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3시간 전. 기상 알람이 아닌, 스마트폰 슬랙(slack)이 고막을 울린다.
"이사님, 틱톡에서 우리 제품, 갑자기 바이럴이 터졌어요!"
잠이 확 깼다. 홍보팀 막내의 다급한 메시지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상대를 진정시키고, 정보의 길목을 탐색한다.
홍보인에게 '새벽의 안테나'는 생존 도구다. 잠든 세상의 신호를 감지하고, 깨어있는 시그널을 포착한다. 때로는 약한 주파수도 놓치지 않는 예민한 감각 역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시대가 많이도 변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눈 뜨면 제일 먼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켜던 손가락 모양 안테나가 틱톡과 릴스, 유튜브 쇼츠로 방향을 틀었다. 한때 오늘의유머, 웃긴대학 베스트 게시판이 잡아내던 파장은 '#챌린지'나 '밈'의 형태로 잡아낸다.
거슬러 올라가면, TV 예능이 전파를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개그콘서트'와 '웃찾사'는 홍보인의 필수 채널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고뤠~?".
개그맨의 혀놀림은 다음날 기사 제목의 주파수였고, 과장된 몸짓은 카피라이팅의 바이블이 되곤 했다.
한때 우리는 트렌드의 송신탑이었다. 20대 후반,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홍보인으로서 자연스레 시대의 전파를 수신하고, 발신했다. 하지만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 '트렌드코리아' 요약문을 돌려보며 MZ세대 주파수를 독학하는 처지다.
"이거, 요즘 자주 쓰는 말이잖아"라며 던진 말이, "이사님, 그 표현은 이제 아무도 안 써요"라는 노이즈로 회귀하는 날도 잦다.
인스타 릴스의 인기 음악을 주목한다. 특정 BGM이 증폭되는 순간, 우리 브랜드 영상에도 같은 주파수를 맞춰 알고리즘의 전파를 탄다.
노하우가 있다. 업무시간에 안테나를 길게 빼면 '업무 태만'으로 보인다. 그래서 노하우를 풀자면.
출근길 버스에서 (30분)
- 입맛에 맞는 뉴스레터를 구독해 테크 트렌드, 비즈니스 인사이트, 스타트업 동향을 파악한다.
점심시간 커피 한잔과 함께 (15분)
- '#출근룩' '#직장인브이로그' 등 업계 관련 해시태그 반응을 확인한다.
- 경쟁사 SNS 댓글과 좋아요 수 변화를 체크한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30분)
- 틱톡 '추천for you'로 감도를 높인다
- 인스타 릴스로 트렌드를 수신한다
- 유튜브 쇼츠의 채널을 맞춘다
취침 전 침대에서 (20분)
- 브런치로 타겟층 인사이트를 얻는다.
- 링크드인, 페이스북으로 업계 동향을 파악한다.
한 주니어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회사에서 SNS 보는 게 눈치 보여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래서 알려준 꿀팁이다.
"이동시간을 활용해. 알고리즘이라는 전파가 너의 안테나를 인식할 때까지 시간이 걸려. 그러다 어느 순간 시그널이 잡힐 거야."
사실 마음 한켠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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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 출근길에도 회사 일을 하라고요?"라는 경멸의 외침과, 시그널을 송신이 아닌 수신만 하는 신세가 된 현실 때문이다.
'선택의 문제'라 적고 '숙명'이라 새겨본다. 시대의 전파를 감지하고, 이를 기업의 주파수로 변환해 내는 일.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