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로나 표절’ 항소한 빙그레, 서주와 악연 끊을까

법원, 메로나 차별적 특징 인정 안 해…불낙볶음면·컵반도 원고 패소

유통입력 :2024/10/08 16:50

메로나 포장지를 따라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한 빙그레가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서주와의 악연을 끊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린다. 업계에서는 포장지가 유사한 미투제품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원조 업체가 승리한 경우가 없다며 빙그레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빙그레는 자사 아이스크림 메로나 포장지와 서주 ‘메론바’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

빙그레 메로나(위)와 서주 멜론바. (제공=각 사)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이현석 부장판사)는 “수요자에게 특정 출처 상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별적 특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품의 포장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한정돼 있어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했다.

빙그레와 서주의 악연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2005년 빙그레는 효자원(서주 전신) 상대로 ‘메론바’ 판매금지 가처분을 냈었다. 효자원의 메론바가 자사의 메로나의 포장지를 따라했다는 것이 가처분 신청의 이유였다.

당시 재판부는 “메론맛 아이스크림의 포장에 초록색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며 메로나 포장이 소비자에게 특정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는 아니다”며 메로나의 특징을 인정하지 않았고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빙그레가 ‘비비빅’과 ‘요맘때’, 효자원의 ‘롱비빅’과 ‘요플러스’에 대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유사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효자원이 ‘롱비빅’ 포장에서 ‘롱’을 강조하고 있는 등 소비자가 상품을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빙그레는 ‘비비빅’을 1970년대부터 ‘메로나’를 1992년부터 각각 판매해 왔다. 효자원은 서주우유를 1999년 인수해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다 2013년 아이푸드에 인수됐다. 메론바를 2014년부터 판매해 왔고 2020년 사명을 아이푸드에서 서주로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빙그레의 항소가 승리로 이어지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포장지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로 이어진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삼양식품은 팔도가 2014년 출시한 ‘불낙볶음면’의 포장봉지가 자사의 ‘불닭볶음면’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 디자인권 침해금지 및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재판부는 두 제품 포장지의 색감이나 볶음면 모양이 일부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며 포장지에 볶음면이 담긴 그릇과 고추의 위치와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삼양식품은 항소하지 않았다.

또 2017년 CJ제일제당이 오뚜기와 동원F&B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역시 기각됐다. CJ제일제당은 오뚜기와 동원F&B의 컵반 형태가 자사 제품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신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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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오뚜기와 동원F&B의 제품이 CJ제일제당의 컵반 용기의 형태와 유사하지만 이미 즉석밥에서 흔히 사용되는 행태라며 판단했다.

이에 대해 빙그레 관계자는 “선례와 관계없이 메로나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함”이라며 “메로나를 해외로도 수출하는 등 회사에서는 중요한 상품으로 보고 있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한 노력이 있는데 미투제품으로 상품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