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방파제가 2천년 간 빙하감소 30㎞ 막았다

극지연구소 국제 연구팀 "1만 5천년 간 스발바르 지역 빙하거동·환경 변화 분석"

과학입력 :2025/10/21 17:14    수정: 2025/10/21 18:23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줄어들며 해수면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연 방파제가 빙하의 후퇴를 늦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다.

극지연구소 빙하지권연구본부 조영진 박사(연구연구원)는 "마지막 해빙기와 홀로세 기간 빙하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자연 방파제가 지난 2천년간 대략 27~30km가량 빙하 후퇴를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조 박사는 북극 스발바르 지역의 지난 1만여 년간 빙하 환경 변동을 분석해, 빙하 후퇴를 조절했던 지형 및 해양의 복합적 요인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1만5천년 전 스발바르 벨준트 지역 지형과 빙하거동을 나타낸 그림. 1만3천~1만5천년 전 빙하 분포와 현재를 비교하면 대략 27~30km의 차이가 난다.

극지방과 고산지대 빙하 영역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갈수록 줄고 있고, 녹아내린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 연구팀이 지난 2019년 한국-노르웨이 국제 공동탐사를 통해 수집한 노르웨이 스발바르 남부 벨준트(Bellsund) 피오르 일대의 해저 지형 자료와 퇴적층 시료를 분석하고, 약 1만 5천 년 동안의 빙하 거동과 환경 변화를 복원한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이 연구에는 국내 팀 뿐 아니라 노르웨이와 중국, 독일 연구진이 참여했다.

환경 분석 결과, 유사한 기후 조건에서도 피오르의 구조, 해저 지형, 해수 유입 경로 등에 따라 빙하의 후퇴 속도와 양상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벨준트와 주변 피오르에 발달한 방파제 형태의 지형은 과거 따뜻한 시기에 빙하가 급격한 후퇴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피오르 입구의 완만한 수심 변화와 협소한 수로 구조가 외해의 따뜻한 해수 유입을 제한해, 빙하의 안정성을 높였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논문 제1저자인 조영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지형과 해양 조건의 상호작용이 빙하 거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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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주도한 남승일 박사(교신저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고위도 지역의 빙하 예측 모델을 정교화하는 데 핵심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고해양 및 고기후(Paleoceanography and Paleoclimatology)에 게재됐다.

2019년 7월 노르웨이 트롬소 북극대학교 소속의 2천톤급 탐사선 헬머 한센호가 스발바르 피오르를 탐사하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