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계속 협상중"…소프트뱅크, 라인야후 사태 확답 피해

라인야후 측 입장과 동일…지분 협상 장기화 조짐

인터넷입력 :2024/06/20 16:40    수정: 2024/06/20 22:52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분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소프트뱅크는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라인야후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회사는 소프트뱅크 그룹사와 시스템 연계를 언급하며 라인야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입장만 명확히 했다. 지분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는 예상이 나온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은 20일 도쿄에서 열린 제38회 정기주주총회에서 네이버와의 라인야후 지분 협상에 관해 확답을 피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이 20일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소프트뱅크 주주총회 방송 캡쳐)

'네이버 지우기' 명분 된 '보안 문제' 강조…"보안 거버넌스 실효성 확보할 것"

미야카와 사장은 '라인야후 자본관계 재검토 상황과 전망'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라인야후의 요청을 받아들여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 전략 관점에서 네이버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현 시점에선 라인야후의 장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할 수밖에 없다"며 "상대(네이버)가 있기 때문에 합의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명확히 답변할 수 없지만 지속해서 협의를 거듭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라인야후가 표명한 입장과 같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제2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당사는 자본관계 변경에 대해서는 모회사(소프트뱅크)에 검토를 요청하고 있다"고 답을 미뤘다.

지난해 11월 라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보안 사고 이후, 일본 총무성은 2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야후에게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라인야후는 소프트뱅크에 총무성의 요청을 전달했고, 이에 응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지분 변경을 협의중이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이 20일 주주총회에서 라인야후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소프트뱅크 주주총회 방송 캡쳐)

자본관계 조정 명분은 보안이었다. 주주총회에서 미야카와 사장은 보안 강화 계획을 설명하며 "라인야후 같이 큰 자회사도 있는 만큼 보안 거버넌스 부문에서 다른 기업 이상으로 주의해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인야후는 보안 강화를 위해 '보안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한다.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모회사이자 옵저버로서 이 위원회에 참가하며, 네이버 측 인사는 배제된다. 

소프트뱅크는 주총에 앞서 주주들에게 보낸 통지문에 "라인야후에 관해선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안전관리조치와 위탁처 관리를 재검토하겠다"며 "보안거버넌스의 본질적 재검토와 동시에 (보안 문제) 재발방지책을 차례차례 실시하겠다"고 기술했다.

여기서 '위탁처'는 네이버를 말한다. 네이버는 그간 라인야후의 기술적 파트너로서 IT·보안 인프라를 제공해왔다. 소프트뱅크는 "당사는 라인야후의 모회사로서, 실효성 있는 보안거버넌스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자와 라인야후 대표 역시 지난 18일 주총에서 "당사는 네이버클라우드와의 직원용 시스템과 인증 기반 분리를 2025년 3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며 "당사의 자회사는 2026년도 중으로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 완료를 예정했지만 한층 앞당길 수 있도록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야후·페이페이를 한 데 묶은 멤버십 LYP 프리미엄(제공=라인야후)

라인야후와 '모자관계' 공식화…양사 '시너지' 창출 모색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는 서로의 지배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양사의 주총 통지문을 살펴보면, 라인야후는 네이버를 제외한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그룹 ▲소프트뱅크그룹재팬을 중요 모회사로 넣었다. 라인야후 측은 "A홀딩스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라서, 당사의 주는 영향이 가장 큰 모회사는 소프트뱅크가 된다"고 중요 모회사 선정 이유를 적었다.

소프트뱅크 역시 ▲A홀딩스 ▲라인야후를 중요 자회사로 넣었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A홀딩스의 지분이 50%임에도 자회사로 넣은 이유에 대해 "의결권 지분은 50% 이하지만, 당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있다 판단해 자회사로 취급했다"고 썼다. 라인야후의 실질적 지배를 공인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자회사 라인야후의 서비스를 그룹사와 연계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는 주주들 질문에 라인·야후·페이페이를 한 데 묶은 유료 멤버십 'LYP프리미엄'을 내세웠다. LYP프리미엄은 지난해 12월 라인야후에서 출시했다. 기존 'Yahoo! 프리미엄' 에 더해 LINE 메신저 관련 기능도 활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다.

미야카와 사장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자회사 서비스를 말하자면 라인은 9천700만명, 야후는 8천500만명, 페이페이는 6천500만명의 이용자가 있다"며 "이용자 수가 많은 라인·야후·페이페이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소프트뱅크는 통신기반 회사고, 라인야후는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며 "양사는 서로의 강점을 한 데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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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총에서는 소프트뱅크 주식의 10대 1 액면분할, 손정의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감사인 선임 등의 안건이 올라왔다. 이날 제출된 안건은 모두 과반수로 가결됐다. 

주총에서 재임된 미야카와 슌이치 사장은 라인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후지와라 가즈히코 소프트뱅크 이사는 라인야후 이사를 역임했으며, 미야카와 사장과 마찬가지로 A홀딩스 이사를 겸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