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는 미래 동반자…활용 역량이 곧 경쟁력"

"AI가 결과물을 쏟아내는 시대…처음과 끝은 인간이 책임져야"

컴퓨팅입력 :2025/12/02 15:18

"인공지능(AI)은 인간과 경쟁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동반자입니다. 방향을 제시하고 끝을 맺는 것은 인간이고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AI가 될 것입니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2026 소프트웨어(SW) 산업 전망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상하며 인간이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과소평가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알파고와의 대국을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 여겼고 AI를 깊이 연구하지 않은 채 대국에 임해 부족함이 많았다"며 "챗GPT가 처음 시범 공개됐을 때 우리가 보였던 반응도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 (사진=한정호 기자)

그는 알파고와의 첫 대국보다 두 번째 대국에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상적으로 바둑을 두고 있음에도 어디서 승부가 기울었는지 인간의 감각으로는 파악조차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AI의 고유 성질이 인간 감각의 한계를 어떻게 드러내는지도 언급했다. 대국 초반처럼 정보가 적은 상황에서 인간은 감각에 의존하지만, AI는 방대한 연산을 기반으로 판단하기에 '감각 대 데이터' 대결에서는 당연히 데이터가 압도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 교수는 알파고에게 승리한 4국을 회상하며 "당시 승리를 가능케 했던 68번째 착수는 정상적인 수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알파고의 버그를 유도하고 둔 바둑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 비정상적인 수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알파고 시리즈의 진화를 통해 AI가 인간 이해 범위를 넘어선 과정을 소개했다. 인간의 기보를 학습했던 '알파고 리'를 넘어 인간 경험 없이 스스로 학습한 '알파고 제로'가 등장하면서 인간 프로기사조차 이해할 수 없는 수들이 등장했다고 짚었다.

그는 "30년 동안 바둑을 두면서 어떤 AI의 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라며 "AI는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고 창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교수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상했다. (사진=한정호 기자)

아울러 이 교수는 AI 확산이 오히려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덕분에 바둑 기사들의 상향 평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며 "AI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적절히 활용한 기사만 계속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기사는 상위 랭커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바둑계만의 사례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창의적 질문 ▲주도적 판단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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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AI 시대 인간의 역할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AI가 소설과 영상 등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라도, 처음 방향을 잡고 마지막 완성도를 결정하는 역할은 인간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AI가 모든 것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처음과 마지막을 책임지는 것은 인간"이라며 "앞으로는 콘텐츠를 만들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끝맺음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