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신균 대표가 사장 승진에 성공하며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공식화 한 LG CNS의 움직임에도 탄력이 더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5년 연속 최대 실적 경신 기록이 올해까지 6년째 이어질 것으로 보여 몸값도 장외시장에서 일찌감치 10조원을 넘기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현 대표는 이날 LG그룹 사장단 인사에 이름을 올리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LG CNS 대표가 된 지 2년 만,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5년 만이다.
1965년생인 현 사장은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에서 통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액센츄어코리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UN에서 경제사회부 프로페셔널 스태프로 근무한 뒤 KB국민은행 개발관리팀장, 딜로이트컨설팅 전무, AT커니 코리아 부사장을 거쳐 2010년에 LG디스플레이에 업무혁신그룹장 전무로 이동하며 LG에 합류했다.
LG CNS에는 지난 2017년 CTO 겸 엔트루컨설팀장을 맡으며 발을 들인 후 2019년에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또 2020년 DT 이노베이션 사업부장, 2021년 D&A 사업부장을 거친 뒤 2022년 11월 LG CNS 대표 자리를 꿰찼다.
업계 관계자는 "현 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업무혁신 그룹장을 역임하며 전사 차원의 IT 혁신을 주도해왔고, LG CNS를 기술 역량 중심의 정예전문가 조직으로 이끌었다는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액센츄어, 국제연합(UN), AT커니 등에서 글로벌 혁신 전문가로도 활동함으로써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신기술 영역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물로도 인정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 대표가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대표 취임 후에도 LG CNS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
LG CNS는 김영섭 전 대표(현 KT 대표)가 비주류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신성장동력을 잘 발굴해 둔 덕분에 2019년부터 꾸준히 실적 성장세를 기록,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치를 경신해왔다. 특히 현 대표가 취임한 후 첫 실적인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성장한 5조6천53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연매출 5조원 돌파에 성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업이익도 20.4% 늘어난 4천640억원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수장이 교체되고 나서 좋은 실적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현 대표 취임 후 LG CNS가 2년 연속 실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현 대표의 경영 능력은 높게 평가될 만 하다"고 말했다.
현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LG CNS의 그룹 내 입지도 더 강화됐다. 이번 일로 부사장급이 대표를 맡고 있는 LG그룹 계열사는 LG이노텍만 유일하다. 1970년생인 문혁수 LG 이노텍 대표는 지난 2022년 부사장에 승진했으며 지난해 LG이노텍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룹 계열사 대표 중에는 젊은 피에 속한다.
LG그룹 계열사에서 사장급이 대표를 맡은 곳은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으로, LG CNS도 이번에 합류하게 됐다. 부회장급이 대표인 곳은 신학철 부회장이 이끄는 LG화학 정도다. LG그룹은 변화보다 '안정 속 혁신' 기조로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LG CNS는 현 사장의 승진을 기점으로 IPO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전후를 목표로 IPO 준비에 나선 상태로, 지난 10월 4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3년 만에 LG그룹에서 추진하는 계열사 상장으로, 내년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모건스탠리가, 공동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신한투자증권·JP모건이 맡았다.
대개 2개월 정도 소요되는 상장예심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LG CNS는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 투자자 청약 등을 거쳐 상장하게 된다.
LG CNS의 총 상장 예정 주식은 9천688만5천948주, 공모 예정 주식수는 1천937만7천190주다. 현재 발행 주(8천719만7천353주)를 고려하면 공모 물량 중 구주매출과 신주매출의 비중은 절반씩이다.
이에 시장에선 이번 IPO를 통해 신주 상당량이 풀리면서 LG CNS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구주매출이 절반이란 점에서 2대 주주인 맥쿼리PE가 자금회수(엑시트)에 나설 경우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구주매출은 공모주 청약 시 기존 주주가 가진 주식을 판매하는 것으로, 기존 주주들의 차익 실현 목적이 크다는 점에서 IPO 흥행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LG CNS의 성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IPO 흥행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LG CNS가 최근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 디지털 전환(DX)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 초에는 AI 분야 기술·사업 전문 조직을 통합한 'AI센터'를 출범하며 AI컴퍼니로서 본격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AI 사업에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LG CNS의 그룹 내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구 회장은 취임 후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상태로, LG CNS는 LG AI 핵심 사업으로 평가 받는 '엑사원' 개발에 적극 참여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LG CNS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2조5천200억원, 영업이익 1천700억원으로 마무리했다. IT서비스업 최대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 실적이 주춤한 탓에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 감소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SI 투자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실제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었고 영업이익은 60.0% 늘어난 1천42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3조9천5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7.5% 상승한 3천128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올해도 연매출 5조원 돌파는 확실시 된 분위기다.
덕분에 장외시장(38커뮤니케이션)에선 이미 시가총액이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날 기준 LG CNS 주가는 11만7천500원으로, 시가총액은 10조2천457억원을 기록 중이다.
LG CNS가 IPO 흥행에 성공하면 ㈜LG와 구광모 LG그룹 회장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현재 LG CNS의 최대주주는 지분 49.95%를 보유한 ㈜LG다. 구 회장 역시 1.12%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지주사 외에 구 회장이 가진 계열사 지분은 LG CNS가 유일하다. 이는 지난 2018년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보유했던 LG CNS 지분을 ㈜LG 지분 8.76% 등과 함께 상속 받은 덕분이다.
LG CNS가 상장 흥행에 성공하면 ㈜LG와 구 회장의 자산 가치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장외시장에서 지난 4일 거래된 LG CNS 주가 9만7천500원을 기준으로 하면 구 회장의 지분 가치는 9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결정 과정에서 상장된 동종 업계 기업의 지표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LG CNS는 삼성SDS와 비교되고 있다"며 "삼성SDS 주가가 지난해 말 종가 대비 10% 이상 하락해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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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물류·IT 사업 부문 중심인 삼성SDS와 달리 LG CNS는 DX, AX(인공지능 전환) 중심의 IT 서비스업에 주력 사업이 집중돼 있다는 점을 차별화하면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미국발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공모가 결정 과정에서 동종 업계 상장사의 지표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서 삼성SDS와 LG CNS를 비슷한 눈높이에서 보는 시각이 많은 듯 하다"며 "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소 다른 데다 LG CNS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 상장 시 예상보다 더 높게 기업가치가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