크루즈를 3년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후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슈퍼크루즈의 작동 방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우선 운전대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하고 주행 속도를 설정한다. 이 상태로 슈퍼크루즈가 사용 가능한 도로에 들어서면 운전대 가장 상단에 초록색 불빛이 점등된다. 이러면 활성화됐다는 뜻으로 손을 놓고 스스로 차량이 주행하도록 두면 된다.
슈퍼크루즈의 기본 원칙은 안전이다. 두 손을 놓고 스스로 달리지만 운전자는 전방 주시가 필수다. 운전대 중앙에 탑재된 센서가 지속적으로 운전자의 동공을 인식한다. 만약 10초 이상 차로를 주시하지 않으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의 산만' 등 경고 메시지와 함께 운전대 상단에 빨간색 불빛이 들어온다.
경고 이후에도 전방 주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슈퍼크루즈 기능은 비활성화되면서 운전자에게 직접 운전하도록 했다. 만약 이러한 방식으로 기능이 비활성화되면 차량을 정차한 뒤 다시 시동을 켜야 사용할 수 있다.
한국GM은 현재 전국 약 2만 3천㎞ 고속도로 및 주요 간선도로 슈퍼크루즈를 가능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확보했다. 한국GM 관계자는 "기본적인 모든 고속도로는 사용 가능하며 간선도로와 국도도 일부 사용 가능하다"며 "추가로 일반 도심 도로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테슬라에서 국내 출시한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기능과의 차이점이 주행 가능 도로다. 테슬라는 카메라 센서를 활용한 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FSD는 어떤 도로든 직접 보고 달리는 것이다. 반면 슈퍼크루즈는 도로 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로 범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
슈퍼크루즈가 탑재된 에스컬레이드 IQ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작한 205㎾h 대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 (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복합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739㎞다. 공인 복합 전비는 ㎾h당 3.1㎞다.
주행 성능은 최대 출력 750마력에 최대 토크 108.5㎏·m의 성능을 발휘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4.7초다. 공차 중량 4천210㎏의 묵직함은 전기차 특유의 강한 가속감과 합쳐저 부드럽게 달린다는 느낌을 줬다.
가속 성능을 배가시키는 벨로시티 버튼을 누르면 차량은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승차감은 훌륭했고, 어라이벌 모드를 사용하면 좁은 공간에서도 육중한 차량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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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장 5천715㎜, 전고 1천935㎜, 전폭 2천55㎜, 휠베이스 3천460㎜의 크기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차체 크기 특성상 약간의 흔들림은 피할 수 없었다.
한국GM은 앞으로 슈퍼크루즈 기능이 탑재된 차량을 미국에서 수입할 경우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는 높은 가격으로 많은 고객이 즐길 수 없지만, 향후 쉐보레·캐딜락 등 수입 라인업에서도 슈퍼크루즈 적용 모델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줄평 : 귀향길 피로를 덜어줄 새로운 선택지…'슈퍼크루즈 시대'가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