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없으면 이사회 진입"…농심 소액주주 뿔난 이유

1년 새 삼양식품과 시총 순위 뒤바껴…"해외사업 키워 주주가치 제고할 것"

유통입력 :2025/03/17 17:11    수정: 2025/03/17 17:12

국내 라면시장 1위 사업자인 농심의 소액주주들이 농심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쟁사인 삼양식품 대비 주가와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익명 소수주주 단체인 ‘언로킹 밸류(Unlocking Value)’는 최근 농심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지난 1월 22일에 이은 두 번째 공개서한이다.

언로킹 밸류는 농심에 ▲동종기업 최저 수준 수익성 시현의 원인 진단 및 개선 방안 ▲내부거래 진단 ▲사업부별 수익성 공시 ▲영업이익률 목표 설정 및 공표 등을 요구했다.

명동 농심 브랜드존 사진

언로킹 밸류는 현재 농심 발행주식총수의 0.95%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공개적으로 알려진 소수주주 중 다섯 번째로 큰 규모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오는 4월 30일까지 이사회가 공개적인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농심이 투자자 그룹의 요청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형식에 그치는 무의미한 답변을 제공할 경우 소수주주의 이해 보호를 위해 이사회 진입을 고려할 것”이라며 “농심의 근본적인 경쟁력 복원과 기업가치 정상화를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3조4천387억원, 영업이익은 1천63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1%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4.7%로 전년(6.2%) 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4분기만 보면 2.4% 수준이다.

경쟁사인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7천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3% 급증한 3천442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3천억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19.9%로 전년(12.4%) 대비 7.5%포인트 급증했다.

아직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오뚜기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률은 7.5%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면서 농심의 시가총액 순위도 뒤집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년 전인 지난해 3월 15일 종가 기준 농심 시총은 2조2천50억원이었다. 17일 종가 기준 시총은 2조3천661억원으로 7.3%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 시총은 1조4천712억원에서 6조9천756억원으로 374.1% 급증했다.

시가배당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심의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기준 1.3%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시중 5대 은행 예금금리(2.90~3.30%)보다 낮은 수준이다.

관련기사

다만 농심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체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비전 2030’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키워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