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투자 축소 않겠다던 포스코 장인화號 결국 '속도조절'

포스코퓨처엠, 전구체 공장 철회…그룹 측 "풀밸류체인 구축엔 변화없어"

디지털경제입력 :2024/09/10 17:06    수정: 2024/09/10 18:08

포스코그룹이 철강에서 이차전지소재 사업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하겠다는 경영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신임 회장이 올초부터 주력사업인 철강과 함께 이차전지소재 사업을 그룹의 쌍두마차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소재 계열사에서 사업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사업 축소를 발표했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포항에 전구체 생산공장을 만들기 위해 1조2천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결국 1년 여만에 이같은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포스코퓨처엠은 피앤오케미칼 지분 51%를 합작사 OCI에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피앤오케미칼은 배터리 음극재 코팅용 소재로 활용되는 고연화점 피치를 생산하는 곳이다.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1일 세종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천연흑연 음극재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연이은 이차전지 사업 투자 축소 소식에 주주들도 실망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스코퓨처엠 사업장을 찾은 장인화 회장은 "이차전지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지난 5월 세종시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와 천연흑연 음극재 공장을 방문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꼭 가야 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이차전지소재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7월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소재사업 밸류업 데이' 행사를 열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서도 원료부터 제품까지 다수 투자사업을 올해 본격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한달여 만에 올해 음극재 생산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29일 인조흑연 투자 규모를 연산 1만8천톤에서 1만3천톤으로 축소한다고 공시했다. 포스코그룹은 음극재 국산화에 나서고 있는데, 인조흑연은 음극재 핵심 소재다.

포스코퓨처엠 측은 "시운전 결과 예상되는 생산량 감소를 반영했다"며 "향후 설비개선 사항을 반영하고 지속적인 조업 개선 노력으로 생산 능력은 증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올초 대비 30% 넘게 빠진 주가…2030년 그룹 시총 200조원 가능할까  

포스코그룹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데이 행사도 열고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23년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일 때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60만원대를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장인화 회장 취임 직전인 3월 초 40만원 중반대서 9월 초 30만원 초반대로 내려앉으며 주주들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차전지 투자 추소 우려가 커질수록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증권)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 2026년까지 이차전지소재 사업에서 매출 11조원 달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차전지소재사업 고도화 전략'을 제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만 해도 올해까지 매출액 16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1년 뒤 시점 목표 매출이 5조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결국 포스코홀딩스가 2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이라는 강력한 주주 환원책도 발표했지만, 주가는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장 회장은 2030년 포스코그룹 시가총액 200조원 비전을 제시하며 강한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장 회장의 임기가 3년이다 보니 주주들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려운 먼 미래의 약속이라는 평가도 있다.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포스코홀딩스 27조3천487억원 ▲포스코퓨처엠 15조6천88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 8조8천313억원 ▲포스코스틸리온 2천265억원 ▲포스코DX 3조9천681억원 ▲포스코엠텍 6천592억원이다. 모두 더하면 55조9천834억원으로 목표치와는 거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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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내 이차전지 투자 축소 우려에 포스코홀딩스 측은 "캐즘(시장 정체) 상황에 따라 선택과 집중으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원료에서부터 소재까지 풀밸류체인을 구축함으로써 그룹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장 회장 임기 내 확인이 어려운 너무 장기적 목표(시총 200조원)를 제시했다는 지적에는 "전임 회장도 그렇고 CEO들이 중장기적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기업 경영에 단기 목표도 중용하지만 중장기 목표와 연계해 단기 목표도 수립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