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먼지 폭풍 1천 개 분석했더니…"최대 시속 158㎞" [여기는 화성]

유럽 연구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

과학입력 :2025/10/11 08:26    수정: 2025/10/11 10:11

화성에서 부는 회오리 바람인 ‘먼지 악마(dust devil)’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고 우주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이 최근 보도했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궤도선이 20년 동안 촬영한 화성의 먼지 악마 1천39개를 추적해 해당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이번 논문은 스위스 베른대학교와 독일 베를린 항공우주센터 연구진들이 공동 작성했다. 

ESA 엑소마스 가스 추적선에 탑재된 컬러 및 스테레오 표면 이미징 시스템 카메라가 2021년 11월 8일 화성 표면을 가로지르는 3개의 먼지 악마를 포착했다. (출처=ESA/TGO/CaSSIS)

연구에 따르면, 화성의 먼지 소용돌이 속도는 최대 시속 158㎞에 달하며, 이는 기존 탐사선 관측과 기후모델 예측치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 폭풍과 탐사 로버의 태양 전지판에 쌓이는 먼지 문제를 이해하고 향후 화성 탐사 임무를 보다 정교하게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문 주저자인 스위스 베른 대학교의 발렌틴 비켈 연구원은 “이번 측정 결과는 착륙 지점의 바람 조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로버의 태양 전지판에 얼마나 많은 먼지가 쌓일지 추정하고, 자체 청소 주기를 결정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해 ESA의 화성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와 엑소마스 가스추적궤도선(TGO) 기록을 분석했다. 각각의 먼지 악마가 연속된 영상 프레임 사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해 속도와 방향을 계산했다.

NASA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1월 25일 작은 먼지 소용돌이(왼쪽 앞)가 더 큰 먼지 소용돌이(오른쪽)를 따라잡아 하나의 회오리바람으로 합쳐지는 모습을 촬영했다. (출처=NASA/JPL-칼텍/SSI)

바켈은 “먼지 악마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눈에 보이게 만든다”라며 “우리는 먼지 악마의 이동 속도와 방향을 측정함으로써, 화성 표면 전역의 바람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이러한 전 지구적 규모의 측정을 수행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두 우주선 모두 바람을 측정하도록 설계된 장비는 아니지만, 연구진은 궤도선 카메라의 미묘한 특징을 활용하여 바람을 측정했다. 

하지만 여러 시점 또는 색상의 이미지를 결합해 하나의 사진을 만들 때, 카메라 채널 간 지연 현상 때문에 아주 작은 색상 차이가 발생한다. 그 동안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영상 노이즈로 간주하고 그냥 무시했다. 

하지만 각 채널이 몇 초 간격으로 촬영되기 때문에, 구름이나 먼지 악마처럼 화성 표면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물체는 프레임 간에 희미하지만 측정 가능한 변화를 남긴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를 분석하여 각 소용돌이가 얼마나 멀리, 얼마나 빠르게 이동했는지를 계산했다. 비켈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이미지 노이즈를 가치 있는 과학적 데이터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새롭게 구축된 화성 먼지 악마 카탈로그는 이런 소용돌이가 주로 ‘아마조니스 평원(Amazonis Planitia)’처럼 먼지로 뒤덮인 평야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주로 봄과 여름의 낮 시간대에 나타나며, 수 분 정도만 지속되고, 오전 늦은 시각에서 오후 초반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이런 주기는 과학자들에게도 익숙한 패턴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관련기사

비켈은 "이제 우리는 먼지 폭풍이 주로 발생하는 장소를 알았기 때문에 정확한 장소와 시간에 대한 더 많은 이미지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A의 마스 익스프레스·TGO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과학자 콜린 윌슨은 "지역 날씨부터 사진 촬영 능력까지 먼지는 화성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먼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