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가 2년 연속 불렀다…글로벌 AI 무대에 선 韓 스타트업, 어딜까?

뤼튼, 실리콘밸리 자본 1천80억 유치…日서 MAU 50만 돌파, 내년 동남아 진출 본격화

컴퓨팅입력 :2025/03/31 16:12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가 2년 연속 미국 블룸버그TV 생방송에 단독 출연하며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뤼튼이 기술력뿐 아니라 사용성, 감성, 시장 적합성까지 갖춘 서비스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블룸버그TV에 따르면 뤼튼은 최근 굿워터 캐피탈, BRV 캐피탈 매니지먼트, 캡스톤 파트너스 등 실리콘밸리 자본으로부터 총 1천8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560억 원은 이번 익스텐션 라운드를 통해 확보된 신규 자금이며 기존 투자자들도 후속 참여를 이어갔다.

뤼튼은 지난 2021년 이세영 대표를 포함한 6명의 공동 창업자가 설립한 국내 AI 스타트업이다. 오픈AI '챗GPT', 앤트로픽 '클로드', '스테이블디퓨전3' 등 복수의 대형 언어모델 및 이미지 생성 툴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해 제공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러한 멀티LLM 기반 애그리게이션 모델은 단순 연결을 넘어 사용자 목적에 따라 모델 선택과 응답 로직을 조절하는 형태로 구현돼 기술적 복잡도가 높다고 블룸버그 TV는 보도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뤼튼)가 2년 연속 미국 블룸버그TV 생방송에 단독 출연하며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블룸버그 TV 캡처)

뤼튼 서비스는 사용자가 로그인 없이도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현재 국내외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500만 명을 넘는다. 

특히 전체 이용자의 약 70%가 10~20대로 특정 세대에 선제적으로 제품 적합성을 증명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전체 평균 연령은 약 27세로 개인화된 인터페이스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를 중심으로 이용 경험이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역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 내 월간 사용자 수는 50만 명을 돌파했으며 뤼튼은 올해 안에 해당 시장에서 캐릭터 챗 중심의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초기부터 비영어권 시장을 겨냥해 언어모델 적용과 유저경험(UX) 설계를 진행한 전략이 일본 내 빠른 정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세영 대표는 이날 블룸버그TV 생방송에서 "이번 투자금을 통해 이전보다 빠르게 트랙션을 늘리고 일본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챗GPT' 모델을 처음 접했을 때 이건 누구나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단순 업무툴이 아닌 일상적 AI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왜 AI는 모두 똑같아야 하냐"며 "뤼튼은 각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개인화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뤼튼은 챗봇을 '생산성 툴'이 아닌 '일상 동반자'로 재정의하고 있다. 초기에는 개인 비서형 AI 기능이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캐릭터 기반 대화·정서 교감·감성 반응 등을 지원하는 기능으로 확장됐다. 이른바 '데일리 AI' 전략은 단순한 효율성보다 관계성과 몰입도를 강조하며 AI가 인간의 일부 일상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 인프라보다 서비스 설계와 경험 디자인에 집중한 점도 눈에 띈다. 복수 모델 병렬 호출과 맥락 전환을 사용자 지연 없이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은 UX 최적화 관점에서도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고성능 모델을 활용한 결과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이세영 뤼튼 대표 (사진=블룸버그 TV 캡처)

이 대표는 "수익화 전략은 현재 캐릭터 챗 중심으로 제한돼 있으나 이용자의 슈퍼챗 구매 등 유료 기능 반응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가장 큰 기회는 엔터테인먼트와 개인 동반자형 AI에 있으므로 이 영역에서 브랜드를 정착시킨 뒤 정교한 수익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도 본격화된다.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확장 계획이 예정돼 있으며 일본 시장에서 축적된 언어 및 문화 적응 경험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동남아 역시 비영어권 국가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뤼튼의 현지화 접근법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기존 국내 AI 스타트업이 칩, 반도체 등 인프라 중심 투자 유치에 집중해왔다면 뤼튼은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 구조에 집중해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술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플랫폼 설계와 브랜딩 전략을 동시 전개하는 방식은 해외 시장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그동안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에 주로 집중해왔다"며 "뤼튼은 '챗GPT' 이후 등장한 흐름 속에서 이러한 인프라 중심 투자 방향에서 벗어나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한국의 신흥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