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형 배터리' 도전장 내민 금양 "가격 경쟁 자신"

장석영 부회장 "후발 주자로서 고성능 ‘4695’ 개발…내년 양산 계획"

디지털경제입력 :2024/03/08 15:42    수정: 2024/03/09 11:48

김윤희, 류은주 기자

"배터리 업계에서 저희는 후발 주자다. 성능은 기본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재료인 리튬 광산을 매입해 원가를 절감하는 전략을 취했다. 배터리 구성 요소 중 양극재가 배터리 가격의 40%를 차지하는데, 이 양극재의 40%가 리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장석영 금양 부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금양은 ‘4695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4695 배터리는 46mm 지름 높이 95mm인 원통형 배터리다. 

장석영 금양 부회장

현재 배터리 시장을 폼팩터별로 살펴보면 각형 배터리가 60% 가량을 차지하고, 파우치형 배터리가 20% 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 점유율은 약 10% 정도다. 그러나 원통형 배터리를 차세대 주요 폼팩터로 전망하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높이 80mm에 기존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5배 높인 '4680 배터리'를 발표하면서다.

금양은 4680 배터리보다 나은 성능으로 4695 배터리를 개발했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는 1.5배 더 긴 600km, 충전 시간도 4680 배터리의 30분보다 짧은 20분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회사가 시장 주요 베터리셀사보다 늦게 시장에 진입했고, 이 때문에 4695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발표에도 사업 역량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때문에 우수한 배터리 성능을 보장할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원재료인 리튬 광산을 매입하고, 이렇게 확보한 리튬을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스엠랩에 공급한 뒤 양극재를 받아 배터리를 생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배경이다.

장석영 부회장은 글로벌 1위 발포제 생산 기업으로서 지닌 정밀화학 기술 역량이 배터리 R&D의 근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장 부회장은 "금양은 화학 소재를 다루는 기술을 50년 이상 연구해온 기업"이라며 "배터리 업계 인재도 많이 수급했다"고 말했다.

양극재 공급 기업인 에스엠랩도 고용량 배터리 양극재 '단결정 클러스터'를 개발하는 등 우수한 기술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부회장은 "건식 공정을 통해 니켈 함량을 97%까지 높이는 등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에스엠랩 기술로 생산된 양극재를 받아 배터리를 개발하는 밸류체인이 가격 경쟁력 확보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금양은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4695 배터리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 전시된 금양 4695 배터리

배터리 개발 후 양산 단계에 대한 시장 우려도 있다. 금양은 지난해 9월 부산 기장에서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2025년 말 기준 3억셀(16.2GWh) 규모 생산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인데, 배터리 산업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투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다. 회사는 총 1조2천억원을 공장 설립에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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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부회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저희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대주주 지분이 높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담보 대출을 받거나, 주식 전환 사채 등의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오는 2026년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장 부회장은 "내년 초부터 배터리 양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게 될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더디다곤 하지만 성장 자체는 지속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으로 보면 배터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