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해외 유출?...성장 경로·기술 접근성의 격차가 핵심"

韓산업 경쟁력 세계 수준…개인 성장 경로는 여전히 과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5/11/25 16:53    수정: 2025/11/25 17:29

국내 기술 인재들의 해외 이직 사례가 늘고 있다. 반도체·AI·소프트웨어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해외 기업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면서, 단순한 ‘연봉 경쟁력’ 이상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계자들은 커리어 성장 경로의 다양성, 기술 접근성, 조직문화 차이 등이 국내 인재 이동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SEDEX 2025 서울대 시스템 반도체 산업 진흥센터 부스. 학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봉보다 중요한 성장 경로…“실무 경험이 커리어 결정”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AMD코리아에서 근무 중인 개발자 A씨는 직접 기술을 다루는 경험의 깊이와 폭을 해외 이직의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이 개발자는 “해외 기업에서 일하는 이유는 현재의 기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는 발전 가능성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에서 실무를 경험함으로써 얻는 가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좋은 연봉 외에도 우수한 근무환경, 복지, 그리고 뛰어난 동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 등도 인재들이 해외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술 접근성의 차이…“국내에서는 얻기 어려운 경험 많아”

최근 AI·반도체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술 진화 속도는 실제 제품과 기술을 얼마나 깊게 다뤄봤는지가 경쟁력을 가른다.

그는 “CPU, GPU, NPU 등 AI PC의 핵심 반도체들을 직접 테스트하고 있으며, 서버용 CPU·GPU까지 연구실에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며 “이러한 실무 경험은 연봉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라고 강조했다.

해외 기업은 직무 중심 구조가 확립돼 있어 전문 인력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원 접근 또한 비교적 용이하다는 말이다.

사진_쿨립아트코리아

인재 유출?…“글로벌 경쟁 속 자연스러운 흐름”

국내 반도체, IT 업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인재 유출’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빅테크 관계자는 “인재를 놓고 펼쳐지는 기업간 경쟁이 이제는 국가간으로 파이가 더 커졌다”며 “해외 기업으로 가는 것을 막는게 아니라 이들이 배우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MD 개발자 A씨도 “해외에서 근무하는 뛰어난 한국인들이 정말 많으며, 이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수행하는 활동 자체가 이미 한국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정책 일관성 필요…“정권 따라 흔들리는 구조로는 인재 못 키워”

관계자들은 국내 인재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교육 구조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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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개발자 A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흔들리면 인재가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며 “한국은 학습 의욕과 자기 발전 욕구가 매우 강한 나라다. 제도적 유연성이 갖춰지면 인재들의 잠재력은 더 크게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빅테크 관계자는 “앞으로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우리 인재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공대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