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전 미라서 얼굴 문신 확인…고고학자들 당혹

국제 연구진 "고대 안데스 지역 사람 얼굴에 문신이 있는 경우 드물어"

과학입력 :2025/05/24 17:57    수정: 2025/05/24 20:57

800년 전 미라 얼굴에 검은 잉크로 새긴 희귀한 얼굴 문신이 확인돼 고고학자들이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했다.

한 성인 여성으로 추정되는 미라가 1930년 경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교 박물관에 기증됐다. 국제 연구진은 1세기 동안 보관하고 있던 이 미라를 분석한 결과 미라 얼굴에 희귀한 문신이 있다는 것이 발견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800년 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 얼굴에서 얼굴 문신이 포착됐다. 미라의 오른쪽 뺨에는 세 개의 검은 가로줄 문신이 보인다. (출처=G. Mangiapane 외)

해당 연구 결과는 ‘저널 오브 컬처 헤리티지(Journal of Cultural Heritage)’에 실렸다. 

연구진은 문신의 위치와 문신을 만드는 데 사용된 잉크 등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이 미라는 짧게 자른 검은 생머리를 하고 있으며, 안데스 산맥 미라 매장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연구진들은 시신에 붙어 있던 직물 조각들을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분석해 이 여성이 1215~1382년 사이에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토리노 대학 인류학자이자 해당 연구 주요 저자 지안루이지 만자파네(Gianluigi Mangiapane)는 "보존 상태, 시신 배치 등 현재의 증거로 볼 때 미라가 남미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적외선 반사 기술을 이용해 미라를 살펴보던 중 오른쪽 뺨에 세 줄, 왼쪽 뺨에 세 줄, 오른쪽 손목에 S자 모양 등 특이한 문신 자국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고대 안데스 지역 사람들 사이에는 얼굴에 문신이 있는 경우가 드물고, 뺨에는 더더욱 드물다"며, "하지만, S자 문신은 안데스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문신에 사용된 잉크도 분석했는데 연구진은 잉크에서 숯의 흔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산화철 광물인 자철석(magnetite), 휘석(augite)의 흔적을 발견했다. 남미에서는 페루 남부에서 이 광물이 주로 발견되기 때문에 이 미라가 페루 지역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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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테네시 주 산하기관에서 근무 중인 고고학자 애런 디터울프는 "아메리카 대륙 소수 민족 문신에 적철석이나 자철석과 같은 광물이나 흙 색소를 문신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새로운 연구는 이 기록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 미라가 안데스 지역 출신이라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얼굴 문신은 안데스 지역보다는 북극이나 아마존 지역의 역사적인 전통과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