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시장에 출시된 첫 날 5조 9천억원 상당의 거래액을 기록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디크립트, 더블록 등 다수 외신은 11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10종에서 발생한 거래액이 45억 달러(약 5조 9천억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전날인 10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전망치인 4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거래액만 놓고 보면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상품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가 가장 많았다. 이날 GBTC는 5천600만주가 거래되면서 23억 달러(약 3조원) 가량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대체 투자자산인 금 현물 ETF 중 최대 규모인 'SPDR 골드 셰어즈(GLD)'가 이날 기록한 거래액 12억3천만 달러(약 1조 6천억원)보다도 많다.
다만 GBTC는 신규 상품이 아니다. 그 동안 운용되던 비트코인 선물 ETF를 비트코인 현물 ETF로 전환한 상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거래액 중 상당량이 기존 선물 ETF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발생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ETF 애널리스트인 에릭 발추나스는 GBTC 거래량 중 신규 유입액의 비중은 적고 전액 매도로 발생한 거래액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봤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도 SNS 'X'에서 이런 분석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GBTC 다음으로 거래액이 많은 건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다. 이날 IBIT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10억 달러(약 1조 3천억원) 가량이다.
그 다음으로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피델리티의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트러스트(FBTC)'가 6억8천500만 달러(약 9천억원) 규모가 거래됐다.
자산 운용사 아크인베스트와 21셰어즈의 '아크21셰어즈 비트코인 ETF(ARKB)'는 2억7천800만 달러(약 3천600억원), 가상자산 운용사 비트와이즈의 '비트와이즈 비트코인 ETP(BITB)'는 1억2천200만 달러(약 1천600억원) 거래됐다.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신청서가 접수된 비트코인 현물 ETF 11종을 승인했다. 그러나 승인을 받은 운용사 중 해시덱스가 상품 명칭과 투자 전략 변경 등 보완 작업을 하겠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보류, 시장에는 10종이 출시됐다.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비트코인 현물 ETF가 향후 지속적으로 투자자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계는 장기적으로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는 편이다.
SEC의 출시 승인 발표 후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500억~1천억 달러 가량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도 장기적으로 1천억 달러 수준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미국 시장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돼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가 확대되고, 다른 가상자산 기반 ETF 시장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완전히 편입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선 당분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도 상대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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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10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오는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비롯해 가상자산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고, 미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 사례를 감안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