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핵심 소재인 전해질 기술에서 황화물계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여 개 기업이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이 중 대부분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고체배터리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는 바로 '고체 전해질'이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가 액체 형태 전해질을 사용하는 반면, 전고체배터리는 고체 형태의 전해질을 활용한다. 이로 인해 분리막이 필요 없는 배터리 구조가 가능해지며,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 위험도 사라진다. 고체 전해질은 크게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중 황화물계는 이온 전도도가 높고 가공성이 우수해 고성능 순수 전고체배터리(ASSB) 구현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리튬메탈 음극재와 조합할 경우 에너지 밀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조상의 난제도 만만치 않다. 공기 안정성이 낮고 수분과 접촉 시 독성 황화수소(H₂S) 가스를 방출하는 특성 때문에 전면적인 제조 환경 개편과 막대한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생산라인과 완전히 다른 드라이룸(완전 수분 차단) 환경과 고압 가공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북미·유럽 스타트업, 산화물·폴리머로 차별화
특허 장벽도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북미·유럽 스타트업들은 산화물계나 폴리머계 전해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퀀텀스케이프, 솔리드파워, 팩토리얼에너지, 일리카, 애든에너지, 바스크볼트 등은 각각의 장점을 내세워 차별화를 추진 중이다. 산화물계는 공기 안정성이 높고 안전성이 우수하며, 폴리머계는 제조 용이성과 유연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각각의 약점도 뚜렷하다. 산화물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이온 전도도와 고온 공정 필요성이, 폴리머계는 상온에서의 전도도 한계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중국, 반전고체 배터리로 선제 상용화...2030년 상용화 변곡점
중국은 산화물·폴리머 전해질을 적용한 반전고체 배터리를 이미 GWh급으로 상용화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공급 중이며, 에너지 밀도는 300~360Wh/kg 수준에 도달했다.
반면 완전한 전고체배터리는 아직 대량생산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기술 복잡성, 높은 제조비용, 미성숙한 공급망 등이 해결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전고체배터리 글로벌 계획 생산능력이 100GWh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일부 반전고체 배터리 생산설비는 이미 가동 중이며, 순수 전고체배터리는 수백MWh 규모의 파일럿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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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혼다, 삼성SDI, CATL, BYD 등 주요 기업들은 2027년 전후 에너지 밀도 400Wh/kg 이상급 순수 전고체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과 파일럿 라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향후 몇 년간 황화물계 전해질이 전고체배터리의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각 전해질의 장단점과 제조 난이도, 특허 장벽, 안전성 요건을 고려할 때 산화물·폴리머계 개발도 병행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상업적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업계의 최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