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전증협회는 대한뇌전증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11일 ‘2025 세계뇌전증의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세계뇌전증의날은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 뇌전증 환자의 권익 신장을 도모하고자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이 제정한 기념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140여 개 국가에서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뇌전증 환자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온 인사나 단체에 수여하는 ‘퍼플라이트어워즈(Purple Light Award)’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보건복지위원장 표창을 진행했다. 또한, 뇌전증을 진단받은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학업 유지 및 미래설계를 위한 ‘에필라이저(Epilizer) 미래설계 장학증서 수여식’도 함께 진행됐다.
‘퍼플라이트어워즈’를 수상한 사진작가 고정욱님은 “뇌전증은 더 이상 숨겨야 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작품활동을 더욱더 열심히 해 뇌전증에 대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환자와 가족들의 어려움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진행된 뇌전증 인식개선 세미나에서는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조명하고 직접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윤송이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주제로,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취업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각각 발제를 진행해 각 현장에서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이어 성인환자와 소아청소년환자 부모가 직접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며 국가 차원의 관리 방안, 특히 ‘뇌전증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의 필요성과 실질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기념식에 참석한 뇌전증 환자와 보호자 및 보건의료관계자 15명이 함께 ‘뇌전증 환자 권리 헌장’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이 권리 헌장에는 뇌전증 환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호와 사회적 차별 해소를 목표로 하며, 의료적 지원, 교육 및 취업 기회 보장, 사회적 포용 강화를 위한 내용이 담겼다.
김흥동 한국뇌전증협회 회장은 “뇌전증 환자의 권익신장과 인식개선을 위해 뇌전증에 대한 국가적 관리가 절실하다. 세계뇌전증의날을 맞아 2월10일 남인순의원과 국회의원 20여명이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조속히 입법되어 전국 37만 뇌전증 환자와 200만 뇌전증 환자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뇌전증은 뇌신경 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신호로 발병하는 질환으로 국내에 37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뇌전증은 장기간의 유병 기간과 집중적인 돌봄이 있어야 하는 다른 유사 질환과 비교해 볼 때 돌봄을 비롯해 의료적,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이 결코 덜하다고 할 수 없다.
뇌전증 환자는 질병의 특성상 발작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매우 심해 교육, 취업, 대인관계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많은 차별과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국가가 뇌전증의 예방, 진료 및 연구와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지원, 인식개선 및 차별 방지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함으로써 뇌전증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및 사회적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뇌전증 관리지원법’ 제정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김세연 의원이, 21대 국회에서는 남인순의원과 강기윤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으나, 회기 종료로 인해 자동 폐기 됐다. 이번 회기에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의원이 국민의힘 인요한의원 등 국회의원 20명과 함께 뇌전증 관리지원법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