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달 ‘타이탄’서 생명체 씨앗 자랄 수도" [우주로 간다]

NASA 연구진, 타이탄 호수에 소포 형성 가능성 제기

과학입력 :2025/07/17 15:27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호수에 살아있는 세포의 전구체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소포(小胞·vesicle)’가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고 우주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이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논문은 최근 '국제천문학저널'에 실렸다.

타이탄의 호수와 바다에는 물이 아닌 에탄, 메탄 등 액체 탄화수소로 가득 차 있다. 물이 지구 생명체의 핵심 요소라는 것은 알려져 있으나 그 동안 우주생물학자들은 타이탄의 액체 탄화수소가 생명체 형성에 필요한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해 왔다.

NASA 카시니 우주선이 본 타이탄의 모습 (출처=NASA/JPL/애니조나 대학)

이번 연구는 타이탄의 대기와 화학 성분에 대한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타이탄에서 소포가 형성되는 방식을 제시한다.

소포 생성 과정은 양친매성 분자, 즉 물과 친한 친수성(親水性)과 물과 친하지 않은 싫어하는 소수성(疎水性)을 동시에 가진 이중 성질 분자에서 시작된다. 특정 조건 하에서 이런 양친매성 분자들은 스스로 조직화돼 소포를 형성할 수 있다.

지구에서는 친수성 물질이 물을 만나면 비누 거품과 비슷한 구형으로 뭉쳐지며, 물을 좋아하는 쪽이 바깥쪽을 향하면서 소수성 쪽을 보호한다. 또, 두 개의 양친매성 분자 층이 서로 결합하면 두 분자 층 사이에 물 껍질이 끼여 있는 이중 층인 ‘공’(ball)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살아있는 세포와 유사한 구조다. 물론, 타이탄의 환경은 지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다를 수도 있다.

타이탄 대기의 대부분은 질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구름은 메탄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탄이 비가 되어 내리면서 지표면과 강 바닥을 침식하고 호수와 바다를 채운다. 타이탄 대기가 햇빛에 노출되면 메탄은 증발하면서 타이탄의 구름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햇빛이 메탄 분자를 분해하면서 복잡한 유기 분자가 다시 결합되는 등의 복잡한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타이탄에서 소포가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나타낸 그림 (1) 타이탄 표면의 메탄 호수와 바다는 친수성 물질로 덮여있다. (2) 메탄 빗방울이 호수 표면에 떨어진다. (3) 튀는 물방울은 같은 친수성 물질로 코팅된 안개를 만든다. (4) 물방울은 다시 호수로 가라앉아 이중 층으로 코팅되고 이것이 소포가 된다. (출처=크리스찬 메이어(뒤스부르크-에센 대학교)•코너 닉슨(NASA 고다드))

연구진은 메탄 비가 호수와 바다 표면에 떨어지면서 물방울이 대기 중으로 흩날리고 타이탄에 소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만약, 타이탄 바다 표면이 양친매성 물질로 덮여 있다면, 바닷물에서 나오는 물방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즉, 물방울이 메탄 바다로 다시 떨어지면서 양친매성 물질인 해수 층을 만나 살아있는 세포와 유사한 구조인 이중 층 소포를 형성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소포가 호수와 바다로 퍼져나가면서 상호작용을 하고 잠재적으로는 세포의 전신인 원세포(protocell)의 생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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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코너 닉슨은 "타이탄에 소포가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의 기원에 필요한 조건인 질서와 복잡성이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매우 기대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타이탄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열어줄 수 있고, 앞으로 타이탄에서 생명체를 찾는 방식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번 발견은 2028년 발사돼 2034년 타이탄에 도착하는 NASA 드래곤플라이 임무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타이탄에서 이런 과정이 실제로 일어나고 우리가 이를 이해한다면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출현했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