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이 없다면 데이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일 뿐입니다. 대한민국이 AI 강국과 데이터 강국이 되려면 국가익명정보 인증센터를 세워 익명정보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금모으기를 한 것처럼 국가가 나서 익명데이터를 모으면 세계적인 데이터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이원석 연세대 교수(인공지능대학 컴퓨터과학과)는 2일 국회서 열린 AI강국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방안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와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고 미래 경쟁 우위를 좌우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5년간 이 말이 유효하지 않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과 김장겸 의원이 주최하고 의원연구단체인 AI와 우리 미래가 주관했다. 후원은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이 했다.
이 교수는 중국AI 딥시크 거론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중국 AI스타트업이 만든 딥시크는 중국의 AI굴기를 잘 보여준 사건으로, 중국 개발자들은 우리와 달리 데이터 활용이 무제한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0년 1월 데이터 3법을 국회서 통과시켰고, 공공데이터 개방도 2013년부터 10여년간 추진하고 있지만 이걸로는 역부족이라는게 이 교수 진단이다. 특히 그는 정부가 확산을 추진하고 있는 가명정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한계점을 지적했다
. "가명정보는 거의 원본이랑 똑같다. 그래서 많은 보호를 해야 쓸 수 있다. 데이터간 결합이 안돼 융합 데이터를 만들 수도 없다. 여기에 결합 이슈로 들어가면 개인정보보호가 튀어나오게 돼있다. 또 활용을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도 3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린다. 여기에 가명데이터 결합은 5년 이내에 폐기를 해야 한다. 이러니 가명데이터는 상업적 목적의 데이터가 될 수 없고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최근 몇년간 정부가 경진대회를 여는 등 가명정보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자리를 못잡은 이유"라고 짚었다.

가명정보는 개인을 직접 식별할 수 없게 처리된 정보이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특정한 식별 요소는 삭제하거나 수정했지만,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원래 상태로 복원이 가능한 데이터가 여기에 해당한다. 가명정보는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의 목적을 위해서는 정보 주체 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익명정보는 어떠한 경우도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완전히 비식별화한 정보를 말한다. 가명정보와 달리,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재식별이 불가능하다. 이에, 익명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미국,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원본데이터 이용이 불가능하다면서 "그래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관리를 하고 있고,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 처리 대상이다. 그런데 누가 쓰려하겠나. 미국은 그렇지 않다. 시장에서 데이터를 거래하고, 또 위반해도 형사가 아닌 민사 사범"이라고 들려줬다.
이어 우리나라 데이터 정책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길이 아닌 우리만의, 제 3의 길을 가야한다"면서 그 길이 가명데이터와 함께 익명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 언론이 2024년 10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가명정보 결합 전문기관 취소가 잇달았는데, 그 이유는 복잡한 과정과 규제로 가명정보를 결합할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예로든 이 교수는 "이처럼 가명정보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익명데이터도 쓸 수 있게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산업 목적의 데이터가 없다면서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익명 정보고, 기술은 이미 다 있다. 우리가 알을 깨고 나가는 강심장만 있으면 된다. 여태 미국걸 벤치마킹하고 따라갔는데, 이 길만은 우리가 스스로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데이터를 산업목적에 자유롭게 쓰려면 딱 두 가지 조건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하나는 익명성을 검증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결합이 가능해야 한다. 검증과 관련 이 교수는 "국가가 해야 한다"면서 국가익명정보인증센터 설립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익명기술을 열면 우리가 세계 1등 익명 정보 기술국가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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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데이터 검증 필요성을 그는 복어로 비유했다. 복어는 잘못 먹으면 죽는 어종인데, 장기 내부의 독소 부분만 빼내면 맛있는 요리가 된다. 마찬가지로 익명데이터가 안전하다는 검증을 국가가 인증센터를 설립해 해주면 이 데이터가 산업으로 흘러들어가 데이터 강국, AI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을 빼내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유럽이 만든 지표(GDPR 4대 익명서 검증)가 있다. 이걸 차용하면 된다"면서 "유럽은 법은 있지만 IT가 뒤져 잘 안되다. 우리와 반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