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이 수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환경·인체 유해 등 논란이 된 과불화화합물(PFAS)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철수하면서 반도체·전자·데이터센터 산업 전반에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PFAS는 불소계 특유의 내열·내화학성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정, 전자소재, 발포·코팅제, 특수 냉매 등 각종 산업에서 폭넓게 사용돼 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3M의 단계적 생산 중단 선언이 단순한 제품 단종이나 축소가 아니라, AI 시대를 지탱하는 핵심소재 공급망을 흔들 수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소재 기업 3M은 이달부터 PFAS 생산을 순차적으로 중단한다. PFAS가 환경과 인체에 유해하고, 국제적 규제 강화 흐름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PFAS는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아 토양·수질·식품에서 장기간 축적된다. 이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며 각국이 관리·규제에 나섰다. 3M도 지난 2022년 말 “환경·규제 리스크를 고려해 PFAS 관련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PFAS는 뛰어난 내열성·내화학성·발수성·윤활성 등을 바탕으로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B2B 분야뿐 아니라 조리기구, 기능성 의류 등 소비재 제품까지 전 산업군에서 활용된다. 업계에서 “PFAS는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한 소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냉각 업계 관계자는 “현재 PFAS를 완전히 대체하는 물질은 없다”며 “대체 소재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성능이 충분히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FAS 철수, 데이터센터 냉각 핵심 소재 ‘Novec’ 단종으로 이어져
PFAS 생산 중단의 여파는 3M의 특수 냉매 ‘Novec(노벡)’ 단종으로 확산됐다. 노벡은 엄밀히 말해 전통적인 의미의 PFAS는 아니지만, 불소계(HFE 기반) 특수 냉매로서 PFAS 규제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3M이 PFAS 관련 사업 전반에서 발을 빼기로 하면서 노벡 역시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노벡은 ▲전기 절연성 ▲40~70℃대 낮은 비등점 ▲높은 잠열 ▲낮은 점도 등 특성으로 칩 표면에서 즉시 끓어 열을 빼앗는 2상 냉각에 최적화된 유체로 평가되어 왔다. 특히 AI 서버의 전력밀도가 급증하면서 랙당 50~100kW급 고열밀도 냉각이 필요해진 최근 트렌드와 맞물려, 노벡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었다.
문강석 LG전자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노벡은 칩 표면에서 바로 끓어 증발해 열을 가져가는 구조라 GPU·HBM 기반 고열밀도 서버 냉각에 필수적인 냉매였다”며 “실리콘 오일·광유처럼 비등점이 200℃ 이상인 절연유는 2상 냉각이 성립되지 않아 대체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절연 유체 찾기 경쟁… “노벡 성능 따라가는 소재 아직 없다”
노벡 단종으로 인해 데이터센터와 냉각 업계는 차세대 절연 냉매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전기 절연성과 낮은 비등점, 높은 잠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유체가 2상 냉각의 핵심인데, 현재까지 이러한 특성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은 노벡 외에는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국내 화학 기업들은 ▲HFO·HCFO 기반 저(GWP) 냉매 ▲신규 합성 HFE 계열 절연 유체 ▲비불소계(Non-F) 절연 유체 등을 차세대 후보로 놓고 개발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아직은 상용화 단계에서 노벡과 동일한 열물성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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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상 액침냉각이나 D2C(반도체 직접 접촉) 냉각은 냉매가 칩 표면에서 즉시 끓어 증발해야 하기 때문에, 비등점·잠열·점도·절연성·화학적 안정성 등 다섯 가지 요소가 동시에 만족돼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소재는 매우 제한적이며, 때문에 개발 난도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HFO나 새로운 HFE 계열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노벡과 완전히 동등한 성능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히 유사 냉매를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해, 소재 개발부터 시스템 검증까지 최소 2~5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