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s 픽] "AI 강화해라"…신동빈 한 마디에 롯데 '칼바람' 인사, 롯데이노베이트 '주목'

롯데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사장 승진…롯데이노베이트 김경엽 대표와 AI 사업 시너지 기대

컴퓨팅입력 :2024/11/28 15:45    수정: 2024/11/28 16:37

롯데그룹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고강도 인적쇄신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공석이던 롯데이노베이트 수장에 내부 임원을 앉혀 주목된다. 롯데정보통신(현 롯데이노베이트) 출신인 노준형 경영혁신실장도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지주의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트렌드에 맞춰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28일 롯데지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임원인사 결과 롯데그룹 전체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3% 줄었으며 최고경영자(CEO)도 36%(21명)가 교체됐다.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과 쇄신을 위해 임원 22%가 퇴임하면서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3% 축소됐다. 코로나 시기인 2021년 임원인사보다 더욱 큰 폭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지주)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지주에서 AI 사업을 진두지휘하던 노준형 부사장이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해 주목된다. 노 사장은 ESG경영혁신실을 이끌며 산하에 롯데정보통신 출신인 현종도 상무를 팀장으로 하는 AI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바 있다. 

롯데지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AI TF를 꾸리고 약 1년여간 그룹과 계열사별로 수행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했다. 노 사장과 현 상무는 지난해 말 인사 때 AI TF 합류 후 그룹 내 직원 개인 맞춤형 AI 비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롯데 계열사들은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를 기반으로 각 회사별 사업 특성에 맞춘 '아이멤버 커스텀 챗봇'을 속속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롯데쇼핑,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웰푸드, 롯데케미칼 등 상당수 계열사는 신제품 개발이나 물류관리 등의 분야에 생성형 AI를 접목하고 있다. 또 롯데건설은 R&D 조직과 사업본부 인력으로 구성된 AI 전담조직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인공지능) TFT'도 출범시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해오던 유통, 화학 등의 사업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처럼 나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롯데이노베이트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사진=롯데이노베이트)

이는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신 회장의 의지가 컸다. 신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AI를 언급한 이후 올해 신년사에서도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이고 생성형 AI 등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상반기·하반기 사장단 회의 등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AI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노 사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경영혁신실장을 맡게 되면서 롯데그룹의 AI 전환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시킴으로써 노 사장이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효율성을 높였다.

롯데 측은 "롯데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고자 한다"며 "신규 조직은 노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각 계열사 혁신을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엽 롯데이노베이트 대표 (사진=롯데이노베이트)

이와 함께 그룹의 AI 사업 주축이 되고 있는 롯데이노베이트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김경엽 전무가 선임됐다는 점에서 노 사장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 나갈지도 관심사다. 1970년생인 김 전무 역시 노 사장이 롯데정보통신 대표일 때 함께 일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향후 롯데 전 계열사에 AI 기술을 빠르게 접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롯데이노베이트가 올 들어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의 신사업을 앞세워 외형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지주에서 더 힘을 실어줄 지도 관심사다. 

특히 메타버스 사업은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이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사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방문해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이날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롯데이노베이트의 신사업들을 어떻게 키워나갈 지도 기대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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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노베이트는 대표 신규 선임과 함께 앞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A·B·C(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평균 10% 이상 매출 성장을 이루는 한편, 모빌리티·메타버스 등 신규 사업 매출 비중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배당성향을 30% 이상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는 동시에 향후 지배구조 핵심 지표를 현재 53.3%에서 86.7%까지 개선키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먹거리 발굴 임무를 맡고 있는 '롯데 오너가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이끄는 미래 사업에 앞으로 AI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이노베이트를 주축으로 하겠지만 향후 롯데바이오로직스나 롯데헬스케어처럼 AI를 중심으로 한 미래 신사업을 별도 계열사 법인으로도 분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