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특허청이 선택한 AI 기업...'로민'의 성장 비결은

강지홍 대표 "기술력과 펀더멘털로 승부…美·日 등 해외 시장에도 도전할 것"

컴퓨팅입력 :2024/10/25 14:26    수정: 2024/10/25 15:33

"단일 기술로는 업무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는 문서를 읽고 이해하며 자동으로 처리하는 통합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고객사의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강지홍 로민 대표는 25일 기자와 만나 회사의 핵심 기술과 성장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로민은 올해로 창업 7년차를 맞은 국내 AI 기업으로, 초기에는 광학 문자 인식(OCR)으로 시작해 도큐먼트 인공지능(document AI) 분야에 매진하는 등 문서 인식 분야에 집중해 왔다. 강 대표와 임비 공동 창업자는 지난 2018년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비전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기술력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회사를 설립했다.

강지홍 로민 대표 (사진=조이환 기자)

강 대표는 외부 투자 없이도 회사가 성장을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며 "초기에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며 기술 기반을 다졌고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을 내면서 자립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성장의 비결은 바로 '텍스트스코프(Textscope)' 스튜디오에 있다. 로민의 주력 제품군인 '텍스트스코프 스튜디오'는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활용하고 학습하는 통합 솔루션이다. 

리드(Read) 기능은 OCR 기술과 문서 레이아웃 분석을 통해 이미지 형태의 문서에서 텍스트와 구조 정보를 추출한다. 언더스탠드(Understand) 기능은 추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서의 종류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 정형화된 데이터로 변환한다. 이는 비정형 문서에서도 정확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추출을 가능하게 해 업무 자동화에 필수적이다.

강 대표는 "실제로 보험사나 무역회사 등에서는 다양한 양식의 문서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 비효율적"이라며 "우리의 솔루션을 사용하면 문서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필요한 정보만 추출해 전산에 입력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민의 '텍스트스코프' 솔루션은 읽기·이해·활용·학습이라는 포괄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사진=로민)

액트(Act) 기능은 고객사가 보유한 비정형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검색, 요약, 질의응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런(Learn) 기능은 폐쇄망 환경의 금융권 및 공공기관을 위해 내부에서 직접 AI 모델을 학습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두 기능은 생성 AI와 연계돼 고객사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비정형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술 기업으로서 로민은 인력 구조에서도 차별화를 보인다. 전체 인원의 70%가 개발자이며 팀도 세분화되어 있다. 특히 데이터팀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다른 회사와의 차별점으로, 그 이유는 보안과 효율성에 있다.

강 대표는 "금융권과 공공기관 등 보안을 중시하는 고객사들은 데이터의 외부 반출을 꺼린다"며 "데이터를 외부에 맡기지 않고 직접 처리함으로써 고객의 보안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지홍 로민 대표 (사진=로민)

로민의 기술력은 이미 주요 산업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보험금 청구 문서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 전산에 입력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자동화해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또 특허청은 로민의 솔루션을 활용해 특허 심사 과정에서 제출되는 서류의 형식 검토와 내용 분석을 자동화했다.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검수하던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업무 속도와 정확성을 향상시켰다.

가장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디지털 이노베이션 페스타(디노) 2024' 행사에서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실증 사업의 성과를 시연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 행사에서 로민은 우체국 창구에서 접수되는 우편물의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전산에 입력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강 대표는 "'디노'에서의 시연을 통해 악필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비정형으로 기재된 주소도 표준화해 처리하는 기술을 시연했다"며 "우체국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수준의 이 기술은 숙련된 직원보다도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업무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민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시장을 목표로, 각각 무역 관련 비정형 문서 처리 솔루션과 OCR 중심의 일반 문서 처리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로민은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로민)

강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는 무역 관련 업무 처리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특히 무역 분야 서류는 양식이 통일돼 있지 않고 비정형성이 강해 우리의 기술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아직 아날로그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어 OCR 기술만으로도 시장성이 크므로 문서 자동화 솔루션을 일반적으로 제공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민은 향후 국내 공공기관과의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제1금융권 내에서는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아직 사업 확장의 높일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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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공공시장에 대한 영업망을 확충하고 우수 조달 물품 선정과 신제품(NEP) 인증을 통해 수의계약과 조달청 디지털서비스몰 입점을 완료했다"며 "공공기관 시장을 위해서 공개입찰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우리의 솔루션을 더욱 널리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목표 지향적인 조직 문화를 유지함으로써 기술 혁신을 통해 AI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