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베테랑 경영자 택했다...안정 속 쇄신

'기술통' 전영현 부회장, 메모리사업 진두지휘...정현호 사업TF 부회장 체제 유지

디지털경제입력 :2024/11/27 13:50    수정: 2024/11/27 14:45

삼성전자가 기존 한종희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반도체 수장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이 대표이사를 함께 맡는 2인 체제로 복귀했다. 이들에게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면서 ‘안정 속 쇄신’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태스크포스(TF)의 사령탑 정현호 부회장은 유임됐다.

메모리·HBM 반도체 위기 극복과 미국 트럼프 2.0 출범 등 내년 혹독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젊은 피 수혈보다는 베테랑 경영자를 택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위기 돌파’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영현 부문장 부회장이 직접 메모리사업부를 직할하고,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교체하며 쇄신에 나섰다. 또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했다.

전영현 DS 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좌측),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우측)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반도체 위기 돌파…대표이사가 메모리 직접 챙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반도체 부분에 큰 변화를 줬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성적을 내면서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위기를 인정했을 정도다. 첨단 반도체 수요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고,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위인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전격 투입된 '기술통' 전영현 DS 부문장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반도체에 더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전 부회장은 이번 인사로 메모리사업부장도 겸임하게 됐다. 이는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취지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강화한 것은 책임을 지고 조직을 좀더 체계적이고 집중력 있게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전영현 대표이사(부회장)가 메모리 사업부장을 겸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업부장급 2명을 전진배치한다는 것은 고객과 기술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의지”라며 “핵심 사업부인 메모리를 대표이사가 직접 사업부장을 맡으면 기술 로드맵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매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DSA총괄 부사장이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으로 승진하며 파운드리 사업을 총괄한다. 한진만 신임 사장은 D램 및 플래시 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말 DSA총괄로 부임해 현재까지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삼성전자는 “한 사장은 기술 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했고 글로벌 고객대응 경험이 풍부하다”며 “공정기술 혁신과 더불어 핵심 고객사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과 파운드리사업부에 사장급 CTO 보직을 신설하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좌측)과 남석우 파운드리 사업부 CTO 사장(우측)(사진=삼성전자)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DS부문 경영전략담당을 맡게 됐다. ‘반도체 전력 기획 전문’인 김 사장은 반도체 경쟁력 조기회복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남 CTO는 제조 전문가로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했고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담당 등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는 앞으로 반도체 첨단 공정 수율과 고객사 신뢰도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과 송재혁 반도체연구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유임됐다.

정현호·한종희·전영현 부회장 3인 체제…'변화 속 안정'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변화 속에서도 나머지 인사는 ‘안정’을 택했다.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면서 부문별 대표이사 사업책임제를 확립했다. 또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됐던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도 유임하며 3인 부회장 체제를 이어간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정 부회장이 역할을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금번 인사에서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으로 한종희 부회장을 선임해 품질 분야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도록 했다. 이로써 한종희 부회장은 대표이사, DX부문장, DA(생활가전)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 등 4개 보직을 겸임하게 됐다. 또한 전영현 부회장도 대표이사, DS부문장에 이어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새롭게 겸임한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해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도 모두 유임됐다.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으로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겸 글로벌브랜드센터장 사장이 DX부문 브랜드전략위원 사장으로 ▲이원진 상담역이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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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유추해보면, 향후 단행될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 폭은 예상보다 다소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러나는 임원도 많아지고 신규 발탁 및 보직 변경되는 임원도 다수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