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이후 배터리 산업은 살았지만, ESS 산업은 고충을 겪고 있다. 배터리 3사 수주잔고 총액은 1천조원 이상인 반면, ESS는 정부 활성화 계획까지 세웠지만 보조금 등 세부 계획이 반영이 안돼 현재로선 공염불에 가깝다. 안타까운 것은 호남, 제주 지역에선 전력 계통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재생에너지 설비 신규 발전을 불허했다는 점이다. 계통 연계형 ESS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도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분산에너지 정책 활성화를 위한 ESS 산업 기반 구축 국회토론회’에서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축사를 맡아 이같이 발언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지난 2022년 23GW에서 오는 2030년 72GW까지 3배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현 수준에서도 전력 계통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소화하지 못해 발전을 강제 중단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빈번해지자 재생에너지 설치도 잠정 보류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발전원 특성상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ESS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키워 탈(脫)탄소화를 촉진하면서도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최명환 한국전력공사 계통계획처 실장은 ESS가 재생에너지가 연계된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발전량이 과도하거나 부족해짐에 따라 ▲발전기 상시 제약 운전 ▲재생에너지 인버터 대규모 탈락에 따른 저주파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 상황에서 ESS를 사용하면 수 초 내에 주파수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주파수 상황에 쓰여온 동기발전기의 경우 12초가 걸린다.
최명환 실장은 “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 불안정을 견디지 못해 같이 탈락해버리면 저주파수가 발생하고, 동기발전기가 감소되면 주파수가 또 하락해 상황이 지속 악화된다”며 “ESS는 추가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 보유하던 유휴 전력을 계통에 내놓으면 발전기가 돌아가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타나 전력계통이 계속 악화되는 상황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런 부분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각지에 전력계통 안정화용 ESS를 978MW 규모로 구축 완료했다. 이에 따라 동·서해안 발전 제약을 약 1GW까지 완화했다.
호남권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주파수 안정화 설비로도 ESS를 300MW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한전은 오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ESS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ESS가 도입되면 최저 주파수를 59.4Hz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기발전기가 줄어들면 전력 계통의 관성도 줄어든다. 이 또한 주파수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한전은 이에 대응한 ESS도 2032년까지 300MW 규모로 설치할 계획이다.
최 실장은 “발전기는 자체적으로 무게와 힘을 갖고 있어 계통에 문제가 생겨 입력이 없어지더라도 기존에 돌아가던 힘에 의해 충분한 발전력을 공급하는데, 동기발전기가 아닌 재생에너지 등은 그렇지 않다”며 “ESS는 유휴 전력을 아주 빠른 시간에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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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발전을 보완하는 인프라로 쓰이기 위해선 4시간 이하의 단주기가 아닌, 장주기 ESS를 구축해야 한다. 다만 최 실장은 이를 활용하려면 경제성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장주기 역할을 위해 ESS를 추가로 투입해야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라며 “비용 효율 측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