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대표로 취임한 지 만 1년이 된 이준희 사장이 임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인사로, 새로운 인재들을 앞세워 이 대표가 내년에 'AI 풀스택' 전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SDS는 25일 부사장 2명과 상무 8명 등 모두 10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는 전체 임원 수의 10%로,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진행됐다.
이번 승진자 대부분이 '기술 인재'란 점에서 이 사장이 이들을 전진 배치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또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주요 사업 분야에서 경영 성과를 창출한 인재들을 승진시키는 등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견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정욱 전략마케팅실 컨설팅팀장과 이태희 연구소 AI연구팀장은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1972년 2월생인 김 부사장은 미국 퍼듀대학교 토목공학 박사 출신으로, 전략마케팅실에서 대내AM(Account Manager)담당 디지털전환(DX) AM팀장을 그간 맡아오며 그룹사 내부 고객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AI 활용에 대한 컨설팅을 추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9년 4월생인 이 부사장은 미국 UCLA 컴퓨터공학 박사를 거쳐 구글에서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약한 인물로, 지난 2012년 4월 구글 입사 후 2016년 9월부터 마운틴뷰 본사에서 테크 리드 SW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삼성SDS에는 지난 2020년 4월 연구소의 AI연구센터 담당 임원으로 영입됐으며, 영입 당시 사내 '최연소 임원'으로 주목 받았다. 삼성SDS 연구소에선 AI 및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기술 등을 연구개발(R&D)한다.
두 사람의 승진은 삼성SDS가 선보인 AI 에이전트들의 성과 덕분으로 분석된다. 삼성SDS는 기업용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와 업무 보조 AI 서비스 '브리티 코파일럿' 등을 지난해 출시한 후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는 상태다. 실제 '브리티 코파일럿'은 삼성 관계사 17곳과 외부 기업 11곳 등에서 약 18만 명 이상이 사용 중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사용이 제한적인 공공과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도 최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 경기도 교육청을 시작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SDS가 오픈AI와 협력키로 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S는 현재 AI 데이터센터 구축, 챗GPT 엔프라이즈 도입, 리셀러 계약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오픈AI와 협력하고 있다. 특히 오픈AI와 공식 리셀러 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 최초다.
이를 토대로 삼성SDS는 AI 서비스 부문에서도 사업 확장을 본격화 할 전망이다. ▲전략마케팅실 컨설팅팀 제조컨설팅그룹장 김긍환 상무 ▲솔루션사업부 솔루션개발실 IW개발팀 팀즈개발그룹장 김승진 상무 ▲개발센터 SW경쟁력강화팀 ACT그룹장 신창민 상무가 이번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삼성SDS는 오픈AI와의 협력을 계기로 AI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 성장을 위해서도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에 이준희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클라우드제공(CSP), 클라우드관리(MSP), 소프트웨어(SaaS) 등으로 구성된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승진 명단에 오른 인물은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 MSP사업팀 생성형AI SA그룹장 이준형 상무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 클라우드개발실 SCP개발팀 SCP 플랫폼개발그룹장 최규황 상무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 클라우드서비스담당 시스옵스팀 ERP시스템그룹장 한호전 상무 등 3명으로, 전체 승진자 10명 중 3명이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서 배출됐다.
이번 인사는 클라우드 사업이 올해 전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S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0조3천930억원, 영업이익은 4.5% 늘어난 7천3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클라우드 사업 매출액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9천926억3천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분기 16.9%에서 올해 3분기 19.1%로 높아져 삼성SDS의 핵심 사업으로 점차 자리잡은 모습을 보였다. 반면 SI의 전체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0.3%포인트(p) 하락한 7.7%, ITO는 1.8%p 줄어든 20.1%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다소 부진했던 물류 사업에선 승진자가 물류사업부 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문신정 상무 1명만 배출됐다. 전체 매출에서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53.1%인 것에 반해 해상 운임 하락과 미국 관세 정책 영향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들며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준 것이 승진 인사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지원부문에선 인사를 담당하는 피플팀 탤런트 매니지먼트그룹장 홍기영 상무가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이번 인사에서 홍 상무, 문 상무 등 여성 리더 2명이 포함된 점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인사란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삼성그룹이 최근 계열사 전반에서 AI 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삼성SDS가 그룹 전체의 AI, DX 도입을 실제 실행하는 핵심 조직으로서 역할을 더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실제 삼성은 앞으로 5년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의 국내 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인 450조원, 연평균 90조원씩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로, AI 분야는 삼성SDS를 주축으로 집중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삼성SDS가 주 사업자로 단독 입찰한 국가AI컴퓨팅센터를 전남에 대규모로 건립할 예정으로, 오는 2028년까지 1만5천 장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해 학계,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 이를 공급키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글로벌 AI 3대 강국(AI G3) 목표도 뒷받침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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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국내외 사업 확대와 지속 성장을 이끌 리더십을 보강하기 위한 것으로, 조직 전반에 걸친 리더십 재편이 이뤄졌다"며 "미래 성장동력인 AI 플랫폼 및 에이전트 기반 사업, 클라우드 상품개발 및 전환구축 사업 등을 주도한 인재들을 두루 등용해 IT기술 리더십과 사업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클라우드 및 솔루션, 디지털 물류 글로벌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기업향 AI 트랜스포메이션(AX) 사업 확대를 가속화하고 IT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