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가, 트럼프 무역전쟁 직격탄 맞았다

중국 수출길 막히고 저장공간 부족해져

유통입력 :2025/09/22 08:58

미국 농민들이 올해 풍작을 수확하면서도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뒤 기대했던 무역 합의는 나오지 않았고, 농가 지원 대책도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21일(현지시간) CNN은 미 전역 농민들이 무역전쟁, 이민 단속, 고물가, 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역별로 각기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부 농가는 인력 부족으로 수확조차 힘들고, 중서부 농민들은 생산물 판매가 막혀 저장창고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 외신의 설명이다.

특히 미국 농가의 핵심 수출품인 대두는 지난해 250억 달러(약 34조9천750억원) 규모였으나, 올해 중국은 미국산 대신 브라질산을 대거 수입했다. 가격은 지난 2022년 고점 대비 낮아졌고, 비료·종자·농기계 비용은 오히려 치솟았다. 저장고가 부족해 곡물 사일로를 빌려야 하는 농가도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미국 백악관)

미 농가 파산은 지난해 55% 증가했고, 올해도 1분기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대두협회 회장 케일럽 래글랜드는 빚을 갚지 못하는 농민이 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농민 자살률은 일반 국민에 비해 높다.

농민들은 트럼프가 주도하는 워싱턴에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중국과 무역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곧 대두 수입을 4배 늘리길 기대한다고 SNS를 통해 발표했으나, 뚜렷한 진전은 없다.

농가 지원 법안에 590억 달러(약 82조5천410억원) 규모의 농업 보조 확대가 포함됐으나, 대부분 내년 작황부터 적용돼 당장 수혜를 보지는 못할 전망이다. 테네시주의 농업 소프트웨어 기업 CEO 조 제닝스는 이번 사태는 보통의 농업 위기가 아니며, 업계는 이를 ‘농업 종말(farmageddon)’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관세 수입을 농민 지원금으로 돌리자는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민주당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내는 것이 가장 빠른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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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하지만 공화당은 대체로 트럼프 비판을 피하는 추세에 있으며, 하원은 오히려 내년 3월까지 의회가 대통령의 관세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수확되는 대두의 60%가 중국으로 수출되는데, 현재 시장이 닫힌 상태라며 심각성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