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최근 '웨이브' 등 구독형 서비스 사업자에 과태료를 부과하며 '중도 해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중도해지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소비자의 해지 권리를 기만적인 방법으로 방해했다는 것이 제재의 핵심 이유다.
이번 공정위 조치는 소비자의 권익을 한층 두텁게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 모델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자유로운 중도 해지와 환불이 '체리피킹'을 유발해 구독 경제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다.
공정위는 이에 대한 업계 불만을 인지하고 있으며, 중도 해지를 포함한 '구독 경제'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기만적 해지 방해"…업계 "디지털 콘텐츠 특성 몰라“
공정위는 웨이브가 '중도 해지'에 대한 약관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일반 해지(다음 결제일까지 이용 후 해지)'만 안내한 행위를 '소비자 기만'으로 판단했다. 소비자의 온전한 권리 행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 콘텐츠는 일부만 이용해도 그 가치가 현격히 소모되는 특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콘텐츠를 시청한 뒤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구독료를 환불받는 ‘체리피킹’ 현상이 확산될 경우, 월 단위 결제를 기반으로 한 구독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장기 약정 할인 후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무분별한 중도 해지를 허용하면 월 이용료 인상이 불가피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법제화 선행 없이 규제만…시장 혼란 가중
관련 업계에는 이번 공정위의 조치가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재함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비판도 있다.
공정위는 웨이브 등 4개 사업자를 제재하며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기만적 방법을 사용한 해지 방해 금지)' 등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는 '중도 해지'를 모든 OTT 사업자에게 의무화하는 법규나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사업자의 '고지 미흡'이라는 절차적 흠결만 문제 삼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규제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며, 장기적으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웨이브,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 대부분의 국내외 OTT 사업자는 회원의 요청 시 사용 기간만큼의 이용료와 위약금(약 10%)을 제외하고 환불해주는 중도 해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결제 후 7일 이내에 시청 이력이 없을 때만 환불이 가능하며, 이후에는 다음 결제일까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해지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해 비교적 유연한 정책을 도입해 온 사업자들만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불만으로 이어진다.
안정상 한국OTT포럼 회장은 "중도 해지를 제공으로도 OTT 업계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공정위의 처분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시장 혼란 인지…구독경제 전반 제도 개선 추진”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모든 사업자에게 중도 해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약관에 관련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기만적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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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정위에서도 시장 혼란, 형평성 등 업계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을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로 끝내지 않고, OTT를 포함한 '구독 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현재 구독 경제 관련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독 경제 관련된 실태조사 등을 통해서 업계 전반의 문제점들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법을 개정하는 경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의 의견도 들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업계의 불만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