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IT 생태계, 국산화 집착 벗어나야…글로벌 연결이 필수"

퍼 스테니우스 레달 대표·이한결 매니저 "IT 규제 완화 필요…韓 주목 받는 투자 집중 우려"

컴퓨팅입력 :2025/06/12 10:35

"한국은 모든 걸 국산화한 뒤 수출하려는 방식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오히려 기술을 뒤처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IT 업계에선 국적보다 연결·확장이 더 중요합니다. 이제 기술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IT 환경을 글로벌화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딥테크 성장, 투자 유치 증가 등 IT 생태계가 활성화 할 것입니다."

퍼 스테니우스 레달 대표와 이한결 매니저는 12일 지디넷코리아를 만나 한국 딥테크 성장 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레달은 최근 '한국 딥테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 432개 분석 결과와 창업자·투자자 인터뷰 바탕으로 구성됐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테크, 빅데이터, 양자 등 10대 기술 분야에 대한 내용이 골자다.

퍼 스테니우스 레달 대표(좌)와 레달코리아 이한결 매니저.

이한결 매니저는 한국 딥테크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대기업이 국내총생산(GDP)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라 글로벌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며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딥테크 기반 산업 생태계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I 스타트업, 응용 분야 치중…국내 원자력 스타트업 0개"

스테니우스 대표는 비용·기술력 이슈로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핵심 기술보다 응용 분야에 치중했다고 분석했다. 챗봇 등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모델 구조나 연산 최적화 같은 핵심 기술에는 투자와 개발이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비용·기술력 이슈로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핵심 기술보다 응용 분야에 치중했다고 분석했다.

보통 거대언어모델(LLM) 등 핵심 기술은 구글, 메타 등 빅테크와 일부 연구기관 중심으로 개발된다.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고 개발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해서다. 이에 스타트업이 독자적으로 핵심 기술력을 키우기엔 진입 장벽이 높다. 반면 응용 기술은 진입 장벽이 쉽고 수익화 가능성도 높다.

그는 "LLM 등 핵심 기술은 금방 범용화돼 독자 수익 모델이 되기 어렵다"며 "실제 돈이 되는 건 응용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금만 충분하면 개인도 LLM을 훈련할 수 있는 시대"라며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고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매니저는 한국 기업이 주목 받는 분야만 투자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런 경향은 장기적으로 기술 주도권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결 매니저는 한국 기업이 주목받는 분야만 투자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했다.

이 매니저는 원자력 분야를 예로 들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선 원자력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엔 관련 스타트업이 전무한 상태다. 양자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양자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지만, 한국은 관련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 원자력이나 양자 관련 기초과학은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민간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부족하다"며 "글로벌 수준 연구 기반이 있는 만큼 이를 창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韓 클라우드 산업, 규제로 고립…데이터 장벽 낮춰야"

스테니우스 대표는 국내 IT 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과도한 규제를 지목했다. 특히 클라우드 산업 내 데이터 저장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국내 IT 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과도한 규제를 지목했다.

그는 특히 '데이터 해외 반출 제한'이 클라우드 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기관 보안 규정법상 한국 기업이 민감 데이터를 국외 서버로 저장하거나 이전하는 데 제약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클라우드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고성능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결국 한국 기업은 국내에서 별도 데이터센터를 운영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 비용과 더운 기후로 인한 냉각 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데이터 해외 반출을 제한하는 규제가 지속되면 한국은 클라우드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인프라 연결 없이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연합(EU) 사례를 언급하며 글로벌 인프라 연계 중요성을 설명했다. "EU는 공통 규제 체계 바탕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긴밀히 연결됐다"며 "규제가 통합되면 클라우드 환경도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선 통제권을 놓는 것이 부담일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통합이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韓 정부, 국산화 집착 버려야"

스테니우스 대표는 한국 IT 생태계의 폐쇄성과 국산화 지향이 기술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는 국적보다 연결·확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한국인이 창업하고, 한국 자본으로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는 국적보다 연결·확장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유럽 기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투자자, 해외 인력과 작업한다"며 "결과적으로 해외 자본도 쉽게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는 한 예시로 핀란드 게임 회사 슈퍼셀 사례를 언급했다. 슈퍼셀은 중국 자본에 인수됐지만 핀란드에 남아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핀란드에선 반드시 핀란드인과 핀란드 자본으로만 사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팀과 자금으로 출발하는 구조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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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니우스 대표는 이를 위해 정부 노력도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기술 정책을 개방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술을 국가 산업이 아닌 글로벌 산업으로 시각을 전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아직도 모든 걸 국산화한 뒤 수출하려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현재 IT 업계에선 이런 방식이 오히려 기술을 뒤처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딥테크 성장, 투자 유치 증가 등 IT 생태계가 활성화려면 IT 생태계를 글로벌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