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URL 암반 눈으로 확인"…부지 부적합 지적 정면반박

지하 660m 시추코어 공개…"결정질암 등 요건 충족 문제 없어"

디지털경제입력 :2025/08/14 12:17

[태백=김윤희 기자] “지질을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시추다. 4개공을 구석하는 암석 3종 중 최하부를 보면 된다. 강도는 80MPa 이상으로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있다.”

이정환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공단) 고준위처분기술팀장은 지난 12일 강원도 태백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후보지 현장 시추코어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URL은 우리나라 심부 지질환경을 이해하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예상 심도인 약 500m 지하에서 처분 기술 안전성을 연구, 실증하는 시설이다.

태백 URL 조감도

우리나라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주로 원자력 발전에 쓰인 사용후핵연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는 이를 원전 내 수조에 저장하고 있지만, 저장 한계가 가까워졌다. 이에 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지난 3월 제정돼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태백URL은 이 특별법에 따라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단은 후보 부지 평가 절차를 거쳐 URL 건설 후보지로 강원도 태백시를 선정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지만 사업 신속 추진을 위해 면제 신청도 고려 중이다.

공단과 태백시가 이날 취재진에게 URL 부지 현장 시추코어 결과를 공개한 것은 부지 적합성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함이다. 원자력 학계 일부에서 지적하는 암종적합성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자 심도별 암석 현황을 설명했다. 

약 지하 700m까지의 태백URL 시추 결과

URL 부지는 결정화된 광물로 구성된 '결정질암'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시추 결과 태백 부지 심도 100m대는 홍제사 화강암, 200m대는 중생대 화산암, 400m대는 고생대 퇴적암, 그리고 URL이 구축될 482~518m부터 약 700m 깊이까지 홍제사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중 홍제사 화강암이 결정질암으로 분류된다. 이 암석은 약 18억년 전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돼 한반도 기저 암석 중 가장 오래돼 지진 영향 등 안정성 측면에서도 가장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원자력학회에선 지표부터 심도 500m까지 단일한 암종이어야 URL 부지로서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타난 바 있다. 공단은 지하연구시설이 위치하는 심도에서 단일 암종이 충족되면 문제가 없고, 우리나라 지질 특성상 500m 단일 암종인 부지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권상훈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단일 화강암층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시설 위치로부터 상하 100m의 단일 암종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심사기준이었다”며 “화강암이더라도 절리 상황에 따라 연구시설에 부적합할 수도 있고, 전세계 처분 시설 위치를 보면 퇴적암에 위치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기획실 URL팀장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기준으로는 일견 타당한 주장일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그 요건을 충족하는 화강암층을 찾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라고 첨언했다.

김진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기획실 URL팀장

URL이 없는 지금은 실험실에서 실제 상황보다 규모를 축소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공단은 URL이 운영되면 실제 처분 상황을 가정한 연구가 가능해져 산업 기술력 제고에 기여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태백을 찾은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량이 전세계 5위 수준에 이르고, 사용후 핵연료는 2만톤이나 존재하는데 이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술력 측면에선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이 요구한 시한인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려면 기술개발이 중요하고 URL이 그 역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URL에서 인허가 데이터를 생산해 처분장 확보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데 순수 연구시설에선 이게 불가능하다"며 "부지가 마련돼 URL 구축 사업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내년부터 URL 건설에 본격 착수해 오는 2033년부터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부지 선정 당시 발표한 예산 규모는 국비 5천138억원이었으나 최종 예타 신청 예산은 6천475억원으로 늘었다. 김진하 팀장은 “기존 계획에서 1개였던 수직구를 안전 상 문제로 1개 추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와 관련 예산이 반영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