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이나 축제에서 남몰래 술이나 음료에 약물을 섞는 범죄가 사회면을 종종 장식한다. 그 동안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개인 예방책이 나왔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대학 연구팀이 마치 마법처럼 음료에 섞인 약물을 쉽고 빠르게 검출할 수 있는 검사기구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캐나디언프레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음료에 혼입된 약물을 30초 내에 검출할 수 있는 머들러(음료를 휘저을 때 쓰는 막대) 형태의 검사기구 ‘스파이클리스’(Spikeless)를 개발했다. 이 기구는 음료에 혼입 약물을 검출하면 색이 변하는 구조로 돼 있어, 여성이나 성적 소수자의 성폭행 피해를 막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파이클리스는 2011년 UBC 화학생물공학 부교수 요한 포스터(Dr. Johan Foster)와 그의 형제 앤드류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다. 그 후 최근 3년간 포스터 박사와 유세피, 그리고 여러 러협업자들이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왔다. 현재는 실제 사용 테스트를 준비 중이며, 대량 생산을 위한 스타트업도 설립하고 있다.
스파이클리스는 바이오플라스틱제 끝부분에 특수한 화학물질을 코팅한 것으로, 케타민이나 감마-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GHB) 등의 약품이 혼입된 액체를 휘저으면 스틱의 색상이 변하게 된다. GHB는 원래 의학적 용도로 사용되던 약물이었지만, 현재는 마약으로 악용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물질이다. GHB이나 케타민은 맛과 냄새가 없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감지하기 어렵다.

이 스틱은 일회용으로, 알코올 음료와 비알코올 음료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바, 펍, 레스토랑, 축제 등 공공장소에서의 대규모 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이다.
음료에 약물을 섞는 것은 가해나 성폭행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여성이나 성적 소수자의 약 10%, 이성애 남성의 약 4%가 약물이 섞인 음료를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파이클리스 공동 개발자인 사민 유세피 UBC 화학생물공학 석사과정 학생은 “이 제품은 일반 컵이나 컵받침, 빨대, 매니큐어 등 다른 검출 방법과 비교해 더 눈에 띄지 않고 음료를 오염시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개인이 음료를 직접 감시해야 하는 기존 방식 대신, 바나 펍 같은 시설 측에서 능동적으로 스파이클리스를 도입해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공중보건·교육·폭력 예방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전문가 사샤 산토스(Sasha Santos)는 “그동안 예방은 주로 개인에게 맡겨졌지만, 연구와 지역사회 보건 실천은 이런 접근법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접대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스파이클리스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실제로 이 막대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많은 이들은 “바나 레스토랑에서 기본 제공하는 필수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터 박사는 “사람들이 스파이클리스를 제공하는 장소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